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얼리를 브랜딩하는 경복그룹의 세일즈 디렉터 클라라 리. 그녀는 홍콩 사교계의 명사로 소문난 미식가이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홍콩에서는 먹기 위해서 산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홍콩의 문화는 한마디로 음식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미식에 대한 관심만큼은 홍콩인이 최고일 것이다. 그래서 비싼 것보다 맛없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홍콩인의 구두선(口頭禪)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미식은 스트레스가 많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여가 활동의 하나로 중요한 생활 문화다. 팍팍한 삶에서 기꺼이 여유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융통성이야말로 홍콩인의 저력이 아닌가. 더구나 요즘 중국 부자들은 안전한 먹거리와 건강을 위한 운동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일찍이 해외 유학을 경험하고 돌아온, 이른바 ‘질주하는 신세대’가 있다. 이번에 만난 클라라 리(Clara Li)도 그렇다.

홍콩 사교계 명사이자 미식가로 유명한 클라라는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 밴쿠버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후 홍콩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현재 전 세계 럭셔리 주얼리를 브랜딩하는 경복그룹에서 세일즈 디렉터로 일한다. 골든 보히니아 여성 기업가협회 디렉터와 홍콩 공공정책집행위원회인 마세라티 클럽 멤버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남보다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랄 수밖에 없었던 나는 궁금했다. 2012년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어떻게 바로 디렉터에 임명될 수 있었는지. 그건 사교계 명사로서 쌓은 폭넓은 ‘인맥’이 있기에 가능했다.

홍콩은 능력만큼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임을 실감한 대목이다. 하지만 단지 인맥이 화려하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철저히 일로 시작했어도, 모든 일은 진심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할 때 ‘기회’가 되는 법이다. 클라라는 주위 친구나 지인에게 ‘소식통’으로 통한다. 그만큼 홍콩뿐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유행하는 최신 상품이나 정보에 민감하고 이를 빠르게 습득하는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홍콩 센트럴의 어느 헤어 살롱. 그곳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의견에 좀 의아했지만, 전형적인 헤어 살롱과는 거리가 먼 갤러리 같기도 하고, 예술가의 스튜디오 같기도 한 ‘킴 로빈슨 헤어 살롱’의 분위기를 감지한 나는 곧 알게 되었다. 호주 태생인 킴은 30여 년 전 홍콩으로 건너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명 스타일리스트이자 세계적인 사교 명사임을 말이다. 영국의 故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홍콩을 방문했을 때도 그에게 전적으로 헤어를 맡겼을 정도. 클라라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퍼스널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는 절대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킴 로빈슨 헤어 살롱에서 클라라 리와 함께한 메트로시티 양지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열심히 일한 만큼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홍콩 사교계의 명사는 돈의 가치를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으로 중시한다. 클라라는 인터뷰 촬영을 마친 뒤 특별한 저녁 식사 장소로 우리를 안내했다. 센트럴 더들 스트리트(Duddell Street)의 상하이탕 건물에 자리한 더들스(Duddells)다. 3층은 광둥요리 레스토랑, 4층은 세련된 바로 구성된 이곳은, <미슐랭 가이드>의 투 스타 레스토랑으로 미식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곳은 식기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들인다. 먹는 것 이상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유머러스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메뉴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해 보이지 않는 감각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옮긴 옥상 테라스에서는 홍콩의 경제 중심인 센트럴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이 들수록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그녀는 “주말에는 가능한 한 온전히 휴식을 취하려고 해요. 건강식을 먹고 중국식 허브 스파를 즐기고 반중력 요가를 하죠”라고 전한다. 주말에는 오롯이 건강에 집중해야 새로 맞이할 한 주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기 때문다. 

홍콩의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클라라에게 새로운 ‘잇 플레이스’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케네디 타운(Kennedy Town)’을 언급하며, 와인 앤 다이닝을 선보이는 새로운 미식 동네로 아담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오히려 더 낭만적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외국인 거주지로 각광받으며, 또 다른 소호로 떠오른 케네디 타운을 방문하기로 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이 지역은 주말 오전이어서인지 대체로 한가한 편이었다. 홍콩인의 사랑을 받는 허름한 로컬 음식점부터 서구적인 오픈 바 형태의 음식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바다를 따라 쭉 뻗은 산책로와 그곳에 자리한 다양한 펍을 보니 운치 있는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이 느껴졌다. 

