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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ETTORE SOTTSASs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형태와 색상. 아이들이 갖고 노는 우드 블록으로 쌓아 올린 듯한 이 집은 20세기 디자인사에서 가장 강렬한 비주얼과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진 멤피스 디자인의 주인공 에토레 소차스가 디자인한 집이다.

2016.08.18

 

1 하와이 마우이 섬에 자리한 애크미 스튜디오 설립자 부부의 집 전면. 왼쪽에 보이는 은색 박스는 차고다.
2 에토레 소차스의 컬러와 기하학적 형태와 비례미를 엿볼 수 있는 주택의 후면.
3 에토레 소차스가 처음 구상한 이 집의 모델링. 집주인 부부가 가보처럼 여기는 존재로, 집 안에 있는 작업실에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았다.

 

하와이 마우이 섬을 조망하는 높은 언덕에 자리한 집. 하지만 디자인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캐릭터. 바로 멤피스 디자인 사조와 똑 닮았다. 기하학적인 입방체를 쌓아놓은 듯한 형태,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채 조합이지만 결코 유치하다 치부할 수 없는 색감과 절묘한 비율은 멤피스 디자인을 이끈 디자이너 에토레 소차스 특유의 토템 오브제에 담긴 디자인 화법 그 자체다.
“이 집은 에토레 소차스가 설계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 소차스를 필두로 한 멤피스 디자인 그룹 디자이너와 일했어요.” 이 집의 주인은 디자인 볼펜을 생산하는 회사로 친숙한 애크미 스튜디오 설립자 레슬리 베일리(Lesley Bailey)와 애드리언 올라부에나가(Adrian Olabuenaga) 부부로, 멤피스 디자인 마니아다. 1985년 애크미 스튜디오를 설립한 당시부터 부부는 멤피스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문구와 주얼리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반한 소차스는 자신의 아이템을 개발하도록 허락했다.

 

 

 

1 현관 입구. 소차스는 복도 입구나 전이 공간 등에는 아치형 도어나 벽면을 만들어 새로운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디자인 화법을 구사했다. 현관문 옆에 놓인 의자는 애드리언의 동료이자 미국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디자이너피터 셔의 ‘A one-of-a-kind chair’.
2, 3 오버사이즈로 과감하게 표현한 계단의 난간과 면과 면의 색상을 달리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4 방문과 벽면의 색상을 대비시켜 밝고 명료한 분위기를 연출한 2층 공간.

 

해발 3400피트(약 1036m) 언덕에 자리한 레슬리와 애드리언 부부의 집은 마우이 섬 자체가 조망됨은 물론 주변에 있는 섬 4개도 또렷이 보인다. 이렇듯 독보적인 입지에 옐로, 그린, 블랙의 다양한 큐브와 박공지붕 모양의 빨간색 직사각형이 방점을 찍는 이 집은 애크미 스튜디오의 철학과 정신을 나타내는 디자인 스튜디오로도 사용되고 있다. 소차스의 팬이자 지지자인 애드리언은 실내 디자인까지 모두 소차스가 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이 집은 외관에 부합하는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실내는 외관과 같은 색상과 독특한 조형미 그리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딱 에토레 소차스 디자인이다. 매끈하게 빠진 아치 도어, 오버사이즈로 제작한 계단 난간, 바닥부터 벽 끝까지 이어지는 스틸 손잡이 등 전형을 벗어난 독특함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 집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색상과 비율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을 최상으로 반영한 이상적인 비율과 형태 그리고 공간과 공간 사이를 드나드는 빛을 고려한 색상의 조화미 등 소차스의 색감과 비율에 대한 탐구는 가히 타고난 본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집을 통해 소차스는 매일 우리에게 무언가 일깨워주고 있어요. 한번은 그가 이 집을 짓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물어보더군요. 마우이 섬에는 어쩌면 저렇게 솜털 같은 구름이 많은지 말이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존재를 눈여겨보다니! 그리고 소차스가 말한 그 구름은 침실 창문에서 극명하게 보인답니다.” 기존 디자인 사조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에토레 소차스. 부부는 그와 함께 일하면서 얻은 큰 유산은 ‘달리 보는 법’이라 말한다. “우리 집 뒤뜰에 있는 작은 직사각형 연못 또한 소차스가 디자인한 거예요. 이는 소차스가 미국에 왔을 때 접한 타이레놀 알약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먹었던 것들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어요.” 애드리언은 그와 집을 짓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회고한다. “우리 부부는 클라이언트라기보다는 건축 학교에 다니는 학생 같았어요.” 애드리언은 아내보다 더 오래된 소차스의 팬이었다. 소차스를 처음 만난 것도 애드리언으로, 이는 그의 지인인 디자이너 피터 셔(Peter Shire)를 통해서였다. 피터는 미국 디자이너로서 멤피스 디자인 운동에 뜻을 같이한 멤버였다. “소차스가 뉴올리온스에 강의를 하러 온 적이 있는데, 그때 피터가 소차스의 저녁 식사에 저를 초청했죠. 너무 흥분된 순간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애드리언과 소차스는 인연을 맺었다. 애크미 스튜디오에서 멤피스 주얼리를 생산할 무렵, 부부는 거주지를 하와이로 옮길 예정이었다. 삶터와 작업 공간이 함께 있는 집을 원한 부부는 그들 나름대로 건축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소차스가 건축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부는 허심탄회하게 소차스에게 집을 짓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고,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내가 언제 거기로 가면 될까?” 소차스는 그해 9월, 처음으로 하와이 마우이 섬에 발을 디뎠다.

