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나는 개인적으로 G80를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었다.

EQ900는 에쿠스의 후속 모델로 개발이 거의 완료된 시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론칭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DNA를 담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은 G80라고 생각했다. 비록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브랜드 제네시스를 있게 한 모델이니 브랜드 제네시스의 실질적인 첫 작품은 G80라 해도 틀리지 않다.

 

디자인만큼이나 요즘 럭셔리 브랜드에게 중요한 것이 신기술이다. 브랜드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과 속도를 가늠해 요즘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인 오피니언 리더적 이미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차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동차 관련 특허를 많이 출원한 회사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오는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특별히 새로운 건 없었다. 현대차가 선택적 주행보조에서 부분적 자율주행, 즉 완전 자율주행차로 가는 이정표라고 지칭하는 핵심 장비인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도 이미 EQ900에서 선보인 장비다. EQ900의 것에서 좀 더 발전시킨 방식이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꾸준히 진보하고 있어서 반갑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 A D)의 핵심 장비들이 그렇다. 차선이탈사고를 방지하는 차선유지장치가 발전해 이제는 자율주행을 위한 차선 중앙 주행으로 발전하고, 이것이 출발과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은 실용성에서 특히 큰 발전이다. 앞차와의 거리만 맞추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ASCC)은 이제는 내비게이션으로부터 주행 구간의 최고속도 정보를 받아서 스스로 조절한다. 톨게이트와 분기점 등에서 자동 중지됐다가 통과 후 다시 재개되는 것도 똑똑하다. 아 참, 현대차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는 한국 실정에 아주 잘 맞는다. 해외 제품은 차간 거리를 너무 안전하게 두다 보니 사이로 차가 끼어드는 것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은데, 현대차는 이 부분을 국내 주행 환경에 맞게 조절했다. 이런 것이 현지 제품의 강점이 아닐까? 이 외에도 보행자까지 감지하는 비상 자동 제동(AEB)이나 부주의 또는 피로 운전 경고 기능 등도 착실하다.

 

하지만 이제는 제네시스의 하드웨어가 미래형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승차감과 정숙성 등 전반적인 N.V.H는 매우 우수하다. 특히 시가지 속도 범위에서의 승차감은 고급차에 걸맞게 대단히 중후하고 안락하다. 주행 안정성은 속도가 높아져도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높은 차체 강성 덕분이다. 현대차가 경량화를 잠시 미뤄두고 차체 강성 을 먼저 해결하기로 한 것은 정말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로의 출사표를 던진 만큼 경량화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주행 안정성을 위해 약간 단단하게 설정된 서스펜션과 고무 부싱류는 주행 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를 넘는 시점부터 노면의 잔진동을 실내로 전달하기 시작한다. 무거운 차체를 안정적으로 붙잡아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차체 강성 수업의 다음 교과인 경량화를 서둘러야 한다.

 

G80는 훌륭한 자동차다. 현대차 브랜드 아래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 제품이다. 따라서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에 따라 더 발전해야 한다.

 

 

실내는 가죽과 나무, 금속 등 리얼 소재로 마무리했다. 모두 소재의 질감이 잘 살아난다. 헤드램프에는 LED가 새롭게 더해졌다.

 

현대차가 지난 3월 뉴욕오토쇼에서 공개한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 차세대 G70 디자인의 유력한 단서다.

 

 

DESIGN

지금의 G80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을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애초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가 아니라 현대차 로고가 달린 신형 제네시스 세단(DH)을 위해 빚어진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네시스 세단은 현대가 플루이딕 스컬프처 2.0(Fluidic Sculpture 2.0, FS 2.0)이라 명명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씨앗으로 삼은 차였다.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것도 겨우 반년 남짓이다. G80로 이름을 바꾼 ‘현대 제네시스’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요구하는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실제로도 G80 디자인은 제네시스 세단의 연식변경 모델로 봐도 될 정도로 변화가 적다. 하지만 G80 디자인의 소소한 변화엔 ‘섬세한 손맛’이 엿보인다. 우선 얼굴이 전과 다르지 않은데 분명 달라 보인다. 디자이너들이 한 일이라고는 테두리의 광택을 반쯤 죽인 그릴 안쪽에 다크 크롬 장식을 더한 것과 LED 안개등 주위의 크롬 몰딩을 아래로 좀 더 넓게 두른 것 정도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그것이 그들 설명처럼 ‘입체적이고 역동적’이거나 ‘정제된 고급스러움’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한층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는 뒤쪽에서도 발견된다. 좌우 머플러를 아우르며 뒤 범퍼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 하나로 제법 눈길 끄는 뒤태가 완성됐다. 여기서 핵심은 크롬 장식이나 반광택 처리 같은 ‘알 만한 화장품’이 아니라 애초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도 다른 표정을 연출한 ‘메이크업 기술’이다. 과하지 않고 섬세한 그 솜씨는 분명 이제껏 현대차에서 봐왔던 것과 다르다. 디테일에 공들일 줄 알게 됐다는 사실. 그게 제네시스 브랜드에 어떤 희망을 품게 한다.

