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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너블 리빙

패션과 인테리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이 둘의 사이에 대하여.

2016.07.08

 

1 라프 시몬스와 크바드라트가 협업하여 만든 패브릭으로 완성한 쿠션. 2 에일린 그레이의 비벤덤 체어에 라프 시몬스가 만든 오렌지빛 벨벳을 입힌 모습.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긴밀한 연관성을 맺은 지는 사실 오래다. 프랑스 최고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가문의 4대손인 장 르네 게랑은 1924년 어느 날 프랑스의 유명 장식미술가인 장 미셸 프랑크를 만나 그의 가구에 에르메스의 가죽 커버를 씌우자고 제안했다. 에르메스와 가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펜디 역시 가구와 밀월을 즐겨왔다. 펜디 카사라는 이름으로 매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나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을 통해 실험적인 가구를 선보이며, 리빙 제품에 대한 펜디만의 디자인적 감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올해, 로에베의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은 가구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1930년대 빈티지 레더 조각으로 구성한 오크 가구를 선보였는데, 로에베의 가죽을 다루는 기술과 최신 세공법을 활용해, 나무나 널 조각을 가구 표현에 붙이는 상감 기법의 가구를 선보인 것. 그는 디자인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적극 개입하며 로에베 가죽 기술과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의 행보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 리빙 아이템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을 확장시키기에 적합한 도구이니까. 이러한 발전이 지속된다면 디올의 제품으로 뒤덮인 하우스, 베르사체표 별장이 세계 곳곳에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특정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특정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셈이다.
얼마 전, 독일 가구 브랜드 클라시콘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와 협업을 진행해 새로운 소재를 입은 비벤덤 체어를 선보였다. 1929년에 아일랜드 출신의 디자이너 에일린 그레이가 디자인한 비벤덤 체어는 디올의 감각으로 새로운 감성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에는 랄프 로렌 홈 혹은 베르사체 홈이라는 이름 아래 브랜드의 개성이 오롯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디자인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그 스펙트럼이 크게 넓어졌다. 클라시콘에서는 ‘패션 디자인 영역에서 추구하는 색상과 재질을 텍스타일 디자인에 접목한 것’이라며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설명했다. 라프 시몬스의 외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산업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첫 이력을 가구 디자이너로 시작한 그는 1991년 마틴 마르지엘라의 쇼를 본 후 강한 영감을 받아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한다. 마틴 마르지엘라 역시 자신의 매장 디자인뿐 아니라 프랑스 라메종 호텔의 리디자인 작업을 직접 지휘한, 경계에 갇히지 않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는 가구, 벽지 등 공간 전체를 하얀색으로 뒤덮으며, 그들만의 리빙 컬렉션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어딘가 닮은 이들의 이력이 서로를 끌어당긴 걸까!

 

 

 

1 라프 시몬스와 크바드라트가 협업하여 만든 패브릭으로 완성한 의자. 2 스메그와 돌체앤가바나가 예술 작품 같은 냉장고를 만들었다. 고대 시칠리아의 심벌, 중세 기사, 전투 장면 등이 그려진 이 제품은 하나 완성하는 데 240시간이 걸린다고. 3 COS의 수석 디자이너 카렌 구스타프슨과 마틴 앤더슨은 협업의 목적이 자신들이 영감 받은 것을 공유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라프 시몬스도 2014년부터 세계적인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풍부한 텍스처와 컬러 감각을 더한 그의 텍스타일은 가구 회사들에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 둘의 협업은 2016년,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론칭한 로쉐보보아도 이런 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프랑스 리빙 브랜드다. 논현동에 위치한 매장 입구에는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미소니와 협업한 소파가 자리한다. 로쉐보보아는 미소니 외에 장 폴 고티에, 소니아 리키엘, 겐조 등과도 다채로운 협업을 진행했다. 로쉐보보아의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틴 글리즈는 “옷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듯이 가구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 말해 자사의 행보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몇 해 전, 국내 가구 브랜드 체리쉬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함께 디자인한 가구를 선보여 화제에 올랐다. 이처럼 브랜드와 영역을 넘나드는 협업 형태는 앞으로 컨템퍼러리 가구 디자인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집을 바라보는 시선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한다. 특히 SNS의 발달이 변화를 이끌었다. 이전에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몸에 걸치고, 바르는 것’을 통해 보여주었다면(집을 들고 다니면서 보여줄 수는 없었으니!) 지금은 사진으로 아주 간단하게 내가 사는 공간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내밀한 사적 영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 자신의 특별한 취향을 보여주는 데 집만큼 강력한 도구가 있을까. 리빙은 패션이나 뷰티 아이템처럼 며칠 혹은 몇 달 정도 ‘소모’ 혹은 ‘소비’하는 물건이 아니어서 쉽게 따라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패션과 리빙의 긴밀한 관계는 또 다른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아, 전에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디자인해내는 것.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우영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얼마 전, 프랑스 출신의 설치미술가 마티아스 키스는 우영미의 2016 S/S 시즌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가구 컬렉션 ‘아웃 오브 타임’을 선보였다. 마티아스 키스는 우영미의 컬렉션을 보고 어떤 특정 시간대에 속하지 않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이었다며 자신의 작품 역시 이러한 콘셉트 아래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명품 브랜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COS가 대표적인 예다. COS는 2012년부터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치미술이나 가구로 보여주었다. 올해는 일본의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와 협업하여 설치미술 작품 ‘빛의 숲’을 선보였다. COS의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이 설치물은 높고 좁은 방에 여러 개의 조명이 나무처럼 빽빽하게 서 있다. 이 조명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무한한 빛의 숲을 만들어낸다. 소우 후지모토는 건축과 패션도 우리의 일상, 몸의 움직임, 인간의 행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옷이든 건물이든 사람과 어떻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영역을 막론하고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이념이 같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여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션계에는 ‘패션을 마음껏 즐긴 이들은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데 공을 들인다’는 설이 있다. 패션 아이템뿐만 아니라 내 집 거실에 걸린 그림, 침대 옆에 둔 조명과 의자를 통해 자신의 취향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일부 계층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대중에게도 통한다.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의 감성이 더해져 인테리어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더욱 풍부해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집에 자신의 취향을 담을 수 있을 터. 그러므로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 일이다.

 

 

 

1 조너선 앤더슨이 디자인한 로에베의 조명. 2,3 마르니가 선보인 아웃도어 체어. 4 마티아스 키스는 백금 박 기법으로 우영미 컬렉션을 건축학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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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리빙,패션,인테리어,영감,디자인,창조

CREDIT Editor 김은정 Photo neighbo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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