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두뇌와 남다른 감성을 지닌, 이 시대의 훈녀 훈남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면

당사자들은 오글거린다고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Q 이광호 작가님이 소개해주셨어요.
“뉴욕에서 만난 친구가 한국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갔어요. 거기서 만났죠. 한국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친해졌어요.”

 

Q 원래 그림을 그렸어요?
“사실은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페인팅이 위주고 비주얼 디렉팅도 하고 있어요. 뉴욕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알만한 친구를 꼽자면 KYE의 계한희요. 친한 동생이면서도 좋은 동료에요. 아, 음악은 나중에라도 꼭 하고 싶어요. 앨범을 낼 거예요. 연주가 될 수도 있고.. 가요처럼 듣기 편안한 음악은 아니겠지만 전자 음악 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Q 그러고 보니 홍대에서 노래하는 인디 가수느낌이 나요.
“(하하)음악을 정말 좋아하긴 해요. 요즘에는 진짜 오래된 걸즈 팝을 들고요. 지금은 그냥 ‘그림 그리는 박민하’가 좋아요. ‘파인아트, 패션 분야에서 주목 받는 천재적인 아티스트,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를 두지 않는 프로젝트 작가’등 수식어가 많은데, 그런건 좀...”

 

 

 

Q 아티스트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요.
“조금 느리게 살기. 편안하게 보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기가 맞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는 ‘여유로워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아도 말이죠. 60세에도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게 멋져요. 저 역시 한 템포가 늦더라도 저만의 길을 걸을 거에요.”

 

 

 

 

 

 

 

 

 

Q 반가워요. ‘복고 타이포그래피의 부흥을 일으킨 훈남 타이포그래퍼’님.
“오글거려요. 꼬리표 다 떼고 그냥 ‘김기조’가 좋아요. 그렇게 불리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서울대생, 천재적인, 트렌디한 뭐 이런 건 제가 싫어요.”

Q 타이포그래퍼로 사는 삶은 어떤가요?
“저 자체가 회사에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으면 전체가 야근하는 거고 반대로 이렇게 평일 낮에 나와서 인터뷰 하고 있으면 회사 전체가 쉬는 거나 다름없죠. 그냥 삶 자체가 일, 일은 곧 회사, 회사는 곧 저 라고 할 수 있겠죠?”

Q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등 독특한 앨범 커버로도 유명해요.
“맞아요. 앨범 커버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홍대에는 제 영향을 받은 '무리'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놀리죠.”

 

 

 

Q 최근 관심사가 뭐예요?
“80-90년대 영상이요. 진짜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웃으면 복이 와요> 같은 코미디 프로에서는 ‘노처녀의 기준은 몇 살일까?’처럼 무례한 질문들을 해요. 영화 <고교얄개>에서는 어린 남자아이들이 심오한 얼굴로 “저 태양을 봐. 우리의 미래처럼 아름답지 않니? 이 나라의 성실한 일꾼이 되어보자.”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요. 폰트를 그대로 쓰는 건 안 해요. 그 시대의 순수하면서도 직설적인 정서나 말투를 생각하는 거죠. 직관적임과 간결성이 작업에 아이디어를 줘요.”

 

 

 

 

 

 

 

 

동시에 질문하고 함께 답했다.
 

Q 평소 어떻게 입으세요
박민하(이하M) "빈티지 아이템을 사러 동묘시장에 가는 걸 좋아해요. 얼마 전에 퍼 재킷을 5만원에 하나 샀어요. 입고 나갔는데 친구들이 명품인줄 알더라고요. 이런 재미가 너무 좋아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요. 요즘들어 옷장에 있는 예전 옷을 꺼내 입게 되는데 대부분이 비비안 웨스트우드더라고요. 편하게 컨버스도 즐겨 신고요. 츄리닝 패션은 좋아하지 않아요. 아, 기조는 네이비성애자(?)에요. 올 네이비.”
김기조(이하K)  “사실은 패션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5년 정도 전부터 검은색은 싫고 갈색은 어딘가 게을러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색이 남색이에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있어요. 닐 바렛(Neil Barrett)이랑 아이소플럭스(ISOFLX)요. 특히 아이소플럭스는 지난 겨울 내내 입고 다녔어요. 제가 입소문을 내고 다닐 정도라니까요. 늦게 패션에 눈을 뜬 편인데, 스타일을 한 가지로 정하고 나니까 쇼핑의 욕구가 1/10으로 줄었어요. 잘됐죠 뭐.”
 

Q 시간이 길게 나면 뭘 하고 싶어요
M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할거예요. 아, 그리고 내년에 꼭 할 건데, 니스 비엔날레와 카셀에서 열리는 도큐멘타를 꼭 구경하고 싶어요. 미술계에 큰 행사예요.”
K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잠을 잘래요. 정말 평범하게요. 언젠가 유럽 친구네에서 그렇게 살아봤는데, 제 스타일이예요. 일을 하다 보면 끼니를 못챙겨 먹을 때고 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게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오나 봐요.”
 

Q 서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M “기조는 아는 게 정말 많아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어릴 때 보던 만화책<먼 나라 이웃 나라> 같아요. 만화니까 보면 안될 것 같은데, 유익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보게 되잖아요. 많이 봐도 엄마한테 혼나지도 않고(하하). 기조가 수다가 많아요. 그래서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K “저는 잔잔한 파도 같아요. 어떻게 보면 조용히 앉아서 작업하는 게 직업이기도 하고 또 좋아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민하는 정말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목표가 있으면 바로 움직여요. 확실히 활동적이에요. 민하의 에너지에 제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도 있지만요(하하).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