 

실내는 진짜 가죽과 진짜 나무, 진짜 알루미늄 등으로 값지게 꾸몄다. 진짜 소재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가공 기술은 일취월장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소재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세련(洗煉)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시보드 상단 패널과 원목 장식이 맞닿는 부분의 끝 마무리가 대표적이다. 불규칙한 높낮이 차가 있는데 이는 원목 장식 위쪽에 얇은 크롬 테두리만 둘렀어도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모브랜드인 현대차와 디자인 언어를 구별하는 것도 어렵지만 꼭 풀어야 할 과제다. 2세대 제네시스 이후 등장한 모든 현대차가 FS 2.0의 디자인 흐름을 따랐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세상에 공표된 그날부터 FS 2.0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존재하지 않는 표현법이 됐다. F S 2.0 디자인 문법의 기초였던 G80조차 예외가 아니다. 뿐만 아니다. FS 2.0 디자인의 상징이랄 수 있는 헥사 고널 그릴도 이 세계에선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다른 명칭으로 통한다. 형태와 기능에 어떤 큰 변화가 인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당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대차로 빚어졌던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느닷없이 제네시스가(家)의 EQ900와 G80로 성씨에 이름까지 바꾼 탓이다. 하지만 지금의 혼란이 오래 이어지진 않을 거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완전신형 모델(G70) 출시가 내년으로 못 박혀 있기 때문이다. G70는 BMW 3시리즈에 도전하는 스포츠세단이다. 어떤 생김새일지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난 3월 뉴욕오토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가 유력한 단서다. 디자인 테마는 지난해 11월 브랜드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 함께 공표된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따랐다. 그 디자인은 기교로 가득한 BMW보다 우아한 곡선과 조형미로 눈길을 사로잡는 고든 바그너의 최근 벤츠와 결을 같이한다. 지난해 8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선보인 비전 G 콘셉트가 제네시스 디자인의 미래라는 예측엔 동의하지 않는다. 그 차의 과감한 디자인 요소는 이미 EQ900를 통해 대부분 구현됐다. 간결한 곡선으로 조각한 제네시스 뉴욕과도 톤이 크게 달라 하나의 언어로 묶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진정한 새 출발을 알린다는 점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화된 에쿠스의 밑그림이었던 비전 G 콘셉트보다는 완전 신형인 G70의 모습을 암시하는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가 제격이다.

글_김형준

 

 

 

진짜 나무에 도장을 아주 얇게 해 나무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315마력이나 하는 V6 엔진은 예측하기 쉽게 힘을 점진적으로 뽑아낸다. 화끈한 맛은 없지만 부드럽고 매끈하게 움직인다.

 

 

LUXURY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원은 G80였다. G80가 1세대 제네시스였을 때 이미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만들려 했다. 그래서 제네시스에 현대차 로고를 없애고 차별화를 꾀했다. 차별의 핵심은 럭셔리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를 만들면서부터 럭셔리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 시간이 그다지 짧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럭셔리의 핵심 가치와 기치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정립하고 있을까?

루크 동커볼케는 “제네시스는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라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조하며 정제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럭셔리를 표현하는 가장 또렷한 언어다. 현대차와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프레스티지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품어야 한다. G80는 비례와 균형이 잘 잡힌 디자인이다. 라인을 간결하게 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렸다. 이미 눈에 익을 정도로 보았음에도 G80 디자인이 질리지 않는 건 그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디테일이다. 주병철 프레스티지 디자인이사는 “조작했을 때 조작감이 편하고 사용자를 깊게 고려한 디자인은 프리미엄이 지녀야 할 가장 큰 속성”이라고 말했다. 사실 명품과 제품은 디테일로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심함의 정도와 깊이에 따라 소비자의 감성 만족도는 확연하게 달라지니까. 자동차에서도 소재와 마감처리, 질감과 조작감, 소리 등 소비자의 눈과 귀와 손이 닿는 모든 곳을 신경 써야 한다.

럭셔리를 내세운 G80는 실내에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진짜 나무는 이전에는 옹이만 있었는데 G80 간결한 무늬 패턴이 추가되면서 질감이 더 살아났다. 여기에 도장을 얇게 해 나무 패널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오픈포어(Open pore) 방식을 사용했다. 나무의 질감을 살릴 수 있고 도장이 얇아서 냄새도 덜 나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시트는 나파 가죽이다. 천연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질감을 부드럽게 하는 공법으로 여러 고급 브랜드들이 사용한다. 자동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에서도 나파 가죽을 쓴다.

가죽과 나무는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실내가 무겁고 중후한 느낌이 강해진다. 이에 G80는 기어레버, 송풍구, 스피커, 대시보드 패널 등에 메탈 소재를 더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특히 기어레버는 손으로 잡았을 때 가죽과 메탈 질감이 동시에 대비적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기능성을 위해 메탈을 사용하기도 했다. 오디오 우퍼는 알루미늄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 경우 진동음이 달라져 음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로 구현한 럭셔리도 수준급이다. G80는 정말 조용하다.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 사운드는 단절과 정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배기음도 듣기 좋은 묵직함을 지녔다. 여기에 무려 17개나 되는 렉시콘 스피커가 충족감의 방점을 찍는다. 풍부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

 

감성 만족의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G80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경을 거스르는 걸 찾기 힘들다. 그러면서 실내는 리얼 소재가 주는 질감과 시각적 만족도 높다. 여러 컨트롤러들은 적절한 텐션과 반응성으로 조작감도 수준급이다. 실내는 아늑하고 포근하며 소음과 진동은 최소한으로 억제됐다. 과시적인 치장이 없고 화려함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요소요소 진중함이 묻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차가 주는 스트레스가 없다. 확실히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준비와 벤치마킹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G80는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성취를 일궈내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이렇게 시나브로 브랜드 가치를 정립해나가고 있다.

