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았다. 스마트 포포를 시승하는 내내 즐거웠다. 마침 날씨도 좋았고 그리 바쁘지도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꽃길을 내달리니 활짝 열린 캔버스톱 안으로 봄기운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포포도 예뻤다. 이미 해외에서 몇 번 봤지만 모터쇼 부스나 전시장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정제되고 인위적인 곳에서 볼 때는 ‘시티 커뮤터(City Commuter)’나 ‘어번 모빌리티(Urban Mobility)’ 같은 고상하고 미래적인 단어가 떠올랐다. 반면 북적이는 시내, 봄꽃이 만발한 교외 등 밖에서 보는 포포는 그저 풋풋한 차다. 기분 내키는 어디든 일행들까지 함께 데려다줄 수 있는 아담한 발이다.

포포가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였던 건 눈에 익은 비례 때문이다. 신형 포투가 전보다 3.5센티미터 길어지고 10센티미터 넓어지며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이 됐지만 아직도 2.72미터에 불과한 길이와 1.56미터나 되는 껑충한 높이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반면 포포는 길이가 3.53미터로 신형 포투보다 1미터 가까이 늘어난 데다 높이는 오히려 1센티미터 낮다. 푸조 208이나 폭스바겐 폴로 등을 통해 봐오던 소형 해치백의 비례와 얼추 비슷해 보인다.
새로운 디자인도 좋다. 똘망똘망한 헤드램프와 폭과 높이를 함께 키운 라디에이터 그릴이 좀 더 분명하고 당당한 인상을 만들었다. 보닛을 두툼하게 다듬어 어색한 느낌도 지웠다. 결국 누구나 생각하는 자동차의 모습에 가까워진 거다. 관념적인 자동차의 형상을 벗어나는 걸 아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시승한 모델은 포포에서 가장 하위 모델인 패션(PASSION)이다. 스마트키가 아니라 일반적인 키를 사용한다. 그래도 차문을 열고 잠그는 무선 리모트 컨트롤러는 키 손잡이에 내장돼 있다. 더불어 사이드미러도 손으로 접어야 하고 헤드램프도 자동이 아니다. 가끔 불편할 때도 있지만 불만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공조 장치는 자동이다. 실내에는 센터페시아 밑단부터 앞좌석 사이를 가로지르는 센터터널을 만들었다. 보통의 승용차 같은 구성이다. 구형 포투는 양 옆으로 쭉 뻗은 대시보드만 있었다. 센터터널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승합차나 미니밴 같았다. 신형 포포는 비어 있던 그 자리를 메우며 서랍을 만들어 넣었다. 작지 않은 크기에 고무 패드도 깔려 있어 유용하다.

계기반은 커다란 반원 모양이다. 가장자리엔 속도를 표시하는 바늘과 눈금이 자리한다. 가운데는 커다란 컬러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효율과 관련된 정보가 많다. 출발 후부터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전했는지를 수치화해 알려주기도 하고 분 단위로 최근 15분간의 연비를 막대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한다. 태코미터는 왼쪽 송풍구 위로 빠졌다. 동그란 계기 안에 조그마한 바늘 시계도 들어갔다.

 

 

 

시승차는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지 않았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없어도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다. 아울러 오디오 조작부 위에 설치하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정식 액세서리로 출시돼 있기도 하다. 기본 오디오는 블루투스와 AUX 단자, USB 포트 등 외부 미디어 연결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글을 지원한다. 반면 계기반 디스플레이는 한글지원이 안 된다. 연비 표시도 리터당 몇 킬로미터를 가는지 대신 10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데 몇 리터를 쓰는지로 나온다.

뒷좌석은 둘만 앉도록 돼 있다. 안전벨트도 딱 두 개뿐이다. 머리 공간은 그리 부족하지 않다. 무릎 공간도 기대보다는 넓다. 성인 여성 4인이라면 탈 만하다. 뒷좌석에 팔걸이는 없고 컵홀더는 있다. 앞좌석 사이에 하나 있다. 위치는 조금 낮지만 500밀리미터 페트병도 들어갈 만큼 넉넉해 쓸 만하다. 창문은 유리가 아래로 내려가 활짝 열리는 방식이 아니다. 창 뒤쪽이 바깥으로 벌어져 빠끔히 열린다. 승합차나 미니밴 등에서 보던 것이다.