 

 

 

아치형 입구를 통해 거실과 다이닝 룸을 자연스럽게 분리하고 연결한 디자인.
아치형 입구가 있는 벽면은 타일로 마감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컬러가 돋보이는 커피 테이블은 집주인 애드리언이 디자인했다.

 

 

 

1 에토레 소차스가 디자인한 침대 헤드보드와 캐비닛. 제작은 멤피스 디자이너인 렌초 브루골라가 했다. 자물쇠가 있는 캐비닛 안에는 소차스와 그가 나눈 ‘러브 레터’가 보관되어 있다고. 2 집주인 부부가 모은 빈티지 야외 가구. 디자이너와 제작 시기가 명확하지 않지만 멤피스 디자인과 유사한 느낌이라 좋아한다고. 3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거실. 소파 뒤로 펼쳐지는 맑은 하늘이 백미다. 디테일에 강한 소차스는 가구 선택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거실의 소파와 라운지 체어는 하와이 빈티지 숍에서 함께 고른 것이고, 원형 사이드 테이블은 소차스가 디자인한 것이다. 커피 테이블은 애드리언이 디자인했다. 4 용적인 동선으로 디자인한 주방. 색상 매치만으로 멤피스 디자인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다. 5 격자로 창을 낸 침실의 전망.

 

