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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땅의 진실

새하얀 눈과 오로라의 땅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 환하게 빛나는 오로라 이면의 진실, 오사 라르손의 <블랙 오로라>가 올여름 차갑게 몰아친다.

2016.09.21

 

강한 것이 악한 것이다  이 글을 쓴 이명석은 문화 칼럼니스트이다.

천국 소년 빅토르는 왜 난자당했는가? 어찌하여 그가 이룩한 거룩한 교회당에서 그토록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는가? 북쪽 하늘을 빛내고 있는 아름다운 오로라 아래에서, 자동차 열쇠를 삼킨 눈바닥을 파헤치면서, 우리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미스터리는 언제나 어떤 죽음의 이유를 묻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살해 도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걸로 끝낼 수 있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 그것은 작게는 추리 장르, 크게는 인간 존재의 룰이다. 빅토르는 한 번 죽은 뒤에 살아났기에 이 룰을 깨뜨렸다. 천국을 보고도 돌아온 자는, 그리하여 신의 대리인으로서 거대한 권능을 얻었다. 모든 비극은 이로 인한 것이다. 애초에 어떤 문제들, 고통, 위선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이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 증폭되고 하늘을 향해 바벨탑을 쌓았다.
레베카는 영민하다. 그래서 미리 알아채고 달아났다. 그 모든 것의 징조를 느꼈지만, 스스로는 해결할 힘이 없었고, 그들의 강함에 밀려 먼 곳으로 도망갔다. 이제 와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도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고향 마을의 불행에 대한 연락을 받고 마음이 약해져 돌아왔다. 이제 시체를 들추고 그 아래 있는 비밀을 끄집어내 공표하는 게 그녀의 역할이다. 말하자면 상주(喪主)다. 매우 성실하게 그 일을 해내지만, 어떤 것도 되돌리지 못한다. 세 명의 목사가 가진 제각각의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약점이다. 만약 그들에게 힘이 없었다면, 그냥 가벼운 미숙함으로 끝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신의 대리인으로 권능을 가지면서, 누구도 그들의 욕망을 제지할 수 없게 되면서, 그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악의 탑을 쌓게 된 것이다. 레베카가 어릴 때 당한 사건 역시 그 과정의 소산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청소년 선교 단체 지도자가 벌인 악행에 대한 기사를 읽고, 양쪽의 흡사함에 놀랐다. 그들에게 힘을 준 것은 신일까? 아니면 무기력한 의존증의 신자들일까? 그 답은 유예하자. 다만 이것은 분명하다. 무언가 강해졌지만 바깥에서 그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필연코 그것은 악이 된다. 젊은 종교 지도자의 참혹한 죽음은 그저 에피소드일 뿐이다. 레베카가 도착하기 이전에 이야기는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 안타깝게도 이런 종류의 악들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약한 것이 악한 것이다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천장 높은 아름다운 교회에서 ‘천국 소년’이라 불리던 청년의 처참한 시체가 발견된다. 젊은 시절 그와 가까운 관계였던 변호사 레베카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빅토르의 닮은꼴,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의 누이 산나. “정말 누구한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난 못해. 못하겠어. 아무것도 못하겠어.” 레베카는 산나를 위해 7년 전에 등진 고향 키루나로 돌아간다.
시체를 발견한 최초의 목격자. 경찰이 찾자 겁이 나서 숨어버린 희생자의 누이 산나. 오로라가 빛나는 이 추운 도시의 겹겹이 감춰진 비밀을 걷어내는 것도 지난한 일이지만, 산나를 달래 경찰을 만나게 하고 그녀의 어린아이들을 건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여 아무나 붙들고 매달려야 살아가는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를 좋아하고 손을 빌려주고 싶어 하는 추종자가 많다. 레베카는 냉정하게 말한다. “어리바리 산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평생 동안 등신들이 줄지어 뛰어들어서 뒤처리 해주곤 했지. 나도 그 등신들 중 하나고. 산나는 내게 이리 와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었어. 내가 깡충거리면서 뛰어온 거지. 지랄 맞은 강아지처럼.” 우리는 두 가지를 알고 있다. 하나는 악의 없고 무력한 ‘산나’ 같은 사람이 의외로 사건의 핵심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주변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사건들은 저절로 균형을 맞춘다. 매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주변에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두 번째는, 우리 주변에 반드시 ‘산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약해서 악한 사람. 의도 없이 의도를 관철시키는 사람.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혼자 빠져나가면서도 그것이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하는 사람.
레베카가 산나와 결별하는 과정은, 레베카가 쫓겨난 고향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도움 받는 사람이 도와주는 사람에게 묶여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사실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꼼짝없이 묶여 있는 형국이다. 답답하던 사건이 조금씩 풀리며 눈이 트이듯, 옴짝달싹 못하던 관계들이 밝혀지면서 옭아매던 감정도 스르르 풀린다. 폭염 속에서 얼어붙은 풍경 속에 몰입하는 것도 시원하지만 얽힌 관계와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도 시원하다. 이 책이 여름밤에 어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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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책,블랙 오로라,살인사건,오사 라르손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홍지은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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