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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팔이’ 하상욱

가을과 책, 그리고 시. 이들의 만남이 낯선 조합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로, 백만 대중의 마음을 관통한 그의 등장은 그리하여 더욱 반갑다. 가수 겸 시인 하상욱. 한데, 그는 왜 시인이라는 고매한 말을 두고 ‘시팔이’를 자처했을까.

2016.10.04

 

시를 써서 이름을 알리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대한민국, 특히 시의 역할이 무참하게 쇠락한 현대사회에 얼마나 요원한 일인가. 책이 지성인의 필수 교양처럼 칭송받던 시대를 지나 선택적 취향이 되어버린 시대가 아닌가. 대중의 인기와는 거리가 먼 장르인 ‘시’라면 더욱 그렇다. 시인 하상욱. 그의 발견은 그리하여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하물며 그는 정통 문학의 뿌리와는 거리가 멀다. 하상욱, 그가 누구인가. SNS가 낳은 시인. ‘회사는 가야지’라는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낸 가수이고, 무엇보다 <무한도전>(이하 <무도>) ‘못친소2’를 통해 대한민국 공식 추남으로 인정받은 남자. 스타 시인 탄생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시대에, 그의 첫 시집 <서울 시>는 35쇄를 넘겼고, <시  읽는 밤>은 24쇄를 넘어가고 있으니. 그 어떤 평론가와 매체보다 더욱 힘 있는 백만 SNS의 공감은 하상욱에게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진실 혹은 거짓-하상욱 단편 시집 ‘언제 한번 보자’ 中에서”
“착하게 살았는데 우리가 왜 이곳에-‘지옥철’ 中에서” 시 같기도, 때론 난센스 퀴즈 같기도 한 하상욱의 시. 단 두어 줄의 이 짧은 시는 백만 인의 머리와 가슴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말 그대로 요즘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라 할 만하다.

 