소차스가 집터를 보러 온 것도 부부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소차스가 집터를 천천히 거닐더니 들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군요. 그것을 건네며 제게 말하길, ‘조심히 다뤄, 이게 네 집이니까’ 하는데. 세상에! 집 모형을 완성해온 거예요.” 레슬리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집 모형은 스튜디오에 안에 보물처럼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소차스가 의외로 중요한 걸 빼먹었어요. 드레스룸, 세탁실, 차고 등을 배제한 거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탈리아 주거 생활에서 이런 공간은 별도로 있던 게 아니더군요.” 이와 비슷한 실수 아닌 실수는 외관 디자인에서도 반복되었다. 소차스의 멤피스 디자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토템, 즉 탑 모양의 오브제는 애드리언이 선호하는 것으로 그는 지붕에 탑을 얹고 싶어 했다. 이러한 뜻을 눈치챈 소차스는 집 모형에 빨간 삼각형 탑을 얹었다. 하지만 실제 도면에 적용한 결과 2층까지밖에 올릴 수 없는 마우이 주택법에 의거, 3층으로 간주되어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소차스와의 건축은 역순으로 진행되었다. 소차스가 제안한 디자인이 현지에 실현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해간 것. 그러면서 문제로 알게 것은 소차스 디자인의 핵심인 외장재였다. 소차스가 제안한 집의 형태는 컬러와 어우러졌을 때 빛나는데, 이 컬러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는 대리석 골조로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야 했다.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걸 알았죠. 대안을 찾기 위한 시간은 의외로 오래 걸렸죠.” 부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소차스의 호의를 통해 집 짓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 집은 소차스가 마우이 섬을 방문한 지 6년이 지난 1995년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원안을 그대로 따르고 표현하고 싶은 게 저희 심정이지만 쉽지는 않았죠. 착공 전날까지 소차스한테 얘길 안 했어요.” 애드리언의 굳은 의지로 인해 진짜 착공을 눈앞에 둔 시점, 그게 우연히도 크리스마스이브였다고. “소차스에게 전화해 사실을 알리니 이게 자기 평생에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기뻐했어요.” 애드리언은 집을 짓는 2년 동안 매일 밀라노에 있는 소차스와 그의 직원들과 전화와 팩스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건축 현장의 매니저와 자재 담당자들 사이를 오가며 건축가가 의도한 디테일을 전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부가 고군분투한 동안 소차스 역시 3번이나 현장을 방문해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집이 완성된 후 소차스는 다시 이곳에 올 수 없었다. 이미 집을 지을 당시 그의 나이는 80세가 넘었고, 2007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애크미 스튜디오 설립자 레슬리와 애드리언 부부. 집 안에 마련한 작업실은 멤피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에토레 소차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책장 위에 진열된 오브제를 비롯해 스튜디오 가구 모두 소차스 디자인이다.

 

“이 집은 원형 그대로는 아니에요. 하지만 소차스가 처음 제시한 모델과 스케치북에 컬러링을 한 외관을 보면 그가 추구하고자 한 색상과 비례를 읽을 수 있죠.” 소차스는 이 집의 색상을 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마우이 환경에 어울리는 신선한 컬러의 조합을 염두에 뒀죠. 그런데 이곳 햇살은 너무 강해서 처음 칠한 컬러가 바랬어요. 블랙은 라이트한 그레이가 되었고, 레드는 핑크처럼 보이더군요.” 올해로 지은 지 19년이 된 집은 건재하건만, 유독 빛을 발한 모습이 부부의 마음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소차스는 이럴 걸 알고 이미 제게 색상을 유지하려는 욕심을 버리라 했어요..” 그러나 올해 초, 부부는 외관 컬러를 복원하기로 결심했다. “최신 기술로 개발된 페인트를 택했어요. 빛에 강해서 색상을 오래 유지하는 페인트로 칠했으니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작년에는 차고에 LED 조명도 설치했다. 부부가 최근 구입한 전기자동차를 위한 것인데, 이는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세계인이 환경 보호를 통해 지구를 보존해야 하듯, 우리 부부는 디자이너로서 소차스가 남긴 가치 있는 디자인 유산인 이 집을 잘 보존해야겠죠.” 레슬리가 회상한다. 처음 집을 완성하고 들어온 날, 마치 캔디 가게에 들어와 사는 듯한 독특한 느낌은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지금도 이 집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줘요. 이 마술에 빠진 기분을 평생 갖고 살 수 있다니! 에토레 소차스, 고마워요!” 소차스를 향한 애드리언과 레슬리의 오마주가 길이 빛나길 바라본다.

 

 

 

작업실 입구 장식장에는 에토레 소차스가 생전에 발표한 디자인을 각 리빙 브랜드에서 제작 판매한 아이템이 전시되어 있다. 해비타트와 같은 리빙 브랜드를 비롯해 에지치아 등 테이블웨어 전문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이 눈에 띈다. / 애크미 스튜디오 작업실 가구는 한눈에 봐도 멤피스 디자인임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에토레 소차스 오리지널 가구는 아치형 입구가 인상적인 책장 ‘조토’와 플로어 램프 ‘트리톱스’, 의자 ‘올리베티’ 등 세 가지 아이템. 책상은 애드리언이 디자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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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은정 Photo MARIKO REED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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