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배출가스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얼마 전까지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어 최악의 취급을 당하며 기름값 인상 이야기까지 나와 논쟁이 정점을 찍었다. 물론 실제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배출량에서 다른 원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은 잠잠해졌다. 토끼몰이 하듯 디젤차를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해결책으로 기름값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꼼수가 물러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간 진행된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작년 9월, 처음으로 환경부가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디젤차에 대해 검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0월 초 검사 대상차와 방법을 고지했고, 그달 말에 결과가 나왔다. 유로5인 EA189 엔진에서는 실내 인증 과정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를 고의로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런 검사를 확대해 유로6 기준으로 국내 판매중인 16개 제작사, 닛산, 현대, 기아, 르노삼성, BMW와 벤츠까지 포함해 시험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닛산 캐시카이와 관련된 뉴스다. 역시 EGR과 관련해 임의설정이 확인되어 리콜, 과징금 및 형사 고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은 ‘임의설정’이란 단어의 정의다. 제작자동차 인증고시 제2조에는 ‘일반적인 운전이나 사용 조건에서 배출가스 시험 모드와 다르게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그 부품의 기능을 정지, 지연, 변조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인증 시험 모드와 다르게 EGR 등의 작동을 임의로 바꾸거나 멈춘다면 불법이 되는 것이다.

 

닛산과 폭스바겐은 둘 다 임의설정이 확인됐지만 내용이 조금 다르다. 폭스바겐은 자동차가 특정한 주행 조건, 즉 배출가스 인증 시험 같은 형태로 주행하는 것이 감지되면 평상시와 다르게 움직이도록 제어 알고리즘을 넣었기 때문에 조작에 해당한다. 당연히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배출가스를 더 많이 내뿜게 된다. 닛산의 경우는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 EGR의 작동 온도가 문제였다. 엔진으로 들어 가는 흡기 온도가 섭씨 35도 이상일 경우 EGR의 작동을 중지시키도록 프로그램이 있었다.

 

문제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35도를 쉽게 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EGR이 거의 작동되지 않는 셈이다. 환경부에서는 이런 작동 조건을 임의설정으로 본 것이다.

 

 

티구안에 장착된 EA189 2.0리터 TDI 엔진. 환경부는 임의설정이 포착된 EA189 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과 아우디 15개 차종 총 12만5522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현재 국내의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은 자율규제의 형태를 띤다. 즉 차가 수입되면 관련된 시험 결과가 포함된 서류를 제출하고, 그것에 이상이 없으면 국내 판매 인증이 난다. 물론 나중에 수시 재검사를 통해 실제 배출가스 기준을 지키는지 검사한다. 여기서 최초 인증용으로 제출한 서류와는 전혀 다르게 관련 부품이나 프로그램이 작동한다면 위에 설명한 임의설정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 닛산은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여기다. 닛산이 통과한 인증은 닛산이 제출한 서류를 통한 자율 인증이다. 그리고 이번 환경부 발표는 사후에 검사해보니 EGR이 작동되지 않는, 그러니까 서류와 다른 작동을 알게 됐고 임의설정이 확인된 폭스바겐 티구안(유로5)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기에 인증 취소 조치를 한 것이다. 게다가 뜨거운 배출가스를 재순환시키는 파이프가 고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모든 것이 합쳐서 임의설정에 의한 인증 취소가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험한 다른 디젤차들도 기준을 초과해 오염물질이 나왔다는데 왜 인증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건 사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배출가스가 많이 나온 것은 실도로 배출가스 검사(Real Drive Emission)다. 실내 시험실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인증 시험과 달리, RDE는 실제로 도로를 달리며 생성되는 배출가스의 양을 측정한다. 이는 유럽도 새로 시작한 것으로 작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처음 도입된 것이다.