시 파는 남자
기라성 같은 시인들과 함께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시인 하상욱. 그런데 그는 시인이라는 고상한 말을 두고 자신을 굳이 ‘시팔이’라 자처한다. 대체 왜? “일부러 그랬어요. 사람들은 보통 뭔가 경제적인 걸 추구하면 거부감을 갖는데, 저는 그걸 오히려 비꼰 거죠. 인간의 존엄성을 팔아넘기는 게 아니라면 경제는 인간의 주된 활동인데 왜 천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시보다는 사람이 중요하고, 제 인생이 더 중요한 사람이에요. 시가 인간보다 더 존엄하게 칭송되는 데에는 거부감이 있어요.” 고매한 시의 영역에 ‘시팔이’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코드를 끌어들인 하상욱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 “저는 신경 안 써요. 각자의 콘셉트, 지향점이 있는 거고. 시란 게 팔리는 게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저는 이걸 팔 뿐이고요.” ‘판다’는 의미가 소위 경제 활동과 접목되면서 천박하다 치부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시를 파는, 시를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 정확히 맞기 때문이다.
“‘네가 시를 망치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감히 뭐라고… 저를 얼마나 과대평가하시기에. 제가 이런다고 모든 사람이 이렇게 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시의 가치를 알아주면 고맙고, 굳이 책을 살 정도까진 아니고 인터넷으로 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그에게 시는 ‘창작 경제 활동’이다. 이 시를 몇백 년 후대에 남기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니다. “제 글에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가끔 제 책임을 벗어난 것까지 책임을 묻는 분이 많은데, 제가 시의 장르까지 책임질 사람도 아니고, 그 정도의 인물도 아니에요.” 그는 인터뷰 내내 ‘제가 뭐라고’를 여러 번 반복했다. 대신 자신의 글로 인해 타인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그러한 유의 책임감이라면 마땅히 짊어질 용의가 있다고.
“20년 동안 그림을 그렸어요. 어릴 때는 만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만화가로 산다는 건 싫었어요. 내 모든 걸 직업에만 바치고 싶지 않았죠. 저는 글을 잘 쓰는 하상욱이 아니라, 하상욱이 글을 쓰는 게 좋아요. 그런데 만화가는 그 반대가 될 것 같았어요. 나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랴부랴 재수를 했죠.” 그렇게 해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몇 년의 직장 생활도 했다.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했어요. 저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물론 지각은 좀 했죠. 밤에 게임하느라고.” 일도 꽤 잘하는 편이었고 분위기도 띄울 줄 아는, 나름 센스 있는 직장인이었던 그는 왜 직장을 그만두었을까. “연봉 올리려고요. 직장 생활의 최대 목표는 그거 아니에요? 저는 아름답게 포장하는 말들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노동이 아름다워지면 윗사람들이 좋아지는 것뿐. 노동의 가치는 언제나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경제’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물며 친한 사람에게 일을 시키더라도 그에 합당하는 보상을 반드시 지불한다. 친함을 무기로, 누군가의 노동력이 소모되는 것엔 반대다. 세상 일이 모두 돈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 이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 같은 것이다.  
“요즘요? 게임하고 개랑 놀아요.” 닥스훈트 종이라 이름 붙인 ‘숏달이’와 함께 놀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그. “요즘은 지치기도 하고 글을 쓰는 게 재미가 없어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이 했고요. 물론 돈을 받으면 다시 재미있어지죠(웃음).” 그는 요즘엔 글을 쓰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만든 형식에 있어서는, 너무 잘 써요. 요즘은 오히려 어떤 제약에 맞춰 글을 쓰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거나.” 짧고 임팩트 있는 글. 하상욱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러한 형태의 글쓰기는 이미 이력이 날 만큼 너무 잘 쓴다. 하나 그는 기계적인 매너리즘에 빠져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는 골방에 갇혀 차곡차곡 글만 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골방에 갇혀 있기는 하죠. 몸을 보면 아시겠지만(웃음) 운동도 안 하고.” 그의 취미 중엔 의외의 것도 있다. “옷에 관심이 많아요. 옷 하나를 사기 위해 같은 디자인, 각기 다른 사이즈의 옷을 4~5벌씩 입어보며 핏감을 보죠.” 남성 브랜드를 쫙 꿰고 있을 만큼, 그는 쇼핑을 즐기며, 옷을 좋아한다. 물론 비싼 옷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Neighbor>와의 인터뷰라기에 가장 비싼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는 웃었다.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 SNS가 낳은 시인 하상욱의 첫 시집 <서울 시>와 <시 읽는 밤>은 기라성 같은 시인들의 시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하상욱은 못생겼다?
“<무도> ‘못친소2’를 찍을 때가 못생김의 전성기였어요. 피부가 건조한 편인데, 겨울에 로션도 안 발라서 더욱 그랬고, 몸이 진짜 안 좋을 때기도 했고요.” 처음엔 왜 자신을 불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자신이 못생긴 줄 처음 알았다는 하상욱. 사실 처음 그의 캐릭터는 ‘뭔가 못생기진 않았는데 매력 있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2등을 했다. “<무도>는 제 인생에서 큰 사건과도 같았어요.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고요. 진짜 나는 누구일까를 늘 고민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어도 그게 진짜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그는 2030 젊은 세대 직장인들의 회사 생활을 그린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를 통해 첫 연기에도 도전했다.