 

글_이진우

 

 

 

 

 

 

PERFORMANCE

현대 제네시스가 제네시스 G80로 거듭났다. 브랜드 독립만으론 명분이 충분치 않으니 상품성도 다듬었다. 하지만 LED 화장과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을 더한 부분변경 수준. 그렇다면 성능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G80의 ‘끝판왕’ 3.8 파이니스트를 타봤다. 시승차는 상시 네바퀴 굴림 시스템 H-TRAC과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챙긴 풀 옵션. 가격은 7540만원이다.

 

시승차의 심장은 3.8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자연흡기. 현대차가 2005년 이후 갈고닦아온 람다 시리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8단 자동 변속기를 물리고 네 바퀴로 동력을 옮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이 숨죽여 깨어난다. 디젤 엔진으론 꿈도 못 꿀 절대 정숙과 매끈한 회전. 그 야말로 살살 녹는다. 가속페달을 밟자 G80가 묵직하게 첫걸음을 뗀다.

사실 시작 전부터 기시감 가득한 시승이었다. 예상대로, ‘동명이차’인 제네시스(DH)와 주행감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시승은 G80 주행감각의 특징을 되짚는 데 의미를 뒀다. 새삼스럽지만 G80는 잘 만든 차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주위 오너들의 평이 좋은 예다. 극찬은 드물지만 뾰족한 불만도 없다.

현대차는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뉘르부르크링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테스트 기간과 과정, 라이벌 대비 랩타임 우위 같은 결과엔 말을 아꼈다. 결과적으론 현명한 전략이었다. ‘뉘르’ 이미지를 차의 성향이 아닌 혹독한 담금질로 한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네시스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장점을 현실적으로 취사선택했다.

가령 BMW의 ‘자극’이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관록’, 아우디의 ‘병적인 완벽주의’까진 욕심내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차의 성향을 철저히 수요자 눈높이에 맞췄다. 같은 이유로 G80를 몰아보면 제네시스가 가늠좌로 겨눈 수요층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자극보단 안정, 관록보단 신선함, 완벽주의보단 융통 성을 앞세웠다.

이 차의 시승은 2013년 DH로 처음 나왔을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 단단한 차체 강성과 정갈한 주행감각, 사륜구동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타이어 그립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굳이 드러내지 않은 크고 작은 개선이 이뤄졌을 법도 하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오감으로 확연히 느낄 변화는 아꼈다.
G80의 움직임은 시종일관 침착하고 조용하며 부드러웠다. 315마력, 40.5kg·m의 파워는 5미터에서 1센티미터 빠지는 길이의 덩치를 끌기에 딱히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자연흡기 엔진답게 힘은 점진적으로 무르익었다. 때문에 가속 초반 추진력은 흐릿하다.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6250rpm을 찍고 기어를 갈아타며 앞 유리 너머 풍경을 매섭게 빨아들인다.

일부 해외 매체는 현대차의 8단 변속기가 ZF보다 반응과 직결성이 ‘살짝’ 떨어진다고 평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예리한 촉으로 파헤친 차이. 오래 타서 느슨해진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소비자에겐 과장 좀 섞어 축복이요 신세계다. 정숙성은 압권이다. 8단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1750rpm. 옆 좌석 승객의 속삭임까지 또렷이
들린다.

굽잇길에서의 움직임은 한계가 높진 않지만 정갈하다. 콘티넨탈 타이어를 신기면서 그립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스티어링으로 노면 정보를 전하는 데는 인색한데, 실력보단 선택의 문제인 듯하다. 승차감은 국내 도로 환경과 환상의 궁합을 뽐낸다. 요철과 충격을 매끈히 걸러 낸다.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이 점에서만큼은 G80를 넘보기 어렵다.

G80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를 자처했다. 그러나 동급수입차도 엔진과 트림에 따라 성능과 장비가 천차만별이다. 가격대를 좁히면 G80의 경쟁 우위는 한층 뚜렷해진다. 종합적인 성능과 운전감각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시장엔 미묘한 차이와 뾰족한 개성에 연연치 않는 소비자가 훨씬 많다. 제네시스가 G80로 노린 수요가 바로 그 지점 에 몰려 있다.

글_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SPECIFICATION

GENESIS G80 3.8 GDI H-TRAC

기본 가격 74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8ℓ DOHC 24밸브, 315마력, 40.5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035kg 휠베이스 3010mm 길이×너비×높이 4990×1890×1480mm 복합연비 8.6km/ℓ CO₂ 배출량 20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