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눈에 띄게 스포티한 감성과 젊고 신선한 매력을 지녔다. 루프가 오픈되면 세심하게 디자인된 외관이 빛을 발한다. 소프트 톱은 50km/h 이하의 속도에서 20초 안에 여닫을 수 있다.

국내 출시 예정인 컨버터블카 중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차가 있었으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가 그것이다. C-클래스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카브리올레가 국내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국내 출시에 앞서 이탈리아 항구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글로벌 미디어 시승식이 열렸다. 길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도시 소음이랄 것도 없는 조용한 항구 도시 트리에스테. 이곳에서 컨버터블카를 시승하다니, 과연 재미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제안한 드라이빙 코스를 달린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것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짙은 브라운, 블루, 레드 색상의 지붕을 얹은 카브리올레의 모습은 클래식함 그 자체였다. 매끈하고 유려한 곡선의 매무새는 행인들의 눈길을 그대로 훔쳤다. 메르세데스-AMG C63S 카브리올레는 시동을 거는 순간 비범함이 느껴졌다. 주행자의 달리고 싶은 본능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엔진 소리였다. 마치 작은 몸체에 거대한 심장이 들어 있어 힘을 주체할 수 없어 보일 정도였다. 역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8기통 바이 터보엔진의 힘은 그대로 발끝에 전달되었다. 그렇다고 운전자가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GLE AMG와는 달랐다. 차체가 작기 때문일 수도 있다. GLE AMG는 운전자가 커다란 차체를 이끌고 가는 터프한 느낌이라면, AMG C63S 카브리올레는 콤팩트한 차체가 나에게 딱 안긴 듯했다. 정속 주행에서는 안정적이고 정숙함까지 느껴졌다. 컨버터블카에서 정숙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AMG C63S 카브리올레는 다양한 방음 소재와 패브릭 여러 겹을 덧대어 소프트 톱을 완성했다. 그 덕에 주변 소음은 효과적으로 차단된다. 소프트 루프 톱의 또 다른 매력은 톱이 여닫히는 순간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 하드 톱이 열리는 모습은 둔탁하고 딱딱하다. 반면, AMG C63S 카브리올레는 넓은 A필러 라인부터 소프트 톱 보관 덮개까지 이어지는 벨트 라인 몰딩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며 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이 완벽히 이루어진다.

1 차체 후면부의 넓은 숄더 부분이 스포티한 인상을 주고, 디퓨저 인서트가 모터스포츠의 전형적인 특징을 살린다.

2, 3, 4 C-클래스 카브리올레의 실내는 세단의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하였다. 그러나 시트와 핸들 등의 디테일에서 스포츠카의 모던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쿠페를 베이스로 한 스포트 시트는 근육질의 측변 볼스터와 완벽한 룩을 완성하고, 구조적으로 통합된 헤드레스트를 장착하고 있다.

트리에스테의 해안 도로 옆으로 드넓은 바다와 하늘이 펼쳐지고,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수도원과 포도밭이 시선을 가득 채운다. 시승하는 동안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국경을 넘나들었고, 그럴 때마다 상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좁은 길을 따라 수백 년은 지난 듯 보이는 집들이 평화롭게 자리했고, 그 앞으로 작은 화단과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이 운치를 더했다. 그렇게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면 이내 시원한 직선 도로 양쪽에는 말들이 들판을 뛰어다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 속 도로는 굽어졌다 쭉 뻗었다를 반복했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연달아 밟아야 했다. 과연 웬만한 자동차가 이러한 도로를 시속 80~100km/h 이상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나 메르세데스-AMG C63S 카브리올레는 훌륭하게 이 도로들을 온전히 소화했다. 이 차의 진가는 좁은 곡선 도로에서 발휘된다고 생각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은 정도에 따라 예민하고 민첩하게 엔진은 반응했고, 그에 따라 속도도 힘차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적당히 가벼운 핸들이 움직이는 대로 바퀴의 방향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빠른 속도에서 차선을 넘어가는 순간, 핸들은 강하게 차선 안쪽으로 방향을 틀고, 중심을 강하게 잡았다. 구불구불한 도로 따위는 문제가 아니란 듯 유연했고, 빠른 응답 속도는 운전자를 안심시킬 정도였다. 사실 메르세데스-AMG C63S 카브리올레는 동급 세그먼트에서 유일하게 세단, 에스테이트, 쿠페 모델과 같은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를 장착하고 있다.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는 주행 조건과 운전자의 요구 사항에 맞춰 주행 시 정확성을 향상시킨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의 반응과 피드백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는 것.

주행 코스를 반쯤 달렸을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부랴부랴 루프 톱을 닫으려 속도를 50km/h까지 늦췄다. 그럼에도 비가 들이치지 않았다. 벤츠의 에어캡 기능 덕분이었다. 에어캡 기능은 A필러 위쪽의 날개와 뒷좌석 뒤편에서 바람이 나와서 차 내부로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차체에 모자를 씌운 듯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웬만한 빗방울이 차 안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보온 역할도 한다. 여기에 에어스카프 기능(시트 목받침과 등받이 사이에 난 구멍으로 뜨거운 바람이 나와 목 주변을 스카프처럼 감싸는 기능)까지 이용한다면, 쌀쌀한 날씨에도 컨버터블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실제로 궂은 날씨 때문에 많은 이들이 얇은 패딩 점퍼를 입고 운전했는데, 에어캡과 에어스카프 기능을 작동하고, 차내 히터와 시트까지 따뜻하게 조절했더니 점퍼를 벗고 가벼운 몸으로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체감 온도는 올라갔다.

메르세데스-AMG C63S 카브리올레의 제로백은 4.1초,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어떤 세팅을 선택하든 각각의 휠은 자동으로 전자 제어된다. 직선 도로가 길게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한 채 미련 없이 속도를 높였다. 순식간에 RPM이 4천, 5천대로 치솟았다. 속도도 쉴 새 없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신경은 배기음과 노면에 집중됐다. 차체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주행 중에 컴포트 모드로 주행 모드를 변경했다. 비교적 기어 변속이 부드러워졌고, 배기음도 어느 정도 정돈되는 듯했다. 이 정도라면 국내 도심에서 타기도 적당해 보였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좁은 숲길에 들어섰다. 속도를 50km/h 이하로 줄였다. 짙은 풀내음이 차 안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AMG C63S 카브리올레다. 느리게, 빠르게 그리고 현실적인 주행까지 완벽히 해내는 것. 이렇게 메르세데스-AMG C63S 카브리올레는 현실과 로망을 넘나드는 능력을 지녔다.

1,2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최대한 사계절 내내 오픈카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에어캡 바람막이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 카브리올레 모델만을 위해 특별히 개발했고, 뒷좌석의 버튼을 조작하면 차량 내부로 거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