“연기를 해보니 너무 재밌어요. 콩트든 정극이든, 할 수 있다면 연기를 더 해보고 싶어요.” 그는 말이 매우 빠른 편이다. ‘못친소’ 속 캐릭터처럼 느리고 어수룩한 어투를 상상했다가 뒤통수 맞는 기분이랄까? 연기 이야기엔 말이 더 빨라졌다. “보통 1시간 인터뷰 생각하고 오셨다가, 30분이면 끝날 정도로 말이 빠른 편이에요. 그래서 라디오 할 때는 최대한 느리게 하려고 애써요. 연기를 할 때도.”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최대한 해볼 참이다. 자신이 어떤 것에서 매력을 느낄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가수, 시, 연기까지, 그러고 보니 의외로 못하는 게 없는 하상욱. “운동, 예능은 못해요(웃음). 말을 잘하는 것과 순발력은 다른 문제예요. 말은 기승전결이 있는데, 예능은 그런 게 없어야 해요. 저는 그게 안 돼요.” 그는 내용이 있어야 이야기를 잘하는 스타일.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야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한데 예능은 논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다. 그 점에서 자신은 예능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책, 안 읽어도 좋다?
“책을 자주 내고 싶지는 않아요. <시밤>도 <서울 시> 이후 2년 만에 나온 거예요. 지금은 아니지만 내년쯤 다음 시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을 싫어해요.” 지금 한창 인기를 끌고 있으니 연속해서 시집을, 물 들어왔을 때 낼 수도 있지만 그는 인기의 시류에 따라 노를 젓고 싶지는 않다. “저는 성공의 비법 같은 거 안 믿어요. IMF 외환 위기 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망했지만 그 와중에 돈을 버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를 놓고 봐도, 게으르고 게임만 하고 그렇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운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의 ‘운빨’을 믿자면, 그는 SNS라는 시대적 코드를 잘 타고난 셈이다.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혹자는 책이 인생의 진리라고 하는 데, 그 진리가 뭔지 모르겠어요. 때론 책이 감성을 파괴하기도 해요. 저는 책보다는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고민거리가 널려 있어요.” 실제 그 역시 일생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우리 주변을 보면, 책을 많이 읽은, 괴물이 너무 많다. 오히려 그 시간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괴물이 되고 말죠. 그렇다고 책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책을 좋아한다고 진리에 근접한 사람이라고 보는 편견을 싫어할 뿐이죠.” 시를 쓸 때 역시 그는 또 하나의 편견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니들이 이해 못하는 거다’라는 식은 싫어요. 만약 제 글이 그렇다면, 제가 판단을 잘못한 거지 그들이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꼬지 않고 명쾌한 글을 쓰려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그는 때론 지식이 우리를 망치기도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선행 학습이 아니고, 선행을 학습하면 좋겠어요. 감수성은 공감 능력과 연결되어 있어요. 공감을 해야 사람을 바꿀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공감이 아닌 계몽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의 글이 백만 인의 대중에게 공감을 살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사람들의 감수성을,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이 시대의 감수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때론 웃음이 나기도, 때론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 ‘웃픈’ 현실의 감수성 말이다.   
“제가 나름 알려졌다고,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나름대로 정리해가며 사는 사람일 뿐이죠.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선에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 그것은 곧 나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나를 인정하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엄청나게 뭘 얻으려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가 할 몫이 커졌지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죠. 사람들이 ‘도망친다’는 걸 나쁘게 보는데, 위험해 보이면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역경 극복, 그런 것도 멋지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동하고 듣는 거죠.” 역경을 이겨내고, 부딪치는 일. 그는 마치 그것이 삶의 진리이자 방법론처럼 여겨지는 것엔 반기를 든다. 그것이야말로 낙오자로 만드는 감수성일 따름이며, 그런 편견은 깨져야 한다고. “시스템, 가치, 인간이라는 한계, 집안 형편 등 사람마다 맞서 싸우지 못하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는데, 그걸 핑계라고 치부하는 건 잔인한 말 같아요. 그건 서로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는 이 상황을 두고 자신의 시집에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포기하면 편해? 포기하면 변해”. 그 역시 포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포기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하면서 후회하는 것보다 포기하고 후회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게 그의 생각. “물론 끝까지 해서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만이 멋진 인생은 아니잖아요?”
‘대중의 공감’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채, 오늘도 시를 파는 하상욱. “시요? 직업이죠. 내가 가장 충실하고 책임져야 하는.” 그는 매우 솔직하며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땐 거침이 없다. 의외로 철저하며 가치관 역시 뚜렷한 달변가다. 마음속에 굳은 심지 하나쯤 묻어둔 흔들림 없는 고민가다. 그의 시는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고, 웃기지만 저급하지 않다. 그의 시엔 그만의 고민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고민이 담겨 있다. 하상욱의 짧은 시에, 사람들이 무너진 이유다. 그리고 그 자리엔, 더 이상 ‘못친소’ 하상욱은 없었다.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괴물이 되고 말죠.

그렇다고 책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책을 좋아한다고 진리에 근접한 사람이라고 보는 편견을 싫어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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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김도원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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