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84 나그랑 포스터_ 황신혜 2 1989 탐스핀_ 오현경 3 1994 레쎄 잡지 광고_ 신은경 4 1995 헤라 포스터_ 이영애 5 2000 마몽드 잡지 광고_ 박주미 6 2005  마몽드_ 한가인 7 2008 이니스프리_ 문근영  8 2009 더 히스토리 오브 후_ 이영애 9 2012 오휘_ 김태희 10 2013 피지오겔_ 강승현 11 2015 헤라_ 전지현 12 2015 슈에무라_고준희 13 2015 SK-Ⅱ_ 탕웨이 14 2015 리엔케이_ 최지우 15 2015 오휘_ 신민아

아이유가 80년대에 활동했다면 과연 지금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었을까? 8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언니나 이모에게 여쭤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야, 그 시절에 걔들은 텔레비전에 얼굴도 못 비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지금 열아홉의 엄앵란이 영화 여주인공이 된다면 어땠을까. 복스럽다는 칭찬 대신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는 비난 쇄도 악플이 줄줄이 달렸을지도 모른다. 인생도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미인도 타이밍이 맞아야 대접받는다. 미인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화장품 브랜드 광고 비주얼이다. 뷰티 브랜드 모델은 당대 모든 여성의 뮤즈라 할 수 있다. 미모는 물론, 풍기는 분위기까지 닮고 싶은 진정한 ‘워너비’ 말이다. 전지현, 수지, 신민아, 최지우는 2015년,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화장품 브랜드의 전속 모델이다. 그들은 드라마나 TV 광고에서도 수십억원대의 몸값을 받는 이 시대 대표 여배우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화장품 광고 모델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대가 가장 사랑하고 예뻐하는 스타가 당시 화장품 모델로 활동했고, 그중 일부 여배우는 아직도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떠나보자. 1981년 컬러 TV 시대의 개막으로 화장품 광고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원색을 활용한 색조 메이크업이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로, 대표 모델로는 황신혜, 금보라, 오현경, 임예진 등을 들 수 있다. 짙은 쌍꺼풀과 오뚝한 콧날, 앵두 같은 입술. 누가 봐도 잘생긴 전형적인 미녀의 시대. 아마 이때부터 쌍꺼풀 수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을까? 90년대 역시 뚜렷한 이목구비의 여배우가 인기를 끌지만, 80년대와 달리 생김새보다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신세대, x 세대, 오렌지족 등 기존 세대와 사고방식이 다른 계층이 등장하고, 이런 자유로워진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선호하는 미인형도 변한 것. 그와 함께 ‘예쁜 얼굴’만이 아닌, 여성의 당당함, 건강미, 섹시함을 강조한 광고 비주얼이 출현했고, 모델로는 신은경, 김지호, 김혜수 등 전형적 미인형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개성 있는 얼굴이 사랑받았다.
 

뉴 밀레니엄, 새천년 시대는 지금 세계가 열광하는 k-뷰티의 초석이 된 시기다. 천편일률적인 콘셉트가 아닌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제품과 광고가 등장했다. 특히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몇 가지 광고 비주얼은 미인의 기준을 바꿔놓기도 했다. 과거의 미인보다 다소 흐릿한 이목구비의 최지우, 심은하, 박주미, 송혜교, 전지현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인으로 떠올랐고, 짙은 화장과 미스코리아 사자 머리에서 벗어나 ‘내추럴 스타일’이 유행했다. 한편 이 시기는 섹시함을 과감하게 표현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그 후 청순가련, 보이시 스타일, 베이글녀 등 새로운 흐름을 지나 다양한 미녀가 공존했다. 물론 때마다 이슈와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미녀 아이콘’이 등장하곤 하지만, 지금은 특정 생김새보다는 각자의 매력이 확실히 더 인정받는 시대다. 시대마다 선호하는 미인형은 달랐지만, 그와 상관없이 꾸준히 뷰티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여배우도 있다. (고현정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다수의 뷰티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고, 이영애는 무려 10년 연속으로 한 브랜드의 대표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고난 미모 덕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이미지를 바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뷰티 브랜드의 역할일 것이다. 매 시즌 트렌디한 메이크업 룩을 제시해, 소비자가 당대의 미인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와, 이 배우 예쁘다’ 하고 지나쳤던 화장품 광고를 모아보면 미의 흐름이 보인다. 촌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엄마의 립스틱 바르는 방법 속에는 우리 뷰티의 역사가,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