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컬러풀한 타이어
2016 제네바 모터쇼에서 눈길을 끈 오펠 GT 콘셉트카에는 앞바퀴에 새빨간 타이어가 신겨 있었다. 한국타이어가 GT 콘셉트카를 위해 특별히 만든 타이어인데 옆 유리가 없이 하나로 이뤄진 도어 위쪽을 따라 빨갛게 칠한 라인과 연결되도록 새빨갛게 만들었다(타이어 겉에 빨간색을 칠한 게 아니라 타이어 자체를 빨갛게 만든 거다). 트레드에는 GT 로고를 형상화한 무늬도 넣었다. 만약 이 타이어가 검은색이었어도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까? 지금 자동차 타이어는 검은색 일색이지만 미래의 타이어는 차의 콘셉트나 컬러에 맞게 다양한 컬러를 고를 수 있을지 모른다. 타이어가 검은색인 건 타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첨가물인 카본 블랙 때문이다. 카본 블랙은 고무 분자와 결합해 내열성과 내마모성, 강성, 내노화성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름처럼 검은색이라 타이어도 검어진다.

하지만 요즘은 신소재인 실리카로 대신할 수 있어 다양한 컬러의 타이어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컬러풀한 타이어가 시장에 나오지 않느냐고? 실리카를 사용하려면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알록달록한 타이어를 내 차에 신기는 건 시간문제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360도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볼핀 타이어의 영상을 공개했다. 둥근 공처럼 생긴 타이어 하나가 달걀처럼 생긴 독특한 탈것에 달려 있는데 기우뚱거리긴 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곧잘 움직인다. 제자리에서 360도로 도는 건 물론 직각이나 지그재그로도 움직인다. 이 타이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위쪽에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자이로스코프와 자이로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타이어 하나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브리지스톤의 공기 없는 타이어
브리지스톤은 미쉐린보다 6년 늦은 2011년 공기 없는 타이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2년 후인 2013년 도쿄 모터쇼에서 2세대 ‘에어프리 콘셉트 타이어’를 공개했다. 1세대 모델이 차의 무게가 100킬로그램일 때 최고속도가 시속 6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아 달릴 수 없는 타이어였다면 2세대는 차의 무게가 410킬로그램일 때 최고속도가 시속 60킬로미터로 개선돼 달릴 수 있는 타이어가 됐다. 강성이 높으면서 유연한 고성능 수지로 바퀴살을 만든 덕이다. 브리지스톤의 공기 없는 타이어는 모양과 구조가 미쉐린의 것과 비슷한데 바퀴살이 훨씬 촘촘하다. 트레드 부분의 고무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브리지스톤은 이후 세계 모터쇼에 참가할 때마다 새로운 타이어를 자랑하고 있다. 올 3월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이 타이어를 전시했다.

콘티넨탈의 민들레 타이어
타이어의 주원료인 천연 라텍스는 주로 고무나무 수액에서 얻는다. 하지만 콘티넨탈은 고무나무가 아닌 민들레에 주목했다. 민들레 뿌리에서도 라텍스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하노버 국제모터쇼에서 콘티넨탈은 민들레 뿌리에서 얻은 라텍스로 만든 시험용 타이어 윈 콘택트 TS 850 P를 선보였다. 타이어 양옆에는 ‘타락사 검(TARAXA GUM)’이라고 쓰고, 민들레 그림도 그려 넣었다. ‘TARAXA GUM’은 민들레를 뜻하는 단어(taraxacum)에서 이름을 땄다. “앞으로 5~10년 안에 민들레 고무로 만든 타이어를 생산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콘티넨탈 타이어 부서의 니콜라이 세처 중역의 말이다. 이들이 민들레에 눈을 돌린 건 세계적으로 고무 수요가 높아지면서 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무나무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자라기 때문에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들레를 주목한 타이어 회사는 콘티넨탈뿐이 아니다. 브리지스톤 역시 2012년 민들레 뿌리에서 타이어의 원료가 되는 라텍스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민들레 타이어가 출시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미쉐린의 공기 없는 타이어
많은 타이어 회사가 미래 타이어의 모습으로 공기 없는 타이어를 꼽고 있다. 미쉐린은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는 타이어 트윌을 선보였다. 보통의 타이어는 둥근 도넛처럼 생겨 휠에 타이어를 끼워야 하지만 트윌은 휠과 타이어가 붙어 있다. 이 휠은 자전거 바퀴살처럼 생겼는데 금속이 아닌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 울퉁불퉁한 지면에서는 찌그러지거나 눌린다. 하지만 완전히 납작해지지는 않아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다.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으니 타이어가 터지거나 공기압에 신경 쓸 걱정도 없다. 울퉁불퉁한 지면을 자유롭게 타고 넘을 수 있어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월면 작업차의 타이어로 쓰기도 했다. 미쉐린은 2012년 10월 이 새로운 개념의 타이어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자동차를 위한 타이어는 아니다. 농사나 건축 등에 쓰이는 작업용 장비를 위한 타이어다. 현재 미쉐린은 X 트윌이라는 이름으로 세 종류의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 타이어를 일반 자동차에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굿이어의 공처럼 둥근 타이어
굿이어는 2016 제네바 모터쇼에서 축구공처럼 생긴 둥근 타이어를 공개했다. ‘이글 360’이라고 이름 붙은 이 타이어는 미래의 자율주행차를 위해 개발됐다. “자율주행차가 보다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타이어를 공처럼 디자인했습니다. 이러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죠. 노면에 돌 같은 장애물이 있을 땐 스티어링휠을 돌리지 않아도 매끈하게 피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블랙 아이스가 있을 땐 타이어가 스스로 미끄러지는 것을 줄여주는 액티브 테크놀로지도 적용했습니다.” 굿이어의 조셉 체코스키 수석 부사장의 말이다. 이 타이어는 모양만 새로운 게 아니다. 안에 센서가 있어 바깥 날씨나 도로 상황을 차에 알려준다. 겉면에는 천연 스펀지 같은 소재를 넣었는데 노면이 건조할 땐 딱딱하게, 젖었을 땐 부드럽게 바뀌어 접지력을 좋게 한다. 이 스펀지에는 물기를 흡수하는 기능도 있어 비가 올 때나 물기가 있는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10년 후엔 이런 타이어를 신은 자율주행차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