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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사는 도시에서

도시에는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다. 동물도 산다. 사람의 도시에서 동물이 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동물을 기억하고 동물에 대해 말한다. 동물이 사는 도시에서 사는 환경 운동가, 시민 단체 활동가, 칼럼니스트, 요리사 그리고 에디터가 도시에서 만난 동물에 관해 말했다.

2016.06.14

 

 저렴하게 치료해줄 병원이 없는 것도 동물을 유 기하는 큰 원인이다. 뉴욕의 경우 미국동물애호 협회(ASPCA) 같은 동물 보호 단체와 연계해 무 료 혹은 저비용으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한다. 일반 동물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이동 동물병원도 운영한다. 

 

살아 있는 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유럽에서는 이제‘ 펫 숍’을 찾 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를 비 롯한 많은 도시에서 상업적 용도로 번식한 동 물을 상점에서 파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한다. 반면 서울에서는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펫 숍 도 모자라 대형 마트에선 무이자 할부로 동물 을 판다. 열악한 번식장에서 물건 찍듯 생산한 동물들은 쇼윈도에 진열되고, 사람들은‘ 신상’ 동물을 쇼핑한다.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피해를 보는 건 동물이다. 서울 곳곳의 도심 재 개발 현장에는 버려진 동물이 넘쳐난다. 북한산 일대에는 원주민이 이주하면서 버리고 간 개들 이 모여 살면서 몇 년째 문제가 되고 있다. 누군 가의 가족이었을 그들은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들개’라는 꼬리표가 붙어‘ 퇴치’의 대상이 됐 다. 지진, 홍수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동물 구조팀을 가동하고, 반려동물 대피소까지 운영 하는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서울만큼 길에 사는 고양이를 만나기 쉬운 대도 시는 드물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서울 시 내에 25만 마리가 서식한다고 추정된다. 도심 한복판에서 끼니를 때울 먹이를 찾아다녀야 하 는 길고양이의 삶은 팍팍하다. 쓰레기봉투를 뒤 진다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자기 몸을 직접 그루밍하는 깔끔한 녀석들이 오죽하면 쓰 레기봉투를 뒤질까 생각하니 되레 안쓰럽다. 게 다가 서울이 사계절이 뚜렷해 아름답고 살기 좋 은 도시라는 건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감상일 뿐이다. 몇 달 동안 이어지는 혹서, 혹한을 번갈 아 견디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서울의 길고양 이는‘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빨리 죽는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년 이지만 길고양이는 기껏 2~3년밖에 못 산다. 밥에 쥐약을 섞거나 해코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병으로 죽지 않으면 차에 치여 죽는다. 지난 3년 간 서울시에서만 로드킬당한 동물이 1만6786마 리. 하루에 15마리의 동물이 차에 치여 죽은 셈 인데 그중 81%는 고양이라고 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 사이 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물론 원래 동물을 무 서워할 수도 있고, 쓰레기봉투를 뜯거나 발정기 에 내는 울음소리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러나 길고양이는 살처분해서 없앨 수 있는 동물 이 아니다. 영역 동물의 특성상 한 지역의 길고 양이를 전부 잡아 없애도 영역을 구축하려는 주 변의 길고양이들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에서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지속 가능한 수준 으로 유지하기 위해‘중성화 후 방사(Trap- Neuter-Release, TNR)’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시민들이 길고양이를 돌 보며 안착을 돕는 활동이 필수적이다. 알고 보 면 고양이를 돌보는‘캣맘’은 도시를 더럽히기 보단 도시에 사는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갈등 을 해결하는 존재다. 

 

그래도 서울이 동물 친화적 도시로 변모하고자 노력하는 건 다행이다. 2012년,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설치했고, 2014년에는 유기동물 숫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을 발표했다. 얼 마 전에는 보라매공원에 세 번째 반려동물 놀이 터를 개장했다. 작년부터 서울숲 등 대형 공원 네 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도 운영 중이다. 자발 적으로 모여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시민도 늘 어나고 있다. 각 자치구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 캣맘 모임’활동도 활발하다. 이태원 거리에서 는 주말마다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견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는 행사가 열 린다. 공공장소에 가보면 동물을 기르는 사람 도, 기르지 않는 사람도 예전보다 서로를 배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도시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철새 도래지 가 철새의 서식지이고, 개울이 개구리의 서식지 인 것처럼, 서울도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 들의 서식지이고 삶의 터전이다. 두 발 달린 인 간 동물도, 네 발 달린 비(非)인간 동물도 모두 도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서울에 살게 되는 날을 꿈꾼다. 

 

about 이형주는 국제 비영리 기구인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Cruelty Free International)’의 동아시아지부를 담당하는 동물 보호 운동가이자 국내외 매체에 동물 관련 칼럼을 쓰는 기고가다.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비글 믹스견 ‘밴조’와 8년째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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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동물,도시 동물,환경 운동가,시민 단체 활동가,칼럼니스트,반려동물

CREDIT Editor 이형주 Photo 이성범 출처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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