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칼 라거펠트 매장. 

날렵한 몸에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검은색 슈트와 목을 뒤덮는 하이넥 와이셔츠, 여기에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가지런히 빗어 묶은 백발을 한 모습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바로 칼 라거펠트다. 과연 그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오랜 시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방대한 양의 독서를 바탕으로 시즌마다 창의적인 컬렉션을 발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크리에이티브하고 에너지 넘치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그대로 반영한 브랜드인 칼 라거펠트가 지난 5월 1일, 국내에 첫 공식 매장을 오픈했다.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층에 문을 연 것.

“우리는 한국에 칼 라거펠트를 론칭하고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한국 시장은 전 세계에 칼 라거펠트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기에 한국에서 우리 브랜드가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활기차고 유행에 민감하며, 세련되고 쿨한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서울의 특성에 발맞춰 우리는 한국 소비자에게 존재감 있게 어필하며 어포더블 럭셔리 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칼 라거펠트의 CEO 피에르 파올로 리기는 이와 같이 소감과 포부를 전했다.

그렇다면 칼 라거펠트의 매장은 어떤 모습일까? 전체적으로 블랙 앤 화이트의 컬러 콤비가 돋보이는 심플한 가구와 인테리어로 모던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그린 그림 작품을 벽에 진열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하고, 동시에 호화롭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그 때문에 선반 위에 진열된 각 아이템이 부각되면서도 여기저기 재미있는 요소가 눈에 띄어 지루하지 않다.

2 카투니스트 티파니 쿠퍼와 작업한 칼 라거펠트의 캡슐 컬렉션.  3, 4, 5 칼 라거펠트 매장.  6 ‘KARL is KOLOR’를 콘셉트로 진행한 2015 S/S 컬렉션의 광고 촬영 현장. 6 티파니 쿠퍼의 일러스트로 꾸며진 매장의 쇼윈도.

칼 라거펠트 매장에 가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핸드백을 포함한 가죽 액세서리, 시계, 아이웨어, 향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2015 S/S 컬렉션의 아이템이다. 세계적인 톱 모델 켄달 제너, 밍 시 그리고 샤샤 루스가 함께한 광고 캠페인으로 주목받은 이 컬렉션은 ‘KARL is KOLOR’라는 콘셉트로 진행되었으며, 비비드한 팝 컬러의 액세서리 라인이 돋보인다. 또 카투니스트 티파니 쿠퍼와 작업한 캡슐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티파니 쿠퍼는 라거펠트와 그의 고양이 슈페트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는데, 티셔츠와 스웨트셔츠에는 실성한 듯이 춤추는 그를 보고 아연실색하는 슈페트의 모습, 타이탄 해변에서 슈페트와 라거펠트가 함께 지푸라기 스커트를 입고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춤추는 모습 등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이 외에도 라거펠트와 슈페트의 유쾌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비치백, PVC 소재 쇼핑백, 슬립온 슈즈, 모자와 주얼리 등의 액세서리도 갖춰져 있다. 근엄하고 차가워만 보이던 라거펠트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런 것이 칼 라거펠트가 지향하는 친숙한 럭셔리(Accessible-Luxe), 즉 다가가기 쉽고 편안한 럭셔리가 아닐까?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창의적인 세계를 더욱더 넓히고 있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궁금하다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칼 라거펠트 매장에 가보기를. 비록 실제로 그를 만날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이곳은 그를 느끼기에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