 

 

여기에서 BMW만 실내 인증 기준인 킬로미터당 0.08그램보다 살짝 적게 배출했고, 나머지 모든 회사들이 1.6배(랜드로버 이보크)부터 4.6배(현대 쏘나타)와 최대 17배(르노삼성QM3)까지 배출량을 초과하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이 부분도 논쟁의 여지가 크다. 실도로 배출가스 검사는 아직 정확한 평가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또한 측정 환경과 기준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마다 평가 수치가 크게 달라진다. 독일에서는 폭스바겐 파사트 2.0이나 아우디 A3 2.0 등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영국에서 가장 낮은것은 미니 컨트리맨이었다. 국내 시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시 임의설정 여부다.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 배출가스 관련 장비를 조작했거나 작동을 지연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불법이다. 즉 닛산과 달리 다른회사들은 RDE에서 기준은 넘었지만 임의설정이 없기 때문에 법규를 지킨 것이다. 임의설정 수준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보인 르노삼성 QM3는 연말까지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물론 과제는 있다. 제품이 판매될 당시의 유로6 기준에 맞춰 차를 만들었고 임의설정이 없다 해도 많은 디젤차들이 실제 도로에서 많은 양의 배출가스를 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2017년 9월부터 3.5톤 미만의 차에 대해 실도로 배출 기준을 도입하고 수시 검사를 통해 배출가스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 달리는 차들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차를 구입하고 운전한 사람들이 죄인은 아니다. 실제 도로에서 배출가스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꽤 오래전부터 의문을 가진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 제작사가 해결할 문제라는 점이다. BMW와 마쓰다는 EGR을 고압과 저압용으로 함께 제어해, 배출가스 양이 늘어나는 고부하 구간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분명 현재의 기술로도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해결책은 있다.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 문제 때문에라도 디젤차는 버릴수 없는 기술이고, 쌓였던 문제가 폭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되레 해결책 모색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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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디젤은 정말 깨끗할까?

많은 자동차회사가 디젤 엔진의 불완전 연소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고,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장치를 달고, 촉매가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선택적 촉매환원법(SCR)을 적용하는 등의 기술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 연소를 이뤄낸 디젤 엔진은 없다. 그런데 왜 ‘클린 디젤’이란 말이 나왔을까? 클린 디젤은 철저히 마케팅 용어다. 2009년 폭스바겐이 미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엔진보다 현저히 낮다며, 그래서 깨끗한 디젤 엔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이 휘발유 엔진보다 더 나온다는 사실은 슬며시 감췄다. 깨끗한 교통수단을 위한 국제기구 ICCT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유럽에서 팔리는 상당수의 디젤차가 EU 제한 기준보다 질소산화물을 평균 7배 이상 더 배출한다고 밝혔다. 클린 디젤은 모순이다. 디젤 엔진은 결코 ‘클린’할 수 없다.

서인수

 

 

 

 

다른 제조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한 것은 독일 메이커다. 지난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 엔진을 적극 개발·육성하면서 대부분의 차종에 디젤 엔진을 얹어 전 세계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다임러 그룹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30억 유로를 투자해 승용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처리장치를 개발할 방침이다. 소비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EGR을 개량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임러 그룹이 각종 디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아직 디젤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디젤 게이트 장본인인 폭스바겐 그룹은 더 이상 디젤로는 버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정면 돌파가 아닌 PHEV로 우회를 선택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모든 차종에 걸쳐 PHEV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BMW는 다각적인 방편이다. 디젤차 판매를 계속 유지하되 디젤 엔진 생산비용을 줄이고 PHEV로 빠르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미 BMW는 모듈화 엔진 제작 방식으로 엔진 생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실린더 모듈로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모두 만들면서 생산단가를 줄이는 방식이다.

 

가솔린 엔진으로 우회하는 메이커는 없다. 독일 메이커들의 디젤 의존도는 다른 메이커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 때문에 지금 당장 디젤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최대한 디젤 엔진을 활용하면 규제에 묶여 있는 가솔린이 아닌 전기시스템 활용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