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오픈한 눌 스턴 호텔. 별과 하늘을 이불 삼아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2 나비넥타이에 흰 장갑까지 착용한 버틀러. 이들 모두는 지역 주민이다 3 벽도, 천장도 없는 기이한 호텔 덕에 취재진도 알프스를 찾았다 4 침대 10분 거리에 있는 식당과 화장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이 스위스에서 벌어졌다. 말은 호텔인데 산꼭대기 허허벌판에 침대만 덜렁 있는 상황이니. 이색 호텔 하면 어느 나라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스위스에서도 이 상황이 이색적이긴 했나 보다. 오픈과 함께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이곳에 묵는 실제 손님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 자락에 오픈한 눌 스턴 호텔(Null Stern Hotel)이다.
대체 어떻기에 이리 호들갑이냐고? 벽은 물론 천장도 없다. 있는 거라곤 오직 침대뿐. 그것도 알프스 산 위에 말이다. 이곳의 콘셉트는 공중에 열린 호텔. ‘The Only Star is You, 단 하나의 별은 당신이다’. 호텔을 소개하는 문구마저 바람둥이 사기꾼 같지만, 액면을 들여다보면 별이 없는 호텔이라는 뜻이다. 오직 하나의 별은 투숙객이라는 의미. 이 괴짜 호텔을 기획한 이는 개념예술가인 프랭크와 패트릭 리클린 형제다. 이들은 2008년 ‘세계에서, 최초의 제로 스타급 호텔’이라는 콘셉트 아래 스위스 생갈렌 지방의 세벨렌에 제로 스타 호텔을 지었다. 그것도 핵 방공호에. 2010년엔 버려진 극장이었다. 2016년엔 알프스 산맥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역시나 산 위에 놓인 더블 침대가 전부다. 별 아래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호텔. 알프스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특별함은 그렇다손 쳐도, 식사와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침대 10분 거리에 식당과 화장실이 있으며, 호텔답게 버틀러도 존재한다. 나비넥타이와 흰 장갑까지 착용한 버틀러가 상시 대기 중이며, 이들은 모두 지역 주민이라고. 이곳은 100% 예약제, 비 오는 날엔 물론 자동 취소된다. 그렇다면 하룻밤의 가격은? 250스위스 프랑, 한국 돈으로 29만원 정도. 인테리어보다는 알프스 자연에 대한 숙박비라 해야 위안이 될 금액이다. 당연히 불편함도 따라올 것이다. 하나 분명한 건 호화로운 하룻밤 대신 가치 있는 하룻밤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 괴짜 형제들은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게 만든다. 5성급 호텔과 제로스타의 이 자연 속 호텔 중 무엇이 진정 호화로운 것일까? 답은 뒤로한 채 이들은 또 다른 기행에 나선다. 아직 스위스엔 침대를 놓을 수 있는 이색 장소들이 무궁무진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