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의 미니스커트처럼, 한복 저고리에도 ‘길이’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조선 중기에 81cm이던 저고리는 1616년 63cm, 1700년에는 42cm, 1780년 경에는 27cm로 짧아지더니 급기야 1890년대엔 19.5cm로 줄어들었다. 1980년대엔 14.5cm 길이의 저고리까지 등장했다. 엄격한 유교 국가에서 여성의 상의가 젖가슴이 다 보일 정도로 짧아진 이유? 사대부를 현혹하기 위한 기녀의 복식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선 사회에서 기생의 패션은 특히 반가 부녀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한복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5’다. 한복의 색, 조화와 배합이 ‘오방색’의 의미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색, 즉 황, 청, 백, 적, 흑의 배합엔 의복으로 액귀를 쫓고, 길한 삶을 살고, 음양의 조화를 기원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한국 옷, 한복 전공자가 사라진다. 1989년 배화여자대학교에 설립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전통의상학과’가 2016년 패션산업과로 통폐합됐다. 한국에 한복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는 더 이상 없다는 뜻.

 

 

 

한복 종말의 서문은 1884년에 열렸다. 갑신 의제 개혁 때 ‘관복 간소화’를 시행한 이후 서양 의복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복은 1894년 갑오경장의 관복 개정, 1895년 서구식 군복 채택, 1900년 문관 복장의 양복화를 거쳐 생활 의복 자리를 양복에 내주었다.

 

 

 

한복은 건축물처럼 구조가 치밀한 옷이다. 총 16개의 부위가 표시된 한복의 도식화는 건축 설계 도면과 흡사하다. 남녀 저고리를 부위별로 나누면 화장, 깃, 고대, 동정, 진동, 소매, 배래, 소맷부리, 도련선, 앞길, 겉섶, 긴 고름, 짧은 고름, 뒷길, 등솔, 뒷도련선으로 분해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한복엔 정확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다. 다만 순재료비가 50억 원 넘게 들었다는 사실만 전해진다. 만든 이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백금에서 추출한 실로 천을 짠 후 이브닝드레스 스타일로 디자인해 지었다. 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 배우 김희선이 이 진귀한 보석을 걸치는 행운을 누렸다.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복’ 그림은 17세기 화가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 ‘조선 남자’다. 이 작품은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32만4000파운드(당시 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드로잉으로는 최고가를 갱신한 기록이다. 17세기 조선 시대 남자의 평상복인 철릭을 입고 관모를 쓴 이 남자의 정체는 지금까지도 사가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1600년대 초, 이탈리아 상인 안토니오 카를레스의 <나의 세계 일주기>에 등장하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추론이 있다.

 

 

 

한복의 겉치마 속엔 무려 예닐곱 벌의 속옷이 층을 이룬다. 다리속곳, 속솟곳, 고쟁이, 단속곳, 너른바지, 무지기, 대슘치마 등을 껴입고 나서야 겉옷을 두를 수 있다. 유교 시대의 여인들이 몸을 가리는 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겹겹의 속옷이 여성들의 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다. 허리는 가늘고 엉덩이는 더욱 커 보이게 하는 관능적인 실루엣을 만들기 때문이다.

 

 

 

2%. 한국 패션 시장에서 한복의 지위는 이 숫자가 대변한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분석한 국내 패션 시장 규모 34조3000억원(2012년 기준) 중 한복 시장의 규모는 6000억~7000억원에 불과하다. 결혼을 비롯한 경조사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지만 대부분 구매하지 않고 빌려 입기 때문이다.

 

 

 

한국엔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100조각의 천을 이어 만든 100색 옷이나 100줄로 누빈 저고리를 입히는 풍습이 있다. 무병장수와 무탈을 기원하는 의미다. 조선 시대엔 한 살 이전에 죽는 아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고 놀러 나가면 돈이 굳는다. 한국민속촌에선 한복 착용자에게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특히 설과 추석 명절에 한복을 입고 테마파크나 놀이공원을 찾으면 입장료나 이용료를 평균 30% 이상  할인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