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미래’로 여겨졌다. 아직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판매량에 큰 차이는 있지만 전기차는 이제 어엿한 현실이 됐다. 정부에서도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고 최근 출시된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앞서 출시된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전기차는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3라고 생각한다. 현재 사전 예약을 받는 이 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340킬로미터에 달한다. 지금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전기차들의 제원과 비교했을 때 훌륭한 성능이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공지된 이 차의 출시 예정 시기는 2017년이다. 한국은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른다. 구매 희망자는 1000달러를 예약금으로 걸고 2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껏 어떤 자동차 회사도 시도하지 않은 마케팅 방법으로 40만 명에 달하는 잠재 고객을 확보했다. 누적 예약금만 이미 140억 달러, 한화로 약 16조원이다.

그렇다면 과연 테슬라 모델 3는 1000달러를 묶어놓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나는 현재 9개월 동안 리프를 타고 있다. 차를 살 때 등록·교육·취득세 명목의 세금 400만원을 감면받았고 연간 자동차세는 13만원이다. 웬만한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 감각과 특유의 정숙성을 즐기면서 매월 절약하는 기름값만 수십만원이다. 현실이 된 미래를 선택한 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차를 살 때 고려하는 건 여러 가지다. 전기차는 더 복잡하다. 내구성과 성능, 주행거리등 자동차로서의 기본기는 물론 브랜드가 주는 감성, 정부의 보조금 그리고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얼리 어댑터의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리프는 이 모든 걸 상당 부분 충족시킨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됐고 실제로도 일상에서 큰 불편 없이 잘 타고 있다.

모델 3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다만 언제 출시될지도 모를 차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미 현실이 된 미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2년 후에는 어떠한 성능을 갖춘 전기차가 등장할지 그리고 현재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그때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전기차의 매력은 직접 경험하기 전엔 알기 어렵다.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매일 충전해야 하는 귀찮음은 있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다. 막연한 기다림보다 당장 현실이 된 전기차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NISSAN LEAF

가격 5840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AC 동기식 전기모터, 109마력, 28.6kg.m 변속기 1속 자동 무게 1520kg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445×1770×1550mm 배터리/용량 리튬이온/24kWh CO₂ 배출량 0g/km 구입 시기 2015년 12월 총 주행거리 7200km 평균연비 6.1km/kWh 월 주행거리 7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3만1000원(충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