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는 언제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차였다. 과한 치장이 없이 외관은 깔끔했고 실내는 정갈했다. 겉멋과 허세가 없는 차체에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 차가 파사트다. 그런데 페이스리프트된 파사트는 보닛과 차체 옆에 굵은 라인이 더해졌으며 눈을 찢고 차체 곳곳에 크롬을 덧붙였다. 파사트는 무엇을 보이기 위해 이토록 강한 인상이 됐을까? 스포츠성이 더해졌을까?

최고출력 170마력을 내는 1.8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엔 변화가 없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24.5kg·m)가 나오는 시점도 같다. 변속기도 6단 자동 그대로. 그럼 주행이 변했을까? 앞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예의 그대로. 하긴 파사트의 승차감은 변화할 이유가 없다. 이 차는 세단이고 파사트는 세단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승차감을 지닌 차였으니까.

승차감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안락하다. 부드러운 질감은 특색을 찾기 힘들다. 굳이 특징을 찾자면 앞보다 뒤 서스펜션이 더 부드럽다. 앞 서스펜션은 빠른 핸들링과 움직임을 위해 차체를 잘 떠받치고 뒤에서 약간의 리바운드를 허용하면서 승차감을 만든다. 물론 속도가 올라가면 노면 대응 폭이 넓은 멀티링크 방식의 뒤쪽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덜 눌리면서 차체를 떠받친다. 시속 200킬로미터 가까이에서도 차체는 안정적이었고 스티어링도 요동치지 않는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약간 빠른 속도로 넘으면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앞쪽 서스펜션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뒤쪽에 충격이 오니 차체 움직임이 생각보다 커지는 거다.

엔진엔 터보가 붙었음에도 초반 반응이 빠른 편이다. 다만 초반에 힘이 그렇게 높게 느껴지지 않는데 rpm을 높일수록 꾸준하고 끈덕지게 토크를 앞바퀴에 몰아넣으면서 가속 한다. 엔진 회전은 매끄럽고 변속은 유연하다. 예전부터 파사트는 모난 곳이 없었다. 무던하고 수더분하다. 화끈하게 달리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스티어링은 자연스럽고 가감속도 몸이 힘들 정도는 아니다. 결코 이 차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아니다. 차체 반응과 움직임 등이 탑승자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조율됐다는 의미다. 이게 세단이 탑승자를 대하는 본질적인 자세다.

그런데 왜 파사트가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이 됐을까? 파사트가 보이고 싶었던 건 존재감이 아닐까? 사실 8세대 파사트가 이미 유럽에 선을 보였다. 현재 판매되는 건 7세대를 베이스로 한 미국형이다. 당연히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성형을 선택한 거다. 그러면서 요즘 차들이 너도나도 넣고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레인어시스트등의 전자장비도 더했다. 덕분에 절반 정도의 자율주행도 가능해졌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41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1.8ℓ DOHC 터보, 170마력, 25.4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515kg 휠베이스 2803mm 길이×너비×높이 4870×1835×1485mm 복합연비 11.6km/ℓ CO₂ 배출량 152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