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엘리스는 여느 로드스터처럼 A필러 뒷부분을 홀라당 벗어버리는 타입이 아니다. 정확히는 천장의 윗부분만 수줍게 벗는다. 루프 전체가 벗겨지는 타입보다 개방감은 덜하지만 차체가 워낙 낮고 작아서 윗면만 벗어도 상당한 ‘오픈마인드’를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톱을 오픈하는 과정이다. 요즘은 버튼만으로도 컨버터블이 쉽게 변신하는 시대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편리한 차들이 많은 것은 문제다. 반면 로터스 엘리스는 수동식 소프트톱을 얹어서 불편해도 너무 불편한 차종이다. 

소프트톱을 벗겨내는 데 대략 3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과정은 이렇다. 1 모든 윈도를 내린다. 2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연다. 3 소프트톱의 기둥 역할을 해주는 프레임을 분리한다. 4 좌우 프레임과 연결된 소프트톱을 마치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준다. 5 돌돌 만 소프트톱을 미리 열어둔 트렁크에 싣는다. 6 소프트톱 받침대 두 개를 마저 분리해서 트렁크에 넣는다. 7 트렁크를 닫는다. 

톱을 벗기는 모든 과정을 실행하는 데 1000칼로리 정도를 소모하는 것 같다. 그래도 힘들지만 재밌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로드스터가 요즘 기준에서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힘들게 톱을 개방한 만큼 다른 로드스터에 비해 오픈에어링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최대한 길게 톱을 열고 유지한다(당연히 닫는 것도 힘들어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오픈하고 달린다).

엘리스를 타보면 우리가 요즘 얼마나 편리한 차를 타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심지어 인간을 이기는 바둑 컴퓨터가 나오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차다. 하지만 번거롭고 힘들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 바로 로터스 엘리스다. 여담이지만 로터스 엘리스를 타기 시작한 순간부터 살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다. 그만큼 좋다.

가격 9200만원(옵션 포함)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RWD, 2인승, 2도어 컨버터블 엔진 4기통 1.8ℓ 슈퍼차저, 220마력, 25.4kg·m 변속기 6단 수동 무게 924kg 휠베이스 2300mm 길이×너비×높이 3824×1719×1117mm 연비(복합) 13.3km/ℓ CO₂ 배출량 173g/km 구입 시기 2015년 12월 총 주행거리 2743km 평균연비 9.1km/ℓ 월 주행거리 1943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34만8000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