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옹바루 가는 길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추천한다. 버스 정류장 Blk55에서 하차하면 동네 초입에 내릴 수 있다. 지하철은 티옹바루 MRT 역에서 내려 티옹바루 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350m 걷다가 킴퐁 로드(Kim Pong Road)로 우회전, 그 길을 따라 250m 정도 걸으면 끝에 용시악 거리(Yong Siak Street)가 나온다.

싱가포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오차드 로드일 거다. 명품 숍이 빼곡하 게 들어찬 대형 백화점이 즐비한 거리. 하지만 요즘 싱가포르를 찾는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생겼다. 그 이름도 정겨운 티옹바루(Tiong Bahru). 오차드 로드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띠는 낯선 동네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싱가 포르의 관광지를 둘러보다 보면 그 매력을 즐기다가도 어느 순간, 무언가 빠진 듯 한 헛헛함이 밀려온다. 문득 ‘이 나라만의 고유한 특색이 담긴 곳은 어디일까?’ 하 는 의문이 생긴다. 서울에 삼청동, 파리에 마레가 있다면, 이제 싱가포르에는 티옹 바루가 있다. 이곳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나라의 삼청동과 가로수길 중간쯤 이 될 거다. 삼청동의 정겨움과 가로수길의 세련미가 공존하는 곳. 하지만 삼청동 이나 가로수길에 북적거리는 인파와 화려한 외관의 숍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티옹바루는 번잡함보다는 여백,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으로 다가오는 동 네다. 티옹바루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여기가 그 핫한 동네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롭 고, 심지어 고요하다. 핫 스폿이란 소문이 나는 순간, 한 건물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서너 개씩 들어서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티옹바루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있는 주거지다. 낡은 건물과 오랜 전통의 현지 음식점 사이에서 작고 감각적인 숍과 카페가 조화를 이루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낡은 것은 낡은 대로, 새것은 새것대로 조화를 이루며, 전통과 현재 가 공존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싱가포르의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게 됐다. 티옹바루 둘러보기는 동네 초입에 위치한 티옹바루 마켓(Tiong Bahru Wet Market)이라는 오래된 재래시장에서 시작된다. 1층에는 정육점과 꽃집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오래된 옛날식 푸드 코트인 호커 센터가 있다. 얼핏 봐도 100명은 훌쩍 넘는 현지인이 대형 푸드 코트에서 5달러짜 리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답게 중 국, 타이, 인도,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중 중국식 치 킨라이스나 바쿠테, 타이식 볶음국수와 닭튀김은 실패율 제로인 메뉴. 마켓 주변에 있는 전통 음식점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부터 있던 시푸드 레스토랑 신호이새(Sin Hoi Sai), 돼지고기를 한약재와 끓인 국물 요리를 선보이는 송파 바쿠테(Songfa Bakkutteh) 등은 현지인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맛집이다.

티옹바루에는 골목길이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두 갈래 길이 있다. 싱가포르에서 가 장 맛있다는(누군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고도 한다) 크루아상을 파는 티옹 바루 베이커리(Tiong Bahru Bakery)가 있는 엥훈 스트리트(Eng Hoon Street). 그리고 지금의 티옹바루를 있게 한 커피숍 포티 핸즈(Forty Hands)가 자리한 용 시악 스트리트(Yong Siak Street)가 있다. 티옹바루 베이커리의 크루아상은 푸 드 코트의 점심 가격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지만(3.5달러)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베 어 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정성스러운 아트를 보여주는 카페라테 맛도 일품. 그 리고 용시악 스트리트는 이곳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대표 거리. 현재 싱가포 르에서 가장 핫하다는 카페와 숍이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 길은 컵 케이크 가게인 플레인 바닐라(Plain Vanilla)에서 시작된다. 나무로 만든 대형 그네와 에메랄드 자전거 5대가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 포토제닉한 인테리어도 시선을 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다양한 콘셉트의 아동 서점인 우즈 인 더 북스(Woods in the Books), 플라워 숍 슈퍼 파머스(Super Famers), 디자인 숍 스트레인지레츠(Strangelets), 일식 레스토랑 이큐(IKYU), 요가학원 요가 무브먼트(Yoga Movement) 등 트렌디한 숍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가장 사랑받는 서점인 북스 액추얼리(Books Actually)도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의 대형 서점보다는 작은 동네 서점이나 헌책방 같은 곳이 더 끌릴 때가 있는데, 북스 액추얼리는 그런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한 곳이다. 이곳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는데 서점의 종이봉투에 그려진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티옹바루의 부흥을 이끈 포티 핸즈가 있다. 한 끼가 중요한 여행에서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후회 없을 만큼 맛있는 브런치 요리를 내는 곳이다. 싱가포르의 브런치 식당 톱 10에 들어가는 커피숍이다. 하지만 워낙 작고 허름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 가게 앞에는 높이 1m가 족히 넘는 대형 커피잔이 비치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카페 찾기를 돕는다. 

티옹바루는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머무는 시간이 결정된다. 티옹바루 베이커리 숍에서 크루아상 한 조각과 라테 한 잔을 맛본 뒤 동네 한 바퀴를 둘러볼 거라면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각각의 특색 있는 가게의 문을 열고 그 세계를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면, 24시간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