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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인의 타인들

작가 23인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벌였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들 것! 그들이 탄생시킨 23인의 ‘타인’들이다.

2016.08.11

 

내게는 타인, 그러니까 여인들에 대한 책

이 글을 쓴 이명석은 문화 칼럼니스트이다. 

 

작가 23인이 ‘인물’을 제목으로 하는 짧은 이야기들을 내놓았다. 나는 여주인공들을 맡아 접견하기로 했다. 그전에 내가 소설에서 흔히 만날 것 같은 여주인공들을 떠올려봤다. 사랑으로 행복해지는 신데렐라, 사랑으로 고통받는 테스, 사랑 맺어주기에 열심인 엠마, 사랑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을 해결하는 미스 마플. 책을 펴고 면접을 시작했다. 예상 속의 전형은 없었다. <타인들의 책>에 나오는 여인들은, 내겐 정말로 타인들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들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 “우와, 너.” 자신이 짝사랑한 남자와 결혼한 대학생 시절 룸메이트의 집에 온 솔레유는 말했다. “신데렐라 같아.” 거짓말이었다. 신디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미술품 경매 여행을 다니는 최상류층. 하지만 매일이 무료할 뿐이다. 보다 지적인 직업은 어떨까? 지방법원 판사 글래디스 파크스슐츠는 심란하다. “미움을 받고 살아 있다고 느끼는 편이 낫다.”
나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분석’의 돋보기를 꺼냈다. 이야기란 항상 말썽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이 자신 앞에 당도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스토리텔링이다. 잘 수습되면 행복한 결말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너무 짧다. 그래서 말썽과 해결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느 쪽? 당연히 말썽. 심각한 심장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다쟁이 할머니, 애인이 ‘관계를 완성시키기’ 직전에 뺑소니 사고로 죽은 중년 여성, 태어나자마자 죽을 게 뻔한 아이를 밴 엄마.
그 문제들 자체가 주인공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항상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끼리의 관계. “어떻게 제게 햄을 주실 수가 있어요?” 채식주의자인 딸이 항의하자, 글래디스 판사는 딸과 남자친구를 집 밖으로 쫓아낸다. 그러곤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폭발 사고 때문에 나무둥치 뒤에 숨어 있는 자신을 나무라던 엄마를. 솔레유는 짝사랑/룸메이트였던 부부로부터 외면당한다. 하지만 그들의 딸 가브리엘과는 묘한 우정을 쌓는다. 가브리엘은 솔레유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에게 주소를 준다. 사과하러 오라고. 결론적으로 여자들은 미스터리다. 무더위 속에 개구리들이 몸이 터져 죽어버리는 날, 아기를 밴 렐레는 범람 위기의 강변 집을 떠나지 않는다. 간호사, 조종사, 비즈니스 우먼, 자선사업가, 그리고 넬슨 만델라의 딸이기도 한 마그다는 도로용 원뿔로 시청 직원들을 두들겨 팬다.

 

 

타인, 특히 남자들을 이해하는 법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영화를 보고 와서 말했다. “그 감독은 여자를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나봐. 영화 속 그의 시선에 고스란히 드러나더라.” 그러자 적어도 스무 해는 알고 지낸 친구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너 알 수 없어. 너 신비롭다니까.”
타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다른 성별의 타인을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미처 답하기도 전에 더 어려운 질문에 가로놓인다. 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석기도 하고, 가끔 의외로 번뜩이기도 하고, 나와 다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저, 사람들. 어찌 보면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타인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작가 23명이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 하나의 소설 속에는 무궁무진하게 많은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그 수많은 ‘타인’들은 작가 주변의 사람들이 가진 특징이 흩어지고 다시 모여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들이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이해한 타인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 드글드글하다. 이 책 속의 소설들은 하나의 공통점만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의 힘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 가능하다. 나는 이 소설 속의 남자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들은 다 다르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장악한다.  편집증적인 평론가 퍼쿠스 투스는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서로를 증오하는 아버지와 아들은 어떤가. 핸웰 시니어가 핸웰에게 한 짓과, 핸웰이 자신의 아들에게 한 짓은 닮은꼴이다. 핸웰이 핸웰 시니어에게 했듯이, 핸웰도 자신의 아들에게 당한다. 서로 닮았기 때문에 서로 증오하는 핸웰들. 타인의 눈으로 보는 타인들은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 소설의 캐릭터들은 현실의 인간을 이해하는 기준을 준다. 나는 퍼쿠스 투스적인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핸웰 시니어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듯이. 햄릿이 어떤 사람들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고, 뮌히하우젠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도록 ‘증후군’의 이름이 되듯, 만들어낸 타인들은 현실의 사람들을 보다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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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홍지은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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