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CALIFORNIA T 

 

 

기본 가격 2억78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2인승, 2도어 컨버터블 길이×너비×높이 4562×1909×1322mm 휠베이스 2670mm 엔진 V8 3.9ℓ DOHC 트윈터보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최고출력 560마력/7500rpm 최대토크 77.0kg·m/4750rpm 공차중량 1730kg 0→시속 100km 가속시간 3.6초 최고시속 315km 연비(복합) 7.4km/ℓ CO₂ 배출량 242g/km

 

 

 

부드러워져라, 호잇! 뒷바퀴에 장착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부드럽게 만들어 장거리 여행도 거뜬하다.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FERRARI CALIFORNIA T
낮 은 시트에 엉덩이를 끼워 넣으니 운전대가 눈높이에 있다. 시트를 한껏 높이며 이러다간 지붕을 닫다 머리가 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낮은 시트가 주는 야릇한 긴장감이 있다. 특히나 이 차는 페라리다. 여느 때처럼 힘들지만 짜릿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스멀스멀 피어난다.  
이제 스티어링휠에 달린 페라리 레드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아무 생각 없이 공간을 이동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고 왼손 엄지손가락을 뻗어서 누르면 되는데, 지금 이 기분을 좀 더 지속하고 싶어 버튼을 어루만지며 조몰락거렸다. 순간 변태가 된 느낌이 들어 성급히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V8의 헛기침 소리가 약간 몽환적이었던 심리 상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페라리를 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탈 때마다 묘한 감정이 되고는 한다.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거리감일 수도 있고 페라리 브랜드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일지도 모른다. 물론 차값이 주는 부담감이 가장 클 것이다.
‘차 가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나?’ 모른다. 그런데 싸건 비싸건 모두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이동이 주는 즐거움의 질과 양은 사뭇 다르다. 세상에는 그러한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을 위한 비싼 차는 수두룩하다. 그러면 캘리포니아 T는 얼마나 즐거울까? 3억원의 가치만큼 즐거울까?
캘리포니아 T의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그런데 여타 페라리보다 부드럽다는 뜻이지 이 차가 낭창거리지는 않는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음에도 허리와 엉덩이로 가해지는 충격량이 적은 것은 신기하다. 댐퍼(마그나라이드)에 자성유체를 넣어 충격에 따라 댐핑 스트로크 값이 달라지도록 한다는 건 생각할수록 사치스럽다. 더불어 컴퓨터가 네 바퀴의 충격량을 계산해 댐핑값을 따로 지정해서 차체가 앞뒤 좌우로 쏠리지 않게 한다. 페라리는 물리학과 유체역학을 이 작은 쇠뭉치 속에 넣었다. ‘아! 비쌀 만하다’라고 생각했다.

 

 

 

페라리니까 여행의 동반자가 ‘페라리’라는 것만으로 그 여행은 이미 최고의 사치다.

 

친절한 승차감은 페라리로부터 대우받고 있는 기분이다. 변속은 부드럽고 엔진은 그윽한 소리를 낸다. 스티어링휠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운전자에게 빨리 달리라고 종용하지도 않는다. 속도보다는 기분을, 치열함보다는 느긋함을 즐기라고 배려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질주가 아닌 주행의 즐거움을 탐닉하게 된다. 풍경을 즐기고 바람을 느낀다. 이 차의 지붕이 활짝 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정의 풍성한 기억을 위한 페라리의 배려다.
‘이럴 거면 왜 페라리를 살까? 이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조용하며 빠르고 낮은 가격의 차가 많은데.’ 사실 이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차는 레이싱 역사에서 가장 또렷한 업적을 남긴 페라리다. 속도와 가장 치열하게 싸운 브랜드였고 지금도 그들은 물리학을 거스르는 속도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페라리가 마냥 느긋할 리 만무하다.
스 티어링휠에 달린 마네티노 스위치를 스포츠로 돌리면 배기파이프 헛기침 소리가 달라진다. RPM이 오르고 댐퍼 안의 자성유체도 긴장한 것처럼 허리로 오는 충격량이 달라진다. 가속은 가열차고 회전은 날카롭다. 특히 뒷바퀴 그립이 2만 배쯤 좋아진 느낌이다. 어떻게 이렇게 뒤가 빨리 따라오는지 신기하다. 특히 시속 200킬로미터 내외에서의 움직임은 발군이다. 어떤 차보다 안정적이고 빠르다. 급한 움직임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엔진. 난 터보래그를 느끼지 못했다. 물리적으로 없을 수는 없겠지만 난 못 느꼈다. 스로틀은 즉각적이었고 엔진은 8000rpm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자연흡기의 그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낮은 rpm에서부터 높은 토크가 쏟아져 나오니 처음부터 업템포다. 비밀은 가변식 터보 부스트다. 페라리는 마세라티에서 엔진을 가져오면서 많은 변화를 줬다. 크랭크샤프트를 플랫-플레인(flat-plane) 방식으로 바꿔 회전 관성을 줄였고 두 개의 트윈 스크롤 터보를 달았다. 그런데 1~3단은 부스트 압력을 높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토크를 56.6kg·m로 제한했다. 그렇게 출력을 제한하면서 터빈에 배기가스가 차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페 라리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세심하고 치밀했다. 무엇 하나 일매지지 않은 것이 없으며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사치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을 위한 소비가 아닐까? 소비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 말이다. 명품과 제품의 차이가 그런 것에 있는 법이니까.

