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r&Tech

  • 기사
  • 이미지

의미 있는 논쟁, 의미 없는 논쟁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현상을 꼬집어본다. 이달엔 얼마 전까지 뜨겁게 논란이 됐던 르노삼성 뉴 SM6의 토션빔 서스펜션에 관한 얘기다

2016.03.16

 

지난 2월 초, 르노삼성이 오랜만에 신차를 선보였다. SM6였다. 이 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중형차 세그먼트에 속한다. 게다가 글로벌 차원의 신모델 등장이라는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SM6의 모든 관심이 뒤 서스펜션으로 향했다. 상황은 이랬다. SM6의 뒷바퀴에 사용된 토션빔 방식 서스펜션이 소형차에나 쓰이는 것이어서 중형차엔 맞지 않는다는 일부 언론사의 보도가 시작이었다. 신차를 발표하며 축제를 벌여야 할 분위기에서 르노삼성은 졸지에 차급에 맞지 않는 저렴한 서스펜션을 장착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회사가 됐다.


그렇다면 토션빔 서스펜션은 어떤 방식인가? 주로 앞바퀴굴림 자동차에서 뒷바퀴 쪽에 사용하는 서스펜션 방식이다. 이 구조는 분명 장점이 많다.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간단하다. 그래서 생산 단가가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시간도 더 짧다. 또 서스펜션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좌우가 연결된 빔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돌 사고 시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양쪽 바퀴가 독립식이 아닌 빔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라 승차감에서 불리할 수 있다. 또 코너에서 서스펜션이 옆으로 힘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멀티링크 구조보다) 뒷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분명한 장단점이 있음에도 일부 언론은 SM6가 중형차라는 점을 들어 토션빔의 단점을 강하게 부각했다. 그러자 전후 사정을 알 리가 없는 많은 소비자가 SM6의 토션빔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토션빔 서스펜션은 종종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처음부터 토션빔을 쓴 차는 괜찮았지만 세대교체를 하며 멀티링크에서 토션빔으로 바꿨거나, 같은 차종이라도 내수용과 수출용에 다른 서스펜션을 적용했을 때가 문제였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2006년 출시한 코드 네임 HD는 뒷바퀴에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썼으나 후속모델로 출시한 MD는 토션빔으로 바뀌며 한동안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고속주행 중 제동하며 조향할 경우 차체 뒤쪽이 좌우로 흔들리는 ‘피시테일(fish tail)’ 현상이 일어나며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비난의 화살은 현대차의 무성의한 세팅과 함께 토션빔 서스펜션으로 향했다.


현대 i30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i30의 1세대 모델은 멀티링크를 적용했으나 2세대 모델은 토션빔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하필 수출형 모델은 여전히 멀티링크를 채택하고 있다. 이게 또 뜨거운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한다는 불신과 맞물려 토션빔은 성능이 떨어지고 원가절감만을 고려한 서스펜션 방식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토션빔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때 반론으로 나오는 단골손님은 폭스바겐 골프였다. 골프는 뒷바퀴에 토션빔 방식 서스펜션을 사용했지만 코너에서 핸들링이 좋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바퀴굴림 소형차의 교본이라고 불리는 골프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토션빔을 사용하면서도 뛰어난 핸들링 성능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소형 앞바퀴굴림 해치백에 토션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도 일조했다.


물론 골프도 4세대까지 뒷바퀴에 토션빔을 쓰다가 5세대부터 멀티링크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것은 차의 주행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급차로 진화하는 과정에서의 영향이었다. 최신형 골프는 트림에 따라서 서스펜션을 달리한다. 낮은 출력의 차에는 토션빔을 사용하고 출력이 높거나 고성능 모델(GTI, R)에는 멀티링크를 사용한다. 이들의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토션빔이 멀티링크보다 좋지 않다기보다는 골프의 차 크기와 무게에 맞춰 어울리는 서스펜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아랫급인 폴로가 여전히 토션빔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그렇다면 다시 이슈의 원점으로 돌아와서, 왜 르노삼성이 SM6에 토션빔 서스펜션을 사용했을까? 단순히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아니면 승차감을 과감히 포기해도 돼서? 쟁쟁한 경쟁차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SM6 개발자들은 분명 모든 부분에 고심했을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르노삼성 SM6가 다시 토션빔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토션빔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이다. 토션빔은 보통 원가절감에 유리하고 승차감, 주행성능을 희생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방식을 중형차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SM6라는 상품에 대한 다른 얘기보다 토션빔의 이야기가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은 SM6의 뒤 서스펜션을 제대로 설명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렇다면 정말 중형차에 토션빔 서스펜션을 사용한 것이 큰 문제일까?


멀티링크가 토션빔보다 우월한 성능을 낸다는 것은 일부 맞다. 하지만 토션빔이 멀티링크보다 무조건 열등한 방식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이것은 구동 방식이 다른 차를 두고 어느 쪽이 좋은지 토론하는 것과 같다. 앞바퀴굴림과 뒷바퀴굴림을 두고 어느 쪽이 좋은지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더군다나 자동차 회사는 보통 경쟁차와 맞서기 위해 구조적 단점(그 어떤 장치를 개발해서든)을 상쇄시키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공공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특정 상품의 구성을 두고 회사의 도덕성까지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서스펜션 방식으로 차급이 나뉠 수 없는 노릇이며, 서스펜션 방식 때문에 성능이 떨어진다면 경쟁차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대다수 소비자가 멀티링크와 토션빔의 차이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 소비자 마음속에 쌓아온 토션빔 서스펜션의 공식(토션빔은 원가절감이고 그것은 곧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논리)이 여기까지 왔다. 르노삼성은 SM6에 사용한 토션빔에 대해 세부적으로 해명하며 AM 링크와 각종 전문적인 부분을 자세히 비교했다. 전 국민이 질병(광우병), 통상(한미 FTA), 군사(천안함), 바이러스(메르스) 전문가에 이어 자동차 서스펜션 전문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SM6 토션빔 서스펜션 이슈는 시끄러워지는 방향(관련 기사의 클릭 수가 올라가고 덩달아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야 했다. 자동차의 상품을 얘기하며 한국 사회의 신뢰도 부족 문제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건강하고 객관적인 여론의 주도 부족과 함께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모든 논쟁이 무조건 시끄러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다.  글/박진수(콘텐츠 기획자)

 

* 본 기획의 카톡 대화는 쉬운 설명을 위해 일부 픽션으로 구성되었음

What do you think?
좋아요

TAGS 모터 트렌드,MOTER TREND,뉴 SM6,토션빔,서스펜션,르노삼성,한국 자동차,논쟁,TALK,CAR

CREDIT Editor 김태영 Photo 모터 트렌드 출처 MOTOR TREND

Film

film 더보기
SUBSCRIBE
  • 메인페이지
  • PlayBoy Korea
  • MOTOR TREND
  • neighbor
  • 東方流行 China

RSS KAYA SCHOOL OF MAGAZINE

Copyright Kaya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