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독일차가 강세라지만 그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꾸준하게 외곬으로 성공한 일본차가 있다. 렉서스 ES는 2001년 말 4세대 모델로 국내에 선보인 뒤 2012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지금까지 렉서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이어가고 있다. ES는 편안하고 조용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편의 사양을 강점으로 국내에 충성 고객층이 두껍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까지 좋아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ES는 매물이 나오면 팔리기까지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2015년형 ES 300h는 잔존가치가 20퍼센트 내외로 수입 중고차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낮다.

 

왕년에 잘나갔던 ‘강남 쏘나타’

렉서스 ES는 2001년의 끝을 잡고 국내에 처음선보였다. 초기 모델은 ES 300 하나였다. 나오자마자 히트였다. 이듬해에 바로 1885대가 팔리면서 수입차 시장을 휩쓸었다. 2등을 차지한 BMW 530의 판매량은 이의 절반밖에 되지않았다. 수입차 단일 모델 중 최초로 연간 판매대수 1000대를 넘긴 모델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독일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당시 강남에서 눈에 가장 많이 뜨인 차는 렉서스 ES였다. 이때 렉서스 ES가 얻은 별명이 ‘강남 쏘나타’다. 하지만 ES의 전성기는 4세대까지였다. 5세대로 넘어가면서 독일차에 왕좌를 넘겨주었다. 현재 ES 중고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큰건 6세대 ES 300h이다. 하지만 매물이 가장 많은 모델은 5세대 ES 350으로 가격은 1000만~15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잘나갔던 초기 4세대 ES 300의 현재 중고 가격은 500만원 내외다.

 

 

ES의 세대별 변화 6세대에 들어서야 스핀들 그릴이 적용됐다.

 

 

확 바뀐 6세대

효율적인 독일 디젤 세단에 맞대응하기 위해 렉서스가 꺼낸 카드는 하이브리드였다. 렉서스는 2012년 6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 ES 350과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를 새롭게 투입했다. 2.5리터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얹어 당시 복합연비 리터당 16.4킬로미터를 기록했다. 그때 절대군주로 자리 잡은 BMW 520d와 비슷한 연비에 가격은 1000만원 낮았다. 독일차와 달리 앞바퀴굴림이라 뒷자리가 평평하고 넓은 것도 강점으로 주목받았다. 6세대 ES는 이전 세대에 비해 휠베이스가 45밀리미터 늘어났다. 레그룸과 헤드룸 역시 각각 71밀리미터, 20밀리미터 늘어나 뒷자리가 넉넉하다.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각각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눠 출시해 선택의 폭을 더 넓혔다. ES가 마음에드는데 전기모터의 고주파 소음과 회생 제동 할 때의 흐릿한 브레이크 답력 등이 싫은 소비자는 V6 엔진을 얹은 350을 선택했다.

 

지금의 렉서스 아이덴티티로 굳어진 스핀들 그릴이 ES에 적용된 게 이때부터다. 상하그릴이 통합된 스핀들 그릴은 명확한 수평축을 설정해 시각적인 존재감을 돋보이게 한다. ‘L’자 LED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 인스트루먼트 패널 스티치, 화이트 무드 조명이 세련미를 더해 중고차로 구매해도 고루한 티가 나지 않는다. 이때 나온 모델은 현재 3000만원대에 서 거래되고 있다.

 

 

한 번 더 변신

ES 300h는 그야말로 대히트였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3년 동안 국내 렉서스 시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형 ES 300h는 올해 상반기 2631대가 팔리면서 렉서스 국내 판매량의 59퍼센트를 차지했다. 새로운 ES의 스핀들 그릴은 번호판 부위를 가로지르는 바를 없애 한 덩어리로 뭉쳤다. 배기 파이프는 동그란 모양에서 마름모꼴로 바뀌었다. 가장 많이 바뀐 건 실내다. 스티어링휠 스포크는 가늘어졌고 계기반 안에는 4.2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새로 적용됐다. LS의 스티어링휠 림을 장식하는 시마모쿠(줄무늬 나무) 트림이 추가돼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신형ES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 중고 매물이 적고 감가율이 낮아 4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우아해진 6세대 ES 인스트루먼트 패널 가죽 위를 수놓은 스티치와 우드 트림은 실내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든다.

 

2016년형의 패기 신형 ES의 디자인은 더욱 과감하고 화려해졌다.

 

 

배터리는 문제없나

ES 300h를 중고로 살 때 가장 많이 하는 문의는 배터리다. 높은 효율로 연료비를 아끼려고 하이브리드를 샀다가 나중에 배터리값이 더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다. SK엔카 장한평 직영점 이상원 실장의 말이다. “10년 가까이 하이브리드 중고차를 팔았지만 배터리 문제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침수되 거나 사고가 난 경우가 아니면 반영구적이라 고 봐도 되죠. 중고차로 사도 배터리는 렉서스에서 보증을 받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일본 미야기 현에 있는 토요타 배터리 공장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도 관계자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이상원 실장의 답변과 같았다.

 

이것만은 알고 사라

렉서스 ES를 찾는 소비자는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견고한 내구성 등을 구매 이유로 꼽는다. 렉서스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운전의 재미’도 향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얼마 전 신형 ES 300h를 몰아본 결과 렉서스는 아직 업그레이드할 운전재미 요소를 많이 남겨놓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엔진은 10년 전 그대로다. 주행거리가 10만 킬로미터를 넘어선 4세대와 5세대 모델에선 워터펌프 고장이 잦았다. 배터리 위치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아 골프백은 최대 3개까지만 실린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 접대가 잦은 사람에게는 부적합할 수도 있겠다. ES300h를 중고로 사려는데 사고 이력이 있다면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길 바란다. 뒷부분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면 배터리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