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시장 논란의 중심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있다. 최근 두어 달 동안 자동차 관리법의 제원변경 신고의무 위반, 개별소비세 환급 논란 등 구설에 휩싸였다. 작년 수입차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기록하고, 올해 2월까지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호사 뒤에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하다.

우선 제원 신고 이야기부터 해보자. 국내에 공장이 없는 수입자동차 회사의 신고 과정은 이렇다. 본사의 상품 계획에 따라 국내 수입할 모델이 결정되면, 도입과 판매 시기에 맞춰 변경 신고 혹은 신규 인증을 신청한다. 특히 파워트레인이 바뀌었다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를 통해 배출가스 인증과 공인연비 신고 등을 진행한다.

수입사 내부에서는 복잡한 과정이 진행된다. 상품 기획팀에서는 국내 도입 스케줄에 따라 인증을 담당하는 부서에 통보를 하고, 차가 도착하는 스케줄에 따라 인증을 진행한다. 여기서 상품 기획팀이 통보를 했으나 인증 담당자가 이메일을 받지 못한 경우, 혹은 물류팀에서 신형 모델이 들어왔음에도 다른 부서에 알리는 것을 깜빡했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벤츠가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9단 변속기 S 클래스를 판매한 것이 이와 같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다.

그런데 과연 구형인 7단과 신형 9단을 같은 가격으로 팔았는데, 이걸 정부의 주장대로 부당 이익을 취하기 위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수라고는 하지만 법이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니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보행자와 도로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불법 수익을 얻고자 한 조직적인 개입이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까? 그것도 가격 인상 없이 품질이 개선된 차를 판매한 것을 말이다.

개별소비세 환급 이야기를 해보자. 애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 개별소비세를 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한시적 인하를 했었다. 이 개별소비세액의 30퍼센트가 교육세로 붙기 때문에 개소세 인하에 따라 실제 세액은 조금 더 내려간다. 기준이 되는 과표 기준은 국산차의 경우 공장도가를, 수입차는 통관 기준가(수입 면장 가격+운송비)를 바탕으로 한다. 국산차의 공장도가에는 판매 마진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과표 기준 금액이 높고, 수입차는 수입사 및 딜러사 마진 등이 제외되므로 같은 소비자가의 차라고 해도 수입차 쪽의 변동 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장도 가격이 1000원이라고 하면, 5퍼센트 개별소비세율을 적용해 세금 총액은 65원이 된다. 3.5퍼센트일 때는? 45.5원으로 줄어 14.5원만큼 차값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수입차는 위에 설명한 대로 통관할 때의 가격에 개소세 등을 먼저 계산하고, 이후에 마진과 비용을 붙이므로 실제 인하 폭은 이보다 훨씬 적다. 같은 5000만원짜리 차인데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인하 폭이 다른 이유다.

개소세 인하는 판매량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1월에 이 혜택이 없어지자 내수 판매가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차값이 올라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었다. 그러자 정부는 부랴부랴 다시 개소세를 내렸다. 한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꾼 것이다. 결국 1월에 정상적인 개소세를 내고 차를 산 고객들만 손해를 본 셈이 되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차 값을 원래대로 회복시킨 자동차 회사들도 차값을 다시 조정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개소세는 차를 수입하거나 만드는 순간에 발생하는 세금이고, 이건 제작사 혹은 수입사가 먼저 낸 다음에 차값에 반영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소비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를 통해 다시 환급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일부 수입차 회사는 1월에 개소세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판단해 미리 그만큼의 금액을 프로모션의 형태로 할인에 반영했다.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 오는 충격을 자체 비용으로 충당한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할인 혜택이 없었던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판매 감소폭이 훨씬 적었다.

당연히 수입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써 개소세 인상분을 보상했는데, 다시 정부에서 개소세를 더 돌려주라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로부터 환급분만큼 돌려받긴 하지만, 정부 정책이 바뀐 것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프로모션 비용이 더 들어간 셈이다. 결국 개소세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결론이 나긴 했어도 과정은 찜찜하다. 이런 혼란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한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비난은 유독 수입차 회사에만 몰린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더욱 부채질을 하는 것은 일부 언론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사안에 따라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 내부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일 수도,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양한 언론이 쏘아 올린 비난의 화살은 모두 벤츠로 향했다.

이건 일부 언론의 회사 길들이기 방법이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들과 그들의 비열한 짓을 묵인하고 협박을 통해 광고라도 따내겠다는 언론사의 합작품이다. 특히 홍보 담당자나 서비스 담당자의 이름까지 기사에 올리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다. 회사의 대처가 미흡하거나 잘못이 있다면 그 회사에 대해 기사를 쓸 일이다. 이름과 직위를 공개하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물질적 또는 정신적 피해와 충격을 주기 위한 악질적인 행태다. “너 이렇게 이름 공개되니 힘들지?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인 것이다.

이유와 근거가 타당한 제대로 된 견지와 비판이 아니라 꼬투리와 트집잡기용 기사는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따낸 광고비는 결국 수입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서비스 수준을 떨어트리게 된다. 맑은 호수를 헤집고 다니는 미꾸라지는 잡아야 한다.

글/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들과 그들의 비열한 짓을 묵인하고 협박을 통해 광고라도 따내겠다는 언론사의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