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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컬렉션을 담은 호기심 넘치는 현장, 바라캇 서울

아버지를 따라 7세 때부터 고미술 컬렉션에 눈뜬 소년. 예루살렘의 한 소년에게 그것은 마치 숙명과도 같았다. 세계 컬렉터 랭킹에 늘 이름을 올린 파에즈 바라캇, 그가 10월 서울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데 그는 이제 사업가를 졸업하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부터 건넸다.

2016.09.21

 

컬렉터 이면의 그는 15세 때부터 그림을 그린 ‘아티스트’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일곱 살 어린 소년의 본능이라면, 그는 그 시작부터가 달랐다. 소년은 3대째 가업을 잇는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컬렉션 세계에 발을 디뎠고, 그에게 유물은 살아 숨 쉬는 장난감에 다름 아니었다. 15세 무렵에는 대학 교수들과 유물 발굴 현장에 참여할 만큼 컬렉터로서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과 이를 뒷받침할 지식까지 갖추었으니. 지금, 이 소년은 세계 랭킹을 다투는, 이른바 성공한 컬렉터의 자리에 우뚝 섰다. 바로 세계적인 고미술 컬렉터 파에즈 바라캇(Fayez Barakat)이다. 그는 2004년 <리더스> 매거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영광의 타이틀은 150년 컬렉션 역사에 대한 헌정이자, 4만여 점에 달하는 위대한 컬렉션에 대한 경의일 터. 아프리카, 중국, 이집트, 비잔틴, 비블리컬 아트 등 가문의 150년 역사를 오롯이 대변할 그의 컬렉션이 이곳 서울에 온다. 소격동에 문을 열 ‘바라캇 서울’이 그 호기심 넘치는 현장. 하나, 그곳을 찾은 파에즈는 뜻밖의 이야기를 건넨다.   

 

 


1 10월 오픈을 앞둔 바라캇 서울의 시그너처인 벤틀리 아트.    
2 150년 역사의 바라캇 컬렉션을 이끌고 있는 파에즈 바라캇.
3 Fayez Barakat, Magnificent Marine Life, 2015

 

“이제는 사업가를 졸업하고 아티스트로 살고 싶어요.” 컬렉터로서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제 여유를 갖고 취미 삼아 그림이나 그려보겠다는 심산인가 싶은 불손한 의구심이 일 때쯤 그가 말을 잇는다. “사실 10대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은 한번쯤 자신이 처한 상황 혹은 제도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데, 저에게 그림이 그랬어요. 더 좋은 삶을 위한 일종의 탈출구죠.” 그에게 컬렉션이 숙명이었다면 그림은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첫사랑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마크 샤갈의 손녀딸이었어요.” 샤갈이 그토록 유명한 작가인 줄도 몰랐던 순수한 열다섯 소년. 그는 첫사랑 벨라의 이름을 따 셋째 딸의 이름을 벨라로 지었다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2007년부터예요. 그 무렵, 컬렉터가 아닌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의 화력만 쳐도 어느덧 10년. 그러니 그의 그림을 성공한 컬렉터의 우아한 취미 생활 정도로 취급하는 건 지극히 무례한 처사겠다.


“매일 페인팅을 안 하면 충족감이 없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까지 그림을 그리는데, 그 새벽 시간이 제 영감을 깨우는 것 같아요. 오늘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12시까지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는 오늘 새벽 완성한 그의 작품을 선뜻 내보였다. “이 작품을 보면 뭐가 떠오르세요?” 그는 바라캇 서울 오픈 준비로 두 달째 서울에 머물며 작업한 화폭을 내보이며 물었다. 그의 ‘Global Warming’에는 들끓는 지구의 심장 박동 소리가 요동쳤고, 그간 그의 화폭에선 볼 수 없던 여백도 스며 있었다. “이건 바다 속 모습으로 그곳을 유영하며 느낀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어요.” 그의 대표작인 ‘Marine Life’ 시리즈는 마치 생명력이 분출하는 듯 화려한 색채, 생명의 에너지가 화폭에서 춤추듯 꿈틀거린다. 검은 바다를, 때론 초록의 바다를 말이다. 하나, 그의 화폭을 그저 해저 풍경으로 규정하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빛나는 화려함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화려함에 머물지 않는다. “혹시 명상을 하시나요?” 그는 뜬금없이 되물었고, 자신은 특정 종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림을 그릴 때 명상을 즐기노라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고미술 컬렉션에도 부처, 신의 모습을 한 오브제가 종종 목격됐다. “컬렉션을 하면서 쌓은 지식이라든지, 이야기가 머릿속에 무의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니, 그것에서 모티프를 따오지 않았다고 볼 순 없겠지요.” 4만여 점에 달하는 고미술, 역사, 시대상…. 그것들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화폭에 담겼을 것이다. “바다와 우주. 결국 우리가 사는 지구의 이야기죠.” 그는 마치 ‘삶’을 컬렉션하듯, 바다, 산, 도시, 우주 등 우리를 둘러싼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삶의 이야기. 그 화려함 뒤엔 고요한 명상의 세계가 뒤따라 나온다. 고개 들어 다시 화폭을 보니, 찬란한 해저 너머로 고대의 신비한 어느 바다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눈부신 미지의 바다가 설핏 모습을 드러내는 듯도 했다.   


“지난주 시인 한 분이 이곳에 들렀는데 지금처럼 같은 질문을 했어요. 왜 고가의 벤틀리에 이렇게 페인팅을 했느냐고요.” 바라캇 서울의 앞마당엔 총천연색 물감을 입은 벤틀리 차량이 시그너처처럼 서 있다. “벤틀리는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고가의 차지만, 저는 그것을 나만의 위트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출근길, 그는 예상에도 없이 돌연 벤틀리 차량에 삶의 모든 색깔을 칠하듯 액션 페인팅을 펼쳤다. 마치 예술의 가치를 넘어선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처럼. 그 순간 ‘고가의 탈것’이라는 기능성은 사라지고 물질이 아닌 온전한 예술, 그것만이 남았다.        


“컬렉팅이 지식이 90%, 영적인 부분이 10%를 차지한다면, 그림은 반대로 영성이 90%를 차지하죠.” 컬렉팅이 역사, 문화 등 지식과 관련된 것이라면 페인팅은 지식보다는 영적인 것에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리는 것과 수집하는 것 사이엔 닮은 듯 다른, 묘한 설렘이 존재한다고. “당연히 제일 먼저 살 거예요(웃음).” 만약 당신이 현대미술 컬렉터라면, 당신의 작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Yes’를 외쳤다. “피카소가 저한테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었죠. 물론 저 역시 전문 미술 교육을 받아볼 요량으로 학교도 가봤지만 재미가 없었어요.” 순화되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 그의 그림엔 길들여지지 않은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와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의 컬렉션에서 그만의 에너지가 느껴지듯이 그의 그림 역시 대중에게 ‘에너지’를 전하는 또 다른 방식인 셈. 오는 10월, 바라캇 서울에서 150년의 숭고한 컬렉션 역사와 함께 아티스트 파에즈 바라캇이 전하는 또 다른 ‘삶의 수집’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수집이 과거(역사)와 맞닿아 있다면, 그의 그림은 어쩌면 또 다른 세계(미래)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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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바라캇,아티스트,컬렉션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고운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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