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FICATION 

기본 가격 39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6ℓ SOHC 8밸브 터보 디젤, 120마력, 30.6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435kg 휠베이스 2610mm

길이×너비×높이 4285×1810×1535mm 복합연비 14.5km/ℓ CO₂ 배출량 130g/km

크로스오버(Crossover)란 말이 익숙해진 건 음악 때문이었다. 여러 장르를 접목해 만든 음악을 크로스오버라고 하는데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1990년대에 이런 혼합 장르가 크게 유행했다. 대개 클래식 음악과 혼합한 음악을 크로스오버, 록이나 재즈와 접목한 음악을 퓨전이라고 했다. 사실 이건 편의에 의한 구분일 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가 1969년 발표한 앨범 <Bitches Brew>를 초기 혼합 장르로 보는데, 재즈에 록의 요소가 일부 섞인 이 앨범은 당시 퓨전이 아니라 크로스오버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엔 음악보다 자동차에서 크로스오버란 단어를 더 많이 듣는다. SUV의 인기가 높아지며 SUV의 디자인이나 성능, 실용성 등을 가미해 내놓는 모델이 덩달아 많아졌는데 이들을 모두 크로스오버란 장르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름에도 크로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간접적으로는 각종 SUV의 이름에 단골로 들어가는 알파벳 X가 크로스오버를 의미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는 볼보 크로스 컨트리, 혼다 크로스 투어, 폭스바겐 크로스 폴로, 스바루 XV 크로스트렉 등이 있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DS의 DS4 크로스백도 마찬가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DS4의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크로스백은 최저지상고를 DS4보다 30밀리미터 높였다. 여기에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와 앞범퍼 하단, 휠, 휠 아치, 사이드미러, 루프레일을 검정색으로 꾸며 차별화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DS4보다 DS4 크로스백이 더 멋지다. 일단 자세와 비례가 그렇다. DS4는 동급 차종에 비해 조금 높고 앞 오버행도 약간 긴 편이다. 동급 해치백인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하자면 길이는 20밀리미터 긴데 휠베이스는 30밀리미터 짧다. 그러면서 높이는 75밀리미터 더 높다. 때문에 늘씬하고 날렵하기보다는 풍만하고 껑충해 보였다. 애초에 크로스오버 모델 같은 느낌이 있었단 얘기다. 여기에 차체를 조금 올리고 크로스오버 같은 꾸밈새까지 더하니 자세가 좀 나온다.
DS4 크로스백은 얼굴도 말쑥해졌다. DS4의 부분변경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처음 선보인 DS4는 당시 시트로엥의 고급 브랜드로 데뷔했다. 그래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시트로엥의 로고인 더블 쉐브론이 큼직하게 들어갔고 DS 로고는 보닛 앞쪽 끝자락 가운데와 B필러 상단에만 작게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DS4 부분변경 모델은 DS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DS 윙(DS Wing)’이라 불리는 육각 형태의 새로운 그릴은 DS 로고를 중앙에 큼직하게 붙여 강조했다. 크롬으로 감싼 그릴의 안쪽은 검정색의 그물망 구조로 채워져 스포티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시트로엥의 흔적을 지운 건 DS 브랜드의 독립 때문이다. 2014년 3월 PSA그룹 CEO에 취임한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은 그보다 앞선 2014년 2월 열린 PSA그룹 콘퍼런스콜을 통해 DS 브랜드 독립 및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을 공언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열린 2014 파리모터쇼에서 DS 브랜드의 분리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과 유럽에서는 2015년부터 딜러십과 브랜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2012년 DS 진출 당시부터 브랜딩을 따로 진행해왔다.
PSA그룹은 DS를 매우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통해 확고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타바레스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이 기간을 무려 “20년으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국내에선 아직 DS 브랜드가 시트로엥의 딜러십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DS4 크로스백은 시트로엥의 DS4 크로스백이 아니다. DS의 DS4 크로스백이다. 그리고 DS3나 DS5도 마찬가지다. DS의 DS3이고 DS의 DS5라 불러야 한다.
하 지만 최초 출시됐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실내에서는 여전히 시트로엥의 흔적이 발견된다.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다. DS4 크로스백의 고급형에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7인치 터치스크린 아래 버튼이 12개나 줄었다. 센터페시아가 깔끔하고 새로워졌다. 화면의 로고도 DS로 바꿨다. 블루투스 오디오도 채용됐다. 더불어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추가됐다. 디자인은 물론 시스템까지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출시된 DS4 크로스백은 종전 DS4의 실내가 그대로다. 변속기가 바뀌며 변속기 레버 주위의 디자인이 달라지긴 했지만 센터페시아는 전과 같다. 버튼도 줄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단 얘기다. 여전히 블루투스로는 전화 통화만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음악은 AUX 단자나 USB를 연결해 들어야 한다. 시스템 부팅 화면과 메인메뉴 화면에 시트로엥 로고가 남아 있다. 겉은 멋진데 속은 좀 개운치 않다.
그 래도 진짜 속내라 할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가 꽤 개선됐으니 다행이다. 엔진은 유로6 배출 기준을 만족하는 동시에 8마력, 3.1kg·m 강해졌다. 120마력 30.6kg·m를 발휘하는 블루HDi 디젤 엔진은 EAT6 6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최근 푸조와 시트로엥의 주요 디젤 모델에 두루 쓰이고 있는 EAT6는 1.6리터 디젤 엔진과 특히 궁합이 좋다. 아무튼 수동변속기를 자동으로 변속해주는 방식의 EGS가 아니니 됐다. 고급 브랜드를 표방하는 DS라면 변속할 때마다 울컥거리고 반응이 굼뜬, 운전자가 굳이 차에 적응해야만 하는 EGS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40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새 로운 엔진과 변속기는 보다 가뿐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물론 톱니가 쩍쩍 맞물려 돌아가는 EGS에 비해 직결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변속이 빠르고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뿜어지는 엔진회전수 부근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 경쾌하게 달린다. 서스펜션은 편안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진동 때문에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 도로를 내달리면 확실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충격을 잘 흡수한다. 코너를 과격하게 꺾어 달리는 차는 아니란 얘기다.
크로스오버 모델이지만 네바퀴굴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능형 트랙션 컨트롤(Intelligent Traction Control)이 들어가 거친 도로에서도 무리없이 잘 달린다는 게 DS의 설명이다. 특히 미끄럽거나 눈 덮인 도로에서 그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승 중 험로를 가보진 못했다.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리터당 14.5킬로미터다. 장점은 거칠게 주행하든 무난하게 운전하든 연비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미덕이다. 굳이 연비 운전을 하지 않아도 실망스러운 수치를 보여주진 않는다. 아울러 요소수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선택적 촉매 환원 시스템(SCR)을 사용하고 있어 최근 논란인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기도 하다. SCR 방식은 자동차 가격을 200만~400만원 정도 상승시키는 비싼 장치지만 질소산화물을 90퍼센트 이상 저감시킨다(실험실 기준). 현재 상용화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중 가장 확실한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요소수를 제때 잘 보충해줘야 하며 이에 따른 유지 비용이 좀 더 발생하긴 한다. 그래도 환경에 관해서라면 확실한 게 좋다.
DS4 크로스백은 국내엔 소 시크(So Chic)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3920만원이다. 이 정도면 수입차로만 시야를 좁혀도 중형세단은 물론 SUV와 미니밴까지 다양한 종류에 뛰어난 상품성을 가진 차들이 즐비하다. 대충 봐도 정말 많다. 쉬운 경쟁은 아니겠다. DS4 크로스백이 소비자들에게 얼마큼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