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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몸’의 성찬

안무가인 데보라 콜커를 보면 마치 장전된 총을 보는 것처럼 모든 근육이 완벽히 튜닝되어 있다가 언제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감이 솟구친다. 데보라 콜커 무용단의 첫 내한 공연 <Mix>다.

2015.09.12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우리의 눈앞에는 수시로 수많은 얼굴과 몸이 전시된다. 그야말로 몸의 전성시대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매스컴에서 제시해주는 모범 답안 같은 ‘몸’과 닮아가기 위해 바쳐지고 있으며, 그 모범 답안들은 촌각을 다투며 새로운 몸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전시하여 새로운 목표를 주입한다. 어떤 학자는 과거 교회나 도서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헬스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현대인의 몸에 대한 숭배 의식은 종교와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주술 같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몸들 사이에서 공허하다.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계로 찍어낸 듯한 근육의 몸은 물론 살아 있는 몸이지만 그 일률적임에서 마네킹의 것과 별다르지 않아 금세 싫증이 나며, 오로지 보기 좋음만 강조하는 개성 없는 몸을 위해 몸의 진정한 가치인 ‘건강’은 뒷전이 되고마는 세태는 특히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이중의 고통으로 작용하는 반(反)생명적 흐름이다.

그래서 데보라 콜커 무용단의 첫 내한 공연은 더욱 반갑다. 안무가인 데보라 콜커를 보면 장전된 총을 보는 것처럼 모든 근육이 완벽히 튜닝되어 있다가 언제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감이 솟구친다. 그녀는 청소년기에 프로 배구선수를 하다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20살부터 발레로 기본을 다지면서 춤에 입문한다. 그 후에 현대무용 안무가가 되면서 그녀의 이력은 그녀의 근육만큼이나 단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오페라, 연극, 쇼, 뮤직비디오, 콘서트 등 장르 구분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활동을 하는 자신만만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1993년 자신의 무용단을 만들고, 이번 내한 공연 작품인 <Mix>(1996)의 대대적 성공으로 영국의 로런스 올리비에 수상, 2008년에는 태양의 서커스 <OVO>의 대본과 안무를 맡는 등 세계적인 안무가 반열에 오른다. 러시안-유대인 계열이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그녀의 작품에서는 남미의 열정과 흥분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카니발(사육제)의 뜨거운 살냄새가 묻어 있다. 10월 23, 24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Mix>는 이전의 두 작품(<Vulcao>와 <Velox>)에서 가져온 에피소드 7개로 구성되는데, 남녀 쌍쌍춤 23가지가 우리도 익히 아는 올드 팝송과 함께 연이어 펼쳐지는 ‘Passion’에서는 남녀 사이의 몸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섹슈얼리티의 탐색이 가능하고, 실제 패션쇼를 재연하듯 의상과 몸의 아찔한 숨바꼭질과 걸음걸이를 통해 패션쇼에서 옷을 전달하는 도구로 실추된 몸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품 ‘Fashion show’ 역시 그 재치 있는 설정이 볼만하다. 그러나 역시 이번 공연의 백미는 무대에 6m가 넘는 인공 암벽등반 장치를 설치하고, 무용수들이 그 위에서 오로지 몸만으로 조직적으로 리드미컬한 군무를 선보이는 ‘Mounteering’이 보여줄 것이다. 발레 테크닉의 간결함, 스포츠로부터 온 극한에 도전하는 치열한 근육미, 그러면서도 몸의 물질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지성과 사고가 녹아 있는 움직임과 그 움직임의 분명한 의도는 판독 가능한 춤이 되어 관객의 머리를 쓸데없이 긴장시키지 않은 채 몸에 바로 접속된다. 스피노자는 선악의 도덕률을 넘어 ‘좋음’과 ‘나쁨‘의 윤리학(에티카)을 제시한 300여 년 전의 사랑스러운 철학자이다. 그는 에티카에서 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번 공연에서 관객은 반생명의 흐름을 치유하여 ‘내 몸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좋은’ 춤의 성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식을 조심해야 하는데, 너무 강한 몸의 에너지와 이미지가 투입된다면 살짝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다.

 

* 이 글을 쓴 이지현은 춤 비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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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데보라 콜커,Mix,데보라 콜커 무용단,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LG아트센터,스피노자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LG아트센터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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