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롬웰 호텔 2층에 있는 레스토랑 지아다(GIADA). 2 베이거스 언코크드 행사 중 ‘그랜드 테이스팅’은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시저스 팰리스의 야외 수영장에서 행사가 열렸다. 3 쇼핑, 다이닝,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단지 컨테이너 파크. 4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디너 온 더 스트립’ 행사의 모습. 5 수많은 불빛으로 채워진 라스베이거스의 야경. 6 라스베이거스의 매력 중 하나는 수많은 공연과 쇼가 열린다는 것. 현재 룩소 호텔에서는 블루맨 그룹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고백하자면,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로망이 크진 않았다. 카지노에서 유흥을 즐길 성격도 아닌 데다가,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북적이니 여행을 떠나자 치면,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로운 나라를 찾아 떠났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도시였다. ‘수많은 공연과 쇼, 호화로운 호텔, 밤새도록 열리는 카지노’ 외에 라스베이거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키워드는 ‘먹거리’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여유 넘치는 브런치, 와인 한잔 곁들이며 음미하는 해산물 요리, 숯불 향과 육즙이 가득 터지는 패티가 들어 있는 햄버거까지. 맛집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훌륭한 요리들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호텔 중심 문화 때문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 도시인 만큼 라스베이거스에는 훌륭한 호텔이 많다. 그리고 호텔 안에는 즐길 거리 또한 다양하다. 백화점과 쇼핑몰, 공연장, 심지어 작은 배를 탈 수 있는 운하도 있다. 그리고 명성 높은 호텔마다 유명한 셰프의 특색을 담은 시그너처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예를 들어, 베네시안 앤 팔라조 호텔에는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다니엘 블뤼(Daniel Boulud)의 레스토랑이 있고, 시저스 팰리스에는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과 고든 램지의 요리 스승으로 알려진 기 사보이의 프렌치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로 유명한 페이야드가 있다. 그리고 크롬웰 호텔에는 스타일리시한 스타 셰프 지아다 드 로렌티스가 처음으로 낸 레스토랑 지아다(Giada)가 있다. 이 외에도 아리아 호텔 1층에 있는 세이지(Sage)는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인 셰프 숀 매클레인이 오너 셰프로 있는데, 미국적인 메뉴에 지중해식 요리법을 적용한 깔끔하고 담백한 요리로 매일 만석을 기록하는 곳이다. 이처럼 라스베이거스는 뛰어난 스타 셰프 레스토랑의 집결지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헬기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을 둘러볼 수 있다.