보닛은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레버를 함께 앞으로 당기면 열린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보닛 아래는 엔진이 없다. 냉각수와 브레이크 오일, 워셔액 주입구, 배터리가 있다. 엔진은 뒤쪽 트렁크 아래 있다. 포투는 트렁크 문짝이 위아래로 나뉘어 조개껍데기처럼 열리는 클램셸(Clamshell) 방식이지만 포포는 일반적인 해치백처럼 위로만 열린다. 트렁크 바닥을 들춰내고 여섯 개의 볼트를 풀면 엔진이 나타난다. 트렁크 크기는 조금 손해를 봤다. 하지만 최대한의 실내 공간을 뽑아내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71마력, 9.3kg·m를 발휘하는 1.0리터 가솔린 엔진은 뒷바퀴를 굴린다. 포르쉐 911에서나 보던 RR 방식이다. 시동을 걸면 엔진음이 뒤에서 들린다. 달려나갈 때도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딱 든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직결감이 좋아 마치 엔진 동력이 바퀴에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다만 변속이 빠른 스포츠 성향은 아니다. 유연하고 부드럽다.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효율과 승차감에 좀 더 치우친 세팅이다.

출발하면 엔진회전수가 보통 3000rpm이 넘어가야 2단으로 변속된다. 이후 변속 시점이 점차 낮아진다. 급가속 시에는 레드존이 시작되는, 그리고 최고출력이 터져 나오는 6000rpm까지 모두 사용한다. 주행모드는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가 있는데 에코모드라도 급가속 시에는 똑같이 반응한다. 고속 운행 시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이 대개 3000~4000rpm으로 치솟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유지해도 연비가 나쁘지 않다. 리터당 20킬로미터 가까이 유지된다. 같은 1.0리터짜리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국산 경차와 꽤 차이가 난다. 심지어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가 900킬로그램 초중반인 반면 포포는 1020킬로그램으로 더 무겁다.

주행감은 경쾌하다. 일상적인 구간이라면 어디든 가볍게 달려나갈 수 있다. 다만 시속 80~90킬로미터가 넘어가는 속도로 달리다 다시 가속하면 둔하고 더디다. 그래도 고속 안정감은 나쁘지 않다. 조향감 자체가 좀 헐렁할 뿐 자세를 유지하는 느낌은 괜찮다. 단, 헐렁한 조향감은 좀 아쉽다. 물론 짧고 높은 차체를 가진 차에다 예민하고 끝에서 끝까지 2~3바퀴밖에 돌아가지 않는 운전대를 달아놓으면 급조작으로 인한 사고 유발 가능성이 있다. 유격이 있고 5바퀴 반이나 돌아가는 운전대를 달아놓은 게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포포는 포투에 비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같은 세팅을 유지한 점이 아쉽단 얘기다.

포포는 코너를 돌아나가는 재미가 있다. 포포의 서스펜션 튜닝 자체가 부드러운 데다 시승한 차에는 편평비가 65인 두꺼운 사이드윌의 타이어가 끼워져 있어 쏠리는 현상이 좀 있긴 했다. 하지만 뒤 엔진, 뒷바퀴굴림 방식이라 코너에 들어가면 머리를 살짝씩 코너 쪽으로 처박는 게 느껴진다. 조향량보다 많이 회전하는 오버스티어가 약간씩 발생하는데 이 느낌이 꽤 즐겁다. 뒤쪽 서스펜션은 드 디옹(De Dion)이란 낯선 방식인데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승차감이 좋고 접지가 좋다. 과거 레이싱카에서 많이 쓰던 서스펜션이다.

매력적인 스마트 포포지만 막상 구입하자니 차체가 작아 안전이 우려될 수 있다. 그런데 포포는 유럽의 충돌 테스트인 유로엔캡에서 별 네 개를 받은 모델이다. 차체를 지탱하고 있는 ‘트리디온 세이프티 셀(Tridion Safety Cell)’도 4톤까지 모양의 변화 없이 견뎌내는 걸로 알려져 있다. 물론 사고에 장사는 없다. 별 네 개도 만점에 하나 모자란 수치긴 하다. 만점이라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 적지 않다. 시승한 패션 트림은 2990만원이다. 중간급인 에디션은 3140만원, 최고급인 프라임은 3190만원이다. 국산 중형차 최고급 풀옵션 모델에 맞먹는다. 이 가격을 설득하는 건 스마트 코리아의 몫이다. 시승해본바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설득당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하다. 보통에 가까워지며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2990만원 레이아웃 뒤 엔진, RWD, 4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3기통 1.0ℓ DOHC, 71마력, 9.3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020kg 휠베이스 2490mm 길이×너비×높이 3530×1660×1550mm 복합연비 23.8km/ℓ CO₂ 배출량 97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