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엘란트라의 후속으로 나온 아반떼는 꾸준하게 전 국민의 관심을 얻고 있는 소형 세단이다. 쏘나타와 함께 현대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부족함이 없고 내수뿐 아니라 수출용으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대학생, 사회 초년생부터 은퇴한 실버 세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부담 없이 데일리카로 탈 수 있는 덕이다. 경쟁 모델로 기아 K3와 르노삼성 SM3, 좀 더 아래 등급으로 현대 엑센트가 있었지만 아반떼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반떼는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현대차 영업직원 A의 말이다. “그게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아반떼 인기가 꾸준한 건 사실입니다. 포터 다음이니까 국산 승용차 부문에선 1등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예전만 못해요. 이제는 아반떼가 우리가 알던 그 아반떼가 아니에요.” 현재 신차로 판매 중인 아반떼 AD의 옵션은 꽤 고급스럽다. 인기 있는 몇 가지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3000만원을 향하고, 그러다 보면 쏘나타가 눈에 들어온다. 디자인도 젊은 감각으로 세련되고 날렵해져 중장년층에선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SK엔카 직영에 따르면 요즘 아반떼 신차를 살 돈으로 그랜저 HG 중고차를 찾는 20대 후반 직장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랜저 HG가 고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 세단으로 잘 포지셔닝된 결과다. 아반떼가 점점 고급스러워진 이유도 이러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슈퍼 노멀’이란 제품 콘셉트는 아반떼를 확실히 업그레이드했다. 대신 ‘노멀’한 시장은 포기해야 했다. 그 수요는 자연스레 중고차 시장으로 옮겨갔다.

 

1 고급진 HD 아반떼 HD는 10년이 됐지만 인테리어가 촌스럽지 않다. 럭셔리 트림은 베이지색 가죽 시트로 멋을 더했다.

세대별 아반떼 아반떼 AD는 더 이상 ‘보통’이길 거부한다. 
2 4세대 HD 3 5세대 MD 4 6세대 AD

 

 

이 구역의 스타는 MD

현재 중고 아반떼에서 단연 톱은 구형 MD다. 주로 1000만원 전후 가격대의 2010년 이후 모델이 인기다. 더 세부적으로 보디 컬러는 진주색에 선루프와 내비게이션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고 주행거리가 5만 킬로미터 미만인 차를 많이 찾는다. 매물이 많지 않아 1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도 잘 팔린다. 고급형 트림인 트윅스 패키지 에디션도 희귀 모델이라 매물이 나오자마자 팔리는 편이다. 별도의 보디 키트가 적용된 트윅스 패키지 에디션은 브레이크 보조등이 포함된 리어 스포일러, 17인치 블랙 크롬 휠 등으로 스포츠 캐릭터를 강화한 모델이다.

MD의 파워트레인은 신형 AD와 같다. 출력이 높지만 대신 연비는 다소 떨어진다. AD보다 크기는 작지만 휠베이스는 같다. 무게도 5킬로그램 덜 나간다. 현대차 영업직원 A는 모든 연령층이 선호했던 ‘우리가 알던 그 아반떼’는 MD가 마지막이라고 했다. 아반떼 MD와 비슷한 시기에 기아 K3가 나왔지만 디자인이 전 연령대를 아우르긴 어려웠다. MD의 인기는 현재의 신형 AD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뜨거웠다. AD는 지난해 9월 출시됐는데 MD는 8월에 8806대가 팔려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물론 신차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결과지만 기본적인 인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뒤 서스펜션이 토션 빔이라 승차감이 떨어져도, 고속 주행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해도, 간헐적인 MDPS 결함이 있어도 아반떼 MD는 여전히 잘 팔린다.

 

풀옵션은 오히려 독

신차든 중고차든 아반떼를 살 때는 풀옵션보다 중간 정도의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고차 시장에선 변하지 않는 가격 법칙이 있다. 아무리 풀옵션의 아반떼라고 해도, 쏘나타보다 좋은 옵션이 들어간 아반떼라고 해도 아반떼는 아반떼다. 아슬란의 인기가 없다지만 그렇다고 중고 가격이 그랜저보다 떨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SK엔카 직영 장한평 지점의 이상원 실장이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1950만원에 신차로 산 2012년형 아반떼 MD를 중고로 팔겠다는 문의가 최근에 있었다. 독특한 점은 주행거리가 600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판매자가 아들에게 주려고 샀지만 막상 아들은 차를 거의 타지 않아 새 차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판매자는 주행거리가 짧아 좋은 값에 팔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리가 제시한 매입 금액은 11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래야 1200만원 선에서 되 팔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1200만원이면 중고로 살 수 있는 차가 많습니다. 괜찮은 조건의 2011년형 쏘나타도 살 수 있어요. 아무리 조건이 좋은 차라도 상위 모델의 가격 영역을 침범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각도의 비유지만 차를 구매할 때 무턱대고 풀옵션을 선택하기 보다 본인에게 꼭 필요한 옵션을 신중하게 고르는 게 나중에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HD도 있다

MD 전에 HD가 있었다. HD의 중고가는 현재 500만~6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 NF 쏘나타가 있지만 아반떼 HD의 수요가 더 많다.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외관과 크기도 아반떼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했다. 대부분 2007년형 전후가 많은데 오래 됐지만 평균 주행거리가 5만~7만 킬로미터로 그리 길지 않은 게 특징 이다. 아반떼는 주로 짧은 거리의 출퇴근, 통학 용도로 쓰기 때문이다. 간혹 주행거리가 20만 킬로미터에 가까운 차를 3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HD의 가장 큰 장점은 만만한 가격이다. 구매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고 수리비도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편이다. 예를 들어 타이밍벨트의 텐셔너와 팬벨트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원 남짓이다. 럭셔리 트림은 가죽 시트가 기본으로 달려 있는데 그레이 혹은 베이지 컬러다. 시트의 색이 밝을수록 세월의 흔적이 더 많이 보이므로 오염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