클라라가 선호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홈메이드 스타일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비스트로 뒤 뱅(Bistro du Vin)’부터 ‘콜렉시옹 드 비뇨블(Collection de Vignobles)’ ‘케이-타운 바 & 그릴(K-Town Bar & Grill)’에 이르기까지, 와인 앤 다이닝을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한 곳이었다. 미식을 즐기는 내게 새로운 음식점 리스트 몇 개가 추가된 순간으로, 클라라에게 전해 들은 홍콩 미식 정보는 말 그대로 흥미로움 그 자체다.

클라라는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한 번 추구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살짝 털어놓았다. 그건 다름 아닌 음반 작업.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즐겼던 그녀는 현재 한국 유명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한창 음반 작업 중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작업”이라며, 음반 수익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기부할 계획이란다. 평소 자선 행사를 자주 열어온 클라라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명사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열정적인 삶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이것이 곧 ‘영감’이라면, 거짓말처럼 들릴까? 어릴 때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패밀리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앞만 보고 달려온 내게도 나름 ‘인생의 쉼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클라라와 다시 만난 곳에서 나는 ‘미식’이 좋은 쉼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슐랭> 투 스타를 자랑하는 수석 요리사 미스터 창의 창조적인 요리가 돋보이는 ‘셀레브리티 퀴진’에서 환상적인 음식을 맛보면서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음식 한 그릇에 정성을 담아내는 행위의 가치를 숭배한다.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삶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홍콩의 클라라가 선물한 시간은,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글을 쓴 양지해는 패션 브랜드 메트로시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CEO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을 만난다.

 

 

Illustration Yang Ji Hae 

 

 

CLARA RECOMMENDS 

 

1. Bistro du Vin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의 시그너처 디시는 Braised Beef Cheeks와 Bouillabaisse, Crispy Suckling Pig Confit, Grand Marnier Souffle. 클라라는 개인적으로 양파 수프를 즐겨 먹는데 치즈 풍미가 가득한 이 수프 하나에 빵과 와인만으로도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무엇보다 이 집의 큰 장점은 와인 코키지 차지가 없어 모임 장소로 최고라고 극찬했다. 물론 와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주인장의 다양한 와인 셀렉션도 구비되어 있다. 소박한 홈 스타일 요리로 푸디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곳이다. 실내는 아담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프렌치 앤티크풍.

Add. Shop D, 1 Davis Street, Kennedy Town, Western District

Tel. 852-2824-3010

 

 

2. K- TOWN Bar & Grill 

오픈 바 형태로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러스틱한 인테리어와 화이트 벽돌의 묘한 조화를 보면 뉴욕의 어느 카페에 와 있는 것 같다. 웨스턴 클래식 스타일에 약간의 아시안 풍미를 가미한 다양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올 데이 다이닝을 선보이므로 브레이크 타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클래식한 위크엔드 브런치는 꼭 먹어봐야 할 이 집의 자랑거리. 크랩 케이크, 홈메이드 스타일 버거와 파스타,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머시룸 라비올리가 인기 메뉴다.

Add. G7&G8, G/F Sincere Western House, 44 Forbes Street, Kennedy Town, Western District 

Tel. 852-2855-1368

 

 

 

3. Collection de Vignobles

프렌치 와인 바 & 레스토랑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 커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물론 친구들과 프라이빗 와인 파티를 하기도 좋다.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와인 60여 종을 구비하고 있는데, 클래식한 디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 세트 디너 메뉴가 좋다. 클라라는 인파로 가득한 센트럴과 란콰이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이곳 케네디 타운을 찾는다. 특히 이곳은 클래식한 재즈 음악의 선곡도 좋아 한가로운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 좋다. 그녀는 ‘Combo of Lobster Stew with Pan-seared Foie Gras를 맛보는 순간 마치 천국에 온 거 같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Add. No 71, G/F, Sincere Western House, Cadogan Street, Kennedy Town, Western District

Tel. 852-2817-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