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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담는 자

한국 대표 건축 사진가이자 건축 전문지 <다큐멘텀>의 발행인인 김용관은 오랜 시간 매서운 시선으로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한강이 내어준 자연 풍경을 보다 예술적으로, 건축적으로 탐미할 수 있는 선유도공원에서 그의 건축적 시선을 만났다.

2016.05.13

 

 김용관이 좋아하는, 가공되지 않은 거친 느낌의 돌 앞에서 

 

Q 한강은 얼마나 자주 가는가?

A 사진 촬영을 위해 의식적으로 가기보다는 날씨 좋은 날 산책 겸 작은 카메라를 들고 걷는 편이다. 평소에도 ‘도시의 관찰자’라는 생각으로 한강 변을 걸으면서 관찰하는 일이 많다. 같은 장소라도 그날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걸으면 보인다’라는 개인적인 신념이 있다. 

 

Q 도시를 관찰하는 사진작가로 25년 이상 활동하면서 느꼈던, 한강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한강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무척 아름답겠지만, 건축물을 찍으면서 한강을 배경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현재 한강 주변은 너무 많은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밀도 특성상 아파트와 같은 대형 건물이 들어설 수밖에 없지만, 이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한강에서 좀 더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훨씬 더 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이 될 것이다. 한강 변의 좋은 뷰는 대부분 아파트가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서울은 앞뒤로 산에 둘러싸여 골짜기가 있고 그 사이에 강이 흐르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 조건이나 경제 성장 규모에 비해 우리는 한강의 가치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강을 부동산 자산으로 간주하고 한강의 경치를 품은 아파트를 비싸게 팔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들만 소유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공원이나 공공장소를 만들고 한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본다.

 

Q 서울 도심에서 선유도공원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일까?

A 건축, 조경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만들어놓은 공공장소, 공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입장료를 내더라도 시민이 경험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공간과 건축물이 있는 장소가 도시에는 꼭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이라도 시민이 원할 때 갈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한 건축가의 작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천혜의 환경 속에 지어진 골프클럽 하우스는 오직 골프를 치러 간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곳이지 않은가. 선유도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도시에서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유도공원은 건축가의 욕심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는 건축가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들고 싶은 공간이나 디자인이 많았을 텐데, 경험과 연륜이 있는 건축가이기에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스스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Q 폐기된 산업 시설을 재활용해 만든 프로젝트로서 선유도공원을 바라보면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 Collection)’이나 ‘하이라인 공원(High Line Park)’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재생 건축의 대표적인 건물과 비교해 선유도공원의 건축적 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선유도공원은 건축가의 욕심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는 건축가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들고 싶은 공간이나 디자인이 많았을 텐데, 경험과 연륜이 있는 건축가이기에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스스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조성룡 건축가의 특성 또한 기존의 조건을 잘 이용해서 장소가 가진 정체성을 살려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선유도공원은 건축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굳이 평가할 필요도 없이, 사용자들이 편하게 알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가가 시민에게 던져놓은 느낌이라는 점에서 외국의 유명 명소가 전달하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칙만을 정해놓고, 시민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고 있지 않은가. 

 

Q 노들섬 개발 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다. 노들섬은 어떠한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집과 회사가 일상 동선의 전부인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서 가치가 크다. 좋은 공간과 건축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 중요하다. 선유도공원처럼 도시의 쉼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노들섬의 위치상 어떻게 접근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 같다.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한 활용과 의미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고한 걸작이 아닌 다수를 포용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Q 그러한 방향에서 좋은 예시가 될 만한 곳을 서울에서 찾는다면?

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장소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더욱이 새로 개관하면서부터 이전과 다르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예술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문화적 행위가 시민의 일상이 되면 개인과 사회의 문화 수준의 켜가 달라질 것이다.

 

Q 한강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떠한 건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국내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해 한강 나들목을 개선했던 2007년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처럼 건축가들의 공공 건축물에 대한 참여가 필요하다. 발주처인 정부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건축가들은 다양성이 담긴 수준 높은 디자인을 제시해 서로가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랜드마크적 성격이 있다고 해서 꼭 좋은 장소라고 할 수는 없다. 적당히 잘 손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건축가들이 제시해야 한다. 특히나 한강공원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열린 장소일수록 오히려 힘을 빼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화장실이나 쓰레기통과 같은 공공시설의 디자인에 신경 써 시민의 의식 있는 행동까지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Q 만약 한강을 주제로 사진 촬영을 하게 된다면 어떠한 시선으로 찍을 것인가? 아마추어와는 다른 프로의 관점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우선,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다. 아까 얘기한 대로 오랜 시간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관찰하고 그 아름다움을 찾아낼 것이다. 예전에 한강에서 카약을 타본 적이 있는데,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서울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아마도 한강 수면이 서울에게 가장 낮은 곳일 텐데, 그 낮은 곳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매우 색달랐다. 이러한 시각도 촬영하는 데 반영될 것 같다. 관점을 달리하면 새로운 시선이 생긴다. 건물을 찍는다고 하면 정확하게 건물만 담으려는 시도를 하게 마련인데, 그러한 사진은 객관적인 시선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신 전체 구성 시 주변 환경을 많이 담아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건축물을 보여준다면 보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줄 수 있다.

 

Q 한강이나 선유도공원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의미 있는 장소다. 사진 촬영과 잡지 출판도 기록하고 흔적을 남기는 작업인데, 가치 있는 기록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기록의 가치는 기록한다는 것 자체에 있다. 선유도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의 추억을 위해 남기는 사진이나 기억 또한 나중에 빛을 발하든 그렇지 못하든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사진가의 관점에서는 누구의 시선으로 기록했는지도 중요하다. 어떠한 콘텐츠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기록의 중요성이 갈릴 수 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대로 기록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나 또한 사진가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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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노들섬,한강,선유도공원,역사의 흔적,사진작가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최다함 출처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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