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머잖아 출시할 신차의 얼굴을 슬쩍 공개했다. 어둠 속에서 수줍게 모습을 비친 주인공은 오는 9월 국내 출시가 예정된 신형 i30였다. 새로운 i30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유럽 정통 해치백에의 기백 넘치는 도전인 동시에 현대자동차가 수년 전부터 공들여온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테스트벤치인 까닭이다.

내년께 등장할 i30 N 버전은 250마력 안팎의 출력으로 네 바퀴를 동시에 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맛보기 이미지에는 예상 밖의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바로 새로운 디자인 언어다. 지금 현대차 디자인은 혼돈을 겪고 있다. 기존 디자인 언어(플루이딕 스컬프처 2.0)로 빚어진 신형 에쿠스(EQ900)와 DH 제네시스가 새로 출범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로 편입되면서 빚어진 혼란이다. 대중 브랜드 현대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디자인 테마를 공유하는 건 곤란하다. 결국 제네시스 브랜드가 먼저 선 긋기에 나섰다.

그들의 디자인 테마는 이제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통한다. 이번엔 현대 브랜드 차례. 티저이미지에서 보이는 신형 i30 디자인은 새로운 패밀리룩의 등장을 예고한다. 헥사고널 그릴을 대신한 캐스케이딩 그릴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차는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것’이라고 새 그릴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단박에 와 닿는 설명은 아니지만 앞으로 출시될 모든 현대 브랜드 신차에 적용될 것은 자명하다. 패밀리룩의 새 시대를 예고한 건 현대차만이 아니었다.

신형 i30의 티저 이미지가 공개되고 며칠 뒤, 이번엔 메르세데스 벤츠가 페이스북을 통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생소한 얼굴을 살짝 공개했다. 그들 역시 디자인 언어의 혼란을 겪는 터였다. 무엇보다 서브 브랜드로 자리 잡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디자인이 평범한(?) S 클래스와 크게 구별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Vision Mercedes-Maybach 6)라 명명된 사진 속 차는 지금의 어떤 벤츠와도 닮지 않았다. 가느다란 눈매가 매섭고,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그릴은 웅장하다. 이 차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출품을 위해 디자인한 모델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마이바흐 브랜드의 디자인 독립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아,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는 차체 길이만 6미터가 넘는 초대형 쿠페 콘셉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