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빨리 나와 봐! 얼른.”

여섯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형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갔다. 열 대가 넘는 미니 컨버터블이 지붕을 열고 줄지어 달리는 모습을 봤다면 나 역시 누군가를 부르러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혼자 보긴 아까운 광경이니까.

지난 4월 7일 제주도에서 미니 컨버터블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 참가한 나를 포함해 스무 명 남짓의 기자들은 해안도로와 좁은 골목,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며 월드스타 못지않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미니는 3세대 컨버터블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장소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호텔은 일주일 동안 미니 컨버터블을 위한 장소로 변신했다. 호텔 앞과 산악도로, 레스토랑에는 세 명의 작가가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호텔 앞 잔디밭에는 짙푸른 바다를 닮은 하늘색 미니가 서 있었다. “저희는 ‘오감만족’을 주제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단순히 시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귀와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서죠.” 미니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며 열린 마음으로 행사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가 준비한 음식이 우선 입을 즐겁게 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졌다. 비는 오지 않을 모양인가 보다. 지붕을 열자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미니 컨버터블의 지붕은 18초 만에 열리고 닫히는데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달리면서도 열고 닫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지붕을 닫으려고 하지 않았다.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바람을 맞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디오 파일에는 미니가 드러머 남궁연 씨와 선별한 서른두 곡의 음악이 들어 있었다. 볼륨을 높이자 열두 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하만카돈 오디오에서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번엔 귀가 즐거웠다.

3세대 미니는 이전 모델보다 한층 부드럽고 매끈해졌다. 미니 컨버터블도 마찬가지다. 스티어링휠은 여전히 묵직하지만 엉덩이가 한결 푸근하다.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컨버터블은 이렇게 타는 거였지.’ 이날만큼은 최고출력이나 최고시속 같은 숫자보다 바람의 감촉이나 귓전을 울리던 음악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미친 여자처럼 머리가 마구 헝클어져도, 시원하던 바람이 조금은 매섭게 옷깃을 파고들어도 즐거웠다. 별것도 아닌 얘기에 옆에 앉은 사람과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난 제주의 도로를 여러 대의 미니와 느릿느릿 줄지어 달리며 시승이 아닌 퍼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눈과 귀와 입과 엉덩이가 즐거운 드라이빙이었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NEW MINI COOPER S CONVERTIBLE
기본가격 46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2+2인승, 2도어 컨버터블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192마력, 28.6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350kg 휠베이스 2495mm 길이×너비×높이 3850×1727×1415mm 복합연비 12.1km/ℓ CO₂ 배출량 141g/km

지붕을 열고
미니 컨버터블은 18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는다. 계기반의 ‘올웨이즈 오픈 타이머’는 지붕을 열고 달린 시간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