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스타일 

 

살기등등하다. 신형 IS 250의 얼굴을 보고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다. 어느새 렉서스의 얼굴이 된 스핀들 그릴(실패처럼 위아래가 넓고 가운데가 잘록한 형태라 이렇게 부른다)은 신형 IS에 이르러 비로소 만개했다. LED 주간주행등은 그릴의 잘록한 부분을 향해 찌를 듯이 달려든다. 볼펜 끄트머리에 찔린 풍선처럼 조금만 더 파고들면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사나운 인상이기도 하다. F 스포트 버전은 더하다. 공기 흐름을 고려했음직한 범퍼 하단부와 바퀴 구멍으로 연결되는 공기 흡기부의 조형적인 굴곡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형 IS의 조형미는 그릴에서 시작해 테일램프와 트렁크 뒤끝까지 한결같이 이어진다. 측면의 로커 패널은 차체 중앙에서 한 번 비틀린 다음 뒷바퀴를 향해 공격적으로 치솟는다. 가파르게 솟아오른 선은 리어 쿼터 패널까지 과감하게 파고든 테일램프의 끄트머리와 이어지고 트렁크 리드에서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다. 역할? 그렇다. 차체 하단의 캐릭터라인은 뒷바퀴의 기세를 드높이는 구실을 한다. 뒷바퀴굴림 스포츠 세단임을 드러내는 공공연한 장치다. 

 

신형 IS의 디자인은 공공연하다. 노골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살기등등한 표정부터 뒷바퀴에 잔뜩 힘을 실은 라인 처리까지 모든 디자인의 중심이 스포츠 세단이라는 정체성에 실려 있다. 공공연한 건 그뿐만 아니다. 앞쪽 제동장치의 냉각효율을 높이기 위해 뚫어놓은 범퍼 구멍의 모양, 사이드미러와 테일램프에 달린 자그마한 핀 형상 디테일 등은 스스로가 얼마만큼 공기역학 성능이 뛰어난 차인지를 힘주어 말한다. 흡사 레이싱카에서 봤음직한 디테일인데, 토요타는 실제로 2000년대에 F1 팀을 직접 운영한 경험에서 공력 디자인의 노하우를 쌓았다고 강조하고 있다(토요타는 2009년 F1에 철수했지만 대신 지난해부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 중이다). 

 

어느 모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강렬한 디자인이다. 역동적이기보다 세련미가 철철 넘치기를 바라는 디자인투성이라 신형 IS의 디자인은 더 인상 깊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기도 했고.

 

 

정교하게 계산된 공간

 

IS는 이번 변화로 3세대에 이르렀다. 차체 길이가 85밀리미터, 너비가 10밀리미터 커졌고, 휠베이스는 70밀리미터나 늘어났다. 2800밀리미터의 휠베이스는 동급 모델에 비해 앞서지도, 크게 뒤처지지도 않는 준수한 수준이다. 덕분에 뒷좌석의 옹색함이 크게 줄었다. 언뜻 보기엔 답답한 공간이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몸 어디든 옥죄는 느낌 없이 편안하다. 등받이가 뒤로 성큼 물러나 있고, 쿠션도 움푹 패어 무릎공간의 여유가 상당하다. 성인 두 명이 앉아 있어도 크게 부대낄 일은 없다. 다만 센터터널이 높게 올라와 있어 가운데 자리에 앉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뒷좌석은 등받이를 60:40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다. 트렁크에 채 들어가지 않는 기다란 물건을 싣는 용도인데, 문제는 기다란 물건을 싣기에만 적당하다는 점이다. 트렁크 바닥과의 높낮이 차이가 상당해서 폴딩 시트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실내공간 설계의 방점이 ‘운전’에 찍혀 있는 탓이다. 신형 IS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려 애썼다. 운전석 높이만 해도 이전보다 20밀리미터나 낮아졌다. 스포츠카처럼 노면에 바싹 붙어 앉아 달리는 자세다. 노면과 가까워진 만큼 스포티한 주행의 밀도가 올라갔지만, 대신 뒷좌석 가운데 자리와 폴딩 시트의 쓸모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새로운 실내 패키징의 의도가 명쾌하게 드러난다. 대시보드는 높고 카울 포인트는 얕다. 운전대는 누운 기색 없이 팽팽하게 서 있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바투 붙어 있다. 운전대를 힘차게 휘감으며 열렬히 달리라고 부추기는 운전 자세다. 공격적인 운전석과 안락함을 극대화한 뒷자리가 공존하는 실내 분위기는 이 차의 겉모습만큼 노골적이다. 스타일과 기능, 감성과 이성, 역동성과 아늑함, 열탕과 냉탕…. 렉서스의 최근작은 이 같은 이분법에 충실하다. 작위적이기보다 솔직한, 두리뭉실하지 않고 직관적인 것이 옳다고 여기는 렉서스의 새로운 태도다. 

 

 

야무지고 매끈한 달리기

 

IS 250의 심장은 절묘한 구석이 있다. V6 설계의 섬세한 회전과 2.5리터 배기량의 느긋한 기운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다. 3.5리터 V6만큼의 날카로움과 박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2.0리터 디젤 엔진 못지않은 여유가 있다. 6단 자동기어와 함께 빚어내는 꾸준하고 매끈한 가속이 꽤 매력적이란 얘기다. 엔진은 4500rpm 무렵이 돼야 쌩쌩해지지만 느리게 회전할 때도 힘 부족으로 절절맬 일은 없다. 스트로크(77밀리미터)보다 보어(83.0밀리미터)가 더 큰 엔진의 부지런한 성격 덕분이다. 엔진은 쌓여가는 회전수에 비례해 활기차지고, 6000rpm 이상의 회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회전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둔탁한 디젤 엔진에선 맛보기 어려워 오히려 더 통쾌한 감각이다. 디젤 파워트레인의 동급 모델이 선 굵은 토크 감각과 빼어난 연비를 선사한다면, IS 250은 가솔린 V6 자연흡기 엔진의 섬세한 회전 감각과 차분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실제로 가속 성능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취향과 쓸모에 따라 선택할 일이겠다. 

 

2.5리터 V6의 204마력 파워엔 일체의 불만도 없지만 그럼에도 3.5리터 배기량과 8단 자동기어로 306마력을 내는 IS 350의 부재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신형 IS의 옹골찬 차체 때문이다. 더 길고 넓어진 신형은 돌부리에 발끝이 채어도 허둥대는 법이 없고, 코너에서도 맥없이 무릎을 꿇지 않는다. 진동이 잦아든 플로어를 통해서, 연이은 코너에서 재빨리 무게를 옮기는 솜씨를 통해서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정교해진 차체가 읽힌다. 의도한 대로 따라주는 움직임이 대견해 의욕을 불태워보지만 결국 남는 건 더 높은 출력을 향한 갈증뿐이다. 그건 F 스포트 버전의 매력적인 사운드 크리에이터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근원적인 결핍의 문제다. 시속 55킬로미터 무렵만 넘어가면 저절로 켜지는 트랙션 컨트롤도 그런 문제의 일종이고. 

 

SPECIFICATION

LEXUS IS 250

가격 4790만원(슈프림), 5330만원(F 스포트), 5530만원(이그제큐티브)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2.5ℓ DOHC 24밸브, 204마력, 25.5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640kg

휠베이스 2800mm

길이X너비X높이 4665X1810X1430mm

복합연비 10.2km/ℓ

CO2 배출량 174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