 

 

 

잠시 휴식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잠시 멈추고 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를 받으며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FR, 2+2 캘리포니아 T의 후드 안에는 560마력의 힘을 내는 V8 터보 엔진이 들어가 있다. 실용적인 +2 시트 덕분에 데일리 카로도 손색없다.

 

 

 

 ROLLS-ROYCE DAWN 

 

 

기본 가격 4억49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4인승, 2도어 컨버터블 길이×너비×높이 5285×1947×1502mm 휠베이스 3112mm 엔진 V12 6.6ℓ DOHC 트윈터보 변속기 8단 자동 최고출력 563마력/5250rpm 최대토크79.6kg·m/1500~5000rpm 공차중량 2560kg 0→시속 100km 가속시간 5초 최고시속 250km 연비(복합) 5.9km/ℓ CO₂ 배출량 330g/km

 

 

 

마법의 양탄자 컨버터블에 맞게 새롭게 설계된 에어 서스펜션은 비포장도로에서도 물 위를 흐르듯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함께하는 사치
ROLLS-ROYCE DAWN
서울 청담동 롤스로이스 모터카 전시장 앞. 던이 지붕을 열어젖히고 비비드한 주홍빛 속내를 드러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호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비싼 무언가의 기다림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던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운전하지 않아도, 저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영국 속담 중에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을 나누면 두 배로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던이 딱 그렇다. 이날 시승엔 롤스로이스 모터카 관계자 3명이 함께했다. 그렇게 ‘탑승의 즐거움’은 4배가 됐다. 우리는 여유롭게 각자의 공간을 차지했다. 뒷자리는 중형 세단에 탄 것처럼 안락했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여름날의 산들바람이 실내로 스며들었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기분 좋은 수다를 떨도록 부추겼다. 이 공간 안에서는 누구도 ‘나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운전석에 앉아 평소처럼 스티어링휠 윗 부분을 양손으로 꼭 잡자 옆에 동승한 롤스로이스 모터카 최재준 과장이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운전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스티어링휠 아랫부분을 양손으로 살짝 잡고 운전해보세요.” 그의 말대로 하자 핸들링이 좀 더 얌전해졌다. 부드럽고 푹신한 승차감까지 더해지니 자동차를 운전한다기보다 잔잔한 호수 위를 항해하는 느낌이었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며 지붕을 닫자 실내는 프라이빗 라운지처럼 조용해졌다. 시속 50~60킬로미터에서는 엔진음조차 주의를 기울여야 들렸다. 우리는 옆 사람과 대화하듯 한결 수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던의 지붕은 6겹의 천으로 만들어 쿠페 모델인 레이스 수준으로 소음을 차단했다. 천은 ‘프렌치 심(French seam)’ 기법을 사용해 솔기를 뒤집어 기워 끝이 보이지 않게 매무새를 다듬었다. 지붕은 시속 50킬로미터 이하에서 22초 만에 개폐되는데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미세하게 날 뿐 ‘스르륵’ 고요하게 움직인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두고 ‘침묵의 발레(Silent ballet)’라는 별칭을 붙였다. 롤스로이스가 소프트톱을 고집하는 이유는 실버 던 드롭헤드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기 위해서다. 실버 던 드롭헤드는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단 28대만 생산된 롤스로이스의 위대한 유산이다.

