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반이 겨울인 것 같은 스웨덴. 그 기나긴 겨울을 지나 여름이 오면 스웨덴의 해는 그동안의 설움을 한풀이라도 하듯 하루 24시간 대부분 하늘에 걸려 있다. 6월 중순의 스웨덴, 그곳에 찾아든 백야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때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잠도 아낀 채 새 여름을 즐긴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축제 중 하나인 ‘미드서머’ 축제와 함께 말이다.
스웨덴은 1년 중 밤이 가장 밝은 시기인 6월 19일에서 25일 사이의 금요일을 미드서머 이브로 지정, 가장 즐겁고, 가장 스웨덴스러운 여름 축제를 벌인다. 백야 현상이 나타나는 이 시즌이면 사람들은 5주간의 휴가를 갖는다. 매년 다가오는 여름인데, 너무 유난스럽다고? 8월만 되면 가을처럼 쌀쌀해지는 스웨덴에서 이 짧은 여름을 최고로 즐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 않을까? 미드서머 축제 기간에는 스톡홀름 시내가 텅텅 빈 듯한 인상을 준다. 미드서머 이브에 모두가 서머하우스로 떠나고, 숍들조차 서둘러 문을 닫아버린다. 스톡홀름 사람들 대부분이 서머하우스를 가지고 있어서 여름에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보트를 타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자연에 둘러싸인 서머하우스. 미드서머를 즐기는 첫 시작은 머리에 쓸 화관과 나무 기둥을 장식할 꽃을 따는 것이다. 미드서머 파티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모여 오후가 되면 멋진 테이블 커버로 장식한 야외 테이블에서 다소 소박하지만 제철을 맞아 맛이 일품인 전통 음식을 즐긴다. 메뉴 자체는 소박한 편인데, 절인 청어 몇 종류, 사워크림을 곁들인 햇감자 요리를 주로 먹는다. 절인 청어엔 슈납스(Schnapps, 독주)를 곁들이는데 물론 그냥 마시진 않는다. 슈납스를 마시기 전  20초짜리 짧은 노래 하나를 부르고 “스코올(Skål /건배)!”, 또 20초짜리 노래 하나를 부르고 “스코올~!” 그것도 당연히 원샷이다. 이 장단에 모두 맞추다 보면 혼자만 초반에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웨덴 친구들이 대체로 술이 세다 했더니, 이 슈납스로 단련이 된 모양이다.

식사를 하고 포만감에 만족스러울 즈음이면 춤이 시작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며 따온 잎사귀와 꽃으로 장식된 나무기둥 둘레를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늦게까지 어두워지지 않아 파티는 몇 시간이고 계속된다. 밤 11시가 되어도, 12시가 되어도 계속 저녁 8시 같은 느낌이랄까. 스웨덴 북쪽 지역은 사실 정말 밤이 없는 것 같고, 남쪽 지역은 1~2시간 정도 살짝 어두워지려고 했다가 금방 다시 밝아진다. 그렇게 밖에서 춤을 추고, 저녁을 먹은 뒤 조금은 특별한 2차 코스가 마련된다. 디스코볼을 달아 디스코장으로 변신한 통나무 창고. 2차로 시작된 파티는 그렇게 끝날 줄 모른다.  3~4시간 자고 일어나 그들은 자연스럽게 물 대신 이것을 마신다. 해장술로 마시는 모닝 블러디메리다. 외형만 보고 토마스 주스인 줄 알았다간 해장은커녕 온종일 침대 신세를 질 수도 있다. 모두들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아무도 잠을 자지 않을 것만 같다.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다가 비가 오면 퍼 코트를 입었다가 다시 해가 뜨면 수영을 했다가. 자연의 리듬에 너무도 잘 적응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미드서머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드는 놓칠 수 없는 한 가지. 미드서머 이브날 밤은 사랑의 마법의 힘을 가진 날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미드서머는 웨딩 시즌으로도 인기가 많다. 미드서머 파티가 끝난 뒤, 집으로 오는 길. 소녀와 미혼의 여자는 7종류의 꽃을 모아서 자신의 베개 아래에 놓고 하룻밤 잠을 자면 꿈에 미래의 남편이 나타난다는 말도 있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예쁜 경험인가. 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여름인가!

1 보트를 타고 가야 할 만큼 자연으로 둘러싸인 서머하우스. 그곳에서 할 일이라곤 물놀이를 즐기고 다시 물놀이를 즐기는 일뿐. 2 오후가 되면 멋진 테이블 커버로 장식한 야외 테이블에서 소박하지만 제철을 맞아 맛이 일품인 전통 음식을 즐긴다. 슈납스 한 잔도 빠질 수 없다. 3 머리에 쓸 화관과 나무 기둥을 장식할 꽃을 따는 것에서, 미드서머는 시작된다.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름을 즐긴다.

한여름의 고틀란드  

미드서머 기간의 스톡홀름이 조용하다면, 우리도 예쁜 섬으로 떠나야 할 것 같다. 스웨덴 남동쪽 발트 해에 있는 고틀란드(Gotland) 섬. 이곳의 주요 도시인 비스비(Visby)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도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도시 성곽,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집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으로도 유명한 고틀란드 북쪽의 포뢰(Fårö) 섬. 이곳에서는 매해 7월 그를 기리는 <베리만 위크 Bergman Week>가 열린다. 혹시 추억의 <삐삐 롱스타킹 Pippi Longstockings>을 기억하는지? 삐삐의 첫 촬영이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고틀란드는 고민할 것 없이 스웨덴 최고의 여름 휴양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