매년 5월 즈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식 축제 ‘베이거스 언코크드’가 열린다. 개최 첫해 오픈 세리머니에서 30초간 500병의 와인 코르크를 딴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이 행사는 미국의 푸드 매거진 <본 아페띠>의 주관 아래 이루어진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고든 램지, 장 조지, 기 사보이, 다니엘 블뤼 등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 문화 축제다. 샴페인을 칼로 터뜨리는 일명 ‘세이버 오프’ 세리머니로 베이거스 언코크드는 시작된다. 행사는 약 4일 동안 이어진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자리는 행사 당일 저녁에 열린 ‘디너 온 더 스트립(Dinner on the Strip)’으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배경으로 도시의 마천루를 감상하면서 셰프들의 요리를 여유롭게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베네시안 호텔에서 진행되었는데, 에머릴 라가세와 다니엘 블뤼, 올리비에 뒤브레이유 등 총 다섯 명의 셰프가 호스트로 나섰다. 에머릴 라가세는 애피타이저로 차갑게 요리한 알래스카 킹크랩을 선보였는데, 메이어 레몬 그레몰라타와 올리브 오일로 상큼하고 담백하게 요리해 입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다음으로 다니엘 블뤼의 돼지고기 요리와 각종 테린을 맛보았다. 테린은 잘게 썬 고기나 생선 등을 그릇에 담아 단단히 다진 뒤 차게 식힌 다음 얇게 썰어 전채 요리로 내는 음식이다. 그는 양고기와 닭고기 등을 사용하여 테린을 만들었다. 잡내 없이 식재료 특유의 맛과 식감을 살린 테린은 과연 미슐랭 3스타다운 요리였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맛은 올리비에 뒤브레이유의 누가틴. 누가틴은 견과류나 버찌를 넣어 씹어 먹는 사탕인 누가에 초콜릿을 덧입힌 것을 말하는데, 올리비에는 커민, 고추, 시트러스 등 매운맛의 향신료를 넣어 만들었다. 매운맛과 초콜릿의 단맛이 함께 어우러진 오묘한 맛. 그는 향신료의 요리 방식에 대한 에디터의 고정 관념을 단번에 깨버렸다. 데이비드 월리는 디저트로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머랭 쿠키 사이에 딸기 셔벗을 넣어 케이크 형태로 만들었는데,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튿날 저녁, 베이거스 언코크드의 하이라이트 ‘그랜드 테이스팅(Grand Tasting)’이 시저스 팰리스에서 열렸다. 드넓은 시저스 팰리스의 야외 수영장 ‘오아시스’에서 100여 가지가 넘는 요리와 주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4일 동안 열린 행사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프로그램이다. 고든 램지와 프렌치 요리의 대가 기 사보이, 노부 마쓰히사 등 50명 이상의 스타 셰프들이 참여해 그들만의 시그너처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수영장 가장자리를 따라 부스가 설치되고, 셰프들은 즉석에서 요리한다. 셰프들은 요리하다가 다른 부스에 가서 다른 셰프의 요리를 맛보기도 하는데, 이때 운이 좋다면 그들과 샴페인 한잔을 할 수도 있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1, 3 그랜드 테이스팅에서 릭 무넨 셰프는 홍어 요리를, 일식당 스시 로쿠는 튜나 포크 벨리를 선보였다. 2 휴버트 켈러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 4,5 코즈모폴리탄 호텔에 위치한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와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병아리콩을 곁들인 그릴 문어. 6 베네시안 호텔에 있는 그랜드 캐널 숍.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은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번 베이거스 언코크드가 열린 베네시안 앤드 팔라조 호텔은 이태리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베네시안 호텔과 팔라조 호텔은 운하로 연결되는데, 운하의 양옆으로는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 숍이 위치한다.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 덕에 남녀노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편히 찾는다. 윈 호텔은 라스베이거스를 관광 도시로 만든 일등 공신 스티브 윈의 이름을 딴 럭셔리 호텔이다. 얼마 전 윈 호텔의 ‘더 뷔페’가 실내 리모델링을 마쳤다. 큰 유리 돔 아래 과일과 채소, 갖가지 꽃을 매치한 인테리어는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민트 컬러의 벽면에 더한 총천연색 장식은 라스베이거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 사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자주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수많은 호텔들 사이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편, 코즈모폴리탄 호텔은 젊은이들이 유독 많이 찾는 곳이다. 톡톡 튀는 인테리어와 다른 호텔에 비해 비교적 캐주얼한 바와 식당이 많기 때문. 코즈모폴리탄에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내 최고의 지중해식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Estiatorio Milos)가 있다. 특히 케이퍼를 곁들인 농어 요리와 해초와 병아리콩을 곁들인 그릴 문어, 랍스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듯한 파스타는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메뉴. 밀로스는 3코스 혹은 4코스 브런치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좋다. 한편, 룩소르(Luxor) 호텔은 블루맨 그룹의 공연이나 롤링스톤스, 크리스 앤젤의 콘서트 등 다양한 쇼와 공연, 전시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다.
물론 호텔 밖에도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헬기를 타고 후버 댐과 모하비 사막의 경이로운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그랜드캐니언 헬리콥터 투어도 있고, 컨테이너 박스를 엎어놓은 듯한 외관에 쇼핑과 공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단지 컨테이너 파크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33피트 높이의 미끄럼틀과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동반하기에 좋다. 지난 4월에는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줄 야외 공원 더 파크(The Park)가 오픈했다. 더 파크를 따라 가장자리에는 쉑쉑버거와 카페, 펍이 있어서 사람들은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맥주 한잔 즐기거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도시 라스베이거스. 잠이 들지 않는 이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호텔이 경쟁적으로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말이다.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두 번 세 번 다시 찾을 만한 가치를 지녔다. 작년과 올해의 라스베이거스가 다르듯, 내년과 내후년의 라스베이거스도 다를 것이다.

1 ‘디너 온 더 스트립’에서는 라이브 공연을 보며, 유명 셰프의 요리를 코스 형식으로 맛볼 수 있다. 2 지아다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는 모두 오너인 지아다 드 로렌티스가 디자인했다.  

1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로 꼽히는 하이롤러. 2 베네시안 호텔의 외부 전경 모습. 3 아리아 호텔 1층에 위치한 지중해식 레스토랑 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