 

 

 

1 사교의 공간 던은 함께 즐기는 차다. 호화스러운 던과 있으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다. 2 슬림핏 던의 스티어링휠 두께는 클래식카처럼 가늘다. 팬텀은 이보다 더 가늘다.

 

롤스로이스가 아무리 퍼포먼스 위주로 타는 차가 아니라고 해도 V12 트윈 터보 엔진이 내뿜는 파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게가 2500킬로그램이 넘는 이 거구는 고속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채 부드럽게 품위를 유지했다. 뒷자리에서도 급한 가속력보다 포근히 감싸 안고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끓어오른 높은 토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계기반 왼쪽에 있는 파워 리저브는 아직 남은 힘을 과시했다. 던을 비롯한 고스트 라인업에는 별도의 주행모드가 없다. 팬텀 쿠페에만 ‘S(스포츠)’ 모드가 있을 뿐이다. 같은 V12 엔진을 쓰더라도 고스트와 레이스, 던은 트윈 터보차저를 달았고 팬텀은 자연흡기 방식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옆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지붕을 열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오갔다. 지붕을 열자 주위의 시선이 집중포화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순수하고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았다. 저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물이 얕게 고인 웅덩이를 지나자 ‘촤라락’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때렸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였지만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지붕을 연 채로 달렸다. 길 곳곳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이 햇볕을 막아주었고, 밖의 후텁지근한 공기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뒤섞여 중화됐다.
우린 던 안에서 컨버터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럽 사람이 봤을 때 한국 소비자는 4인승 컨버터블에서 유독 윈드 디플렉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지붕을 열고 빠르게 달리면 괜찮지 않을까요?” “던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이렇게 지붕 열고 달릴 수 있는 차 한 대만 있으면 좋겠네요” 따위의. 그리고 어제 봤던 TV 프로그램, 요즘 개봉한 영화, 지나가는 풍경, 결혼과 연애, 살아오면서 가장 럭셔리했던 순간 등을 소재로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던 안으로 녹아 들어갔다. 마치 4명이 연회장에서 몰래 빠져나와 아직 식지 않은 여흥을 달래며 또 어디론가 떠나는 여정처럼.
던의 가격은 4억4900만원부터 시작되지만 우리가 즐겼던 차는 6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1년에 드는 보험료만 약 1300만원에 달한다. 캐나들 패널, 비스포크 오디오, 플루트와 바이올린에서 영감을 얻은 버튼, 높은 고도에서 방목한 송아지 가죽으로 덮은 시트 등 고급스러운 장치와 소재는 일일이 열거하기에 끝이 없다. 그야말로 사치스럽다. 사치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혼자만의 만족이 아닌 과시와 공유, 사교에 목적이 있다면 롤스로이스 던은 컨버터블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나무 그늘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환희’다.

 

 

 

1 코치 도어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코치 도어는 품위 있고 우아한 탑승을 돕는다. 2 캐나들(Canadel) 패널 요트의 갑판을 연상시키는 U자 형태의 캐나들 패널은 롤스로이스 장인정신이 깃든 최신 목조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패널은 대시보드 등 실내 구석구석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스타일의 호사스러운 드라이빙을 즐겼다.

서울로 돌아갈 때 두 차 모두 연료가 바닥이 나 주유소에서 뭇 시선을 받아야 했다.

 

 

멋진 하루

우리는 하루 동안 각자 다른 스타일의 호사스러운 드라이빙을 즐겼다. 서울로 돌아갈 때 두 차 모두 연료가 바닥이 나 주유소에서 뭇 시선을 받아야 했다. 주유를 마친 이진우 에디터는 페라리와 함께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이 마치 폐장이 얼마 남지 않은 놀이동산에서 양껏 못 논 어린아이 같았다. 나를 포함해 던에 앉아 있는 4인은 모두 저녁에 약속이 있었음에도 왠지 모를 여유를 부렸다.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가도 됩니다.” 우린 지붕을 열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우리 눈앞엔 해가 멋들어지게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