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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기차 2030 유감

15년 뒤 제주도의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꾼다고 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2016.03.04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5000대를 넘어섰다. 그중 41퍼센트에 달하는 2000여 대가 제주도에 등록됐다. 올해는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비중이 한층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 전기차 보조금의 70퍼센트에 이르는 4000대가 이미 제주도에 배정됐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한국의 ‘전기차 아일랜드’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률은 전국에서 20퍼센트 수준이었다. 2014년 원희룡 현 제주지사가 당선된 이후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펴 지금처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2020년까지 대중교통과 렌터카 등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체 차의 40퍼센트를 전기차로, 2030년에는 모든 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선언했다. 제주도의 전기차 사랑은 이러한 도지사의 친환경 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유관 기관의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의 전기차 판매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소폭 증가 혹은 정체 상태다.


제주도가 전기차 운행에 유리한 환경인 건 사실이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2킬로미터로 전국에서 가장 짧다. 영업용 차도 전국 평균 대비 30퍼센트 낮은 10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여기에 연중 온화한 날씨는 배터리 성능에도 좋다. 내륙 지역보다 단독주택 비중이 높고 관광지가 많아 충전기 인프라 확장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2030년까지 도내 전기차를 모조리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엔 짚어봐야 할 문제가 꽤 많아 보인다. 우선 전기차 보조금과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예산이다. 올해 책정된 전기차 국비 보조금은 대당 1200만원으로, 이는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0년에는 대당 1000만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2020년 이후 전기차 구입에 대한 보조금 계획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2030년까지 제주도에 돌아다니는 33만대의 차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가정하고 평균 보조금을 1000만원으로 잡는다면 보조금 예산만 총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보조금까지 합하면 거의 1년 치 제주도 행정 예산이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출돼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보조금을 없앤다면 전기차를 파는 자동차 회사가 나서서 현재 신차 가격의 약 30퍼센트를 낮춰야 팔릴 텐데 이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대당 400만원씩 지원하는 충전기 보조금 역시 2017년 이후 삭감될 예정인데 충전 인프라 확장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도 걱정이다. 지금의 페이스로 투자를 이어가도 2030년 제주도가 목표로 제시한 충전기 규모는 완속 7만대, 급속 4354대에 불과할 것이다. 33만대의 전기차가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도는 구체적인 예산 전략 없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전력 공급 문제도 있다. 제주도는 꾸준한 인구 유입과 관광 수요 증가로 2020년까지 현재의 전력보다 50퍼센트 이상이 더 필요하다. 2030년에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은 2020년엔 6.2퍼센트, 2030년엔 무려 19퍼센트로 내다보고 있다. 바꿔 말해 차질 없이 지금의 계획대로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전력원을 2030년까지 지금보다 20퍼센트 이상 증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친환경 이미지를 계속 살리려면 화력발전보다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 시설은 현재로서는 화력발전보다 비용이 높다. 제주도는 전기차와 충전기 인프라 공급에 관한 예산은 산출했지만 이와 병행해야 하는 전력망 투자 예산은 아직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차가 현재의 승용차를 모두 대체할 만큼 다양한 차종으로 구성될지도 물음표다. 현재 미국 전기차 수요를 관찰해보면 주행거리가 150킬로미터 이내인 일반 이용자(닛산 리프)와 300킬로미터가 넘는 고성능 프리미엄 이용자(테슬라 모델 S)로 양분되고 있다. 가격대를 보면 소형 전기차는 3만 달러, 프리미엄 전기차는 6만 달러 수준이다. 배터리 비용이 차량 원가의 절반을 넘기 때문에 전기차는 어쩔 수 없이 소형차 혹은 럭셔리카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택시로 많이 사용되는 중형 세단에서 전기차를 보기 어렵다. 관광객 때문에 제주도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승합차나 SUV는 아직 순수 전기차로 콘셉트카조차 나오지 않았다. 승용차의 상황이 이런데 화물용 트럭과 버스를 포함한 ‘100퍼센트 전기차’ 계획이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아직 15년이나 남았긴 하지만 이런 문제들만 봐도 제주도의 ‘2030년 전기차 100퍼센트’ 계획은 지금보다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친환경 기술의 확산과 이를 기반으로 청정 제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정책 의도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현실 가능성 없는 계획으로 실망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임기가 정해져 있는 지방 정부는 낭만적인 장기 비전보다 임기 내에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한 땀씩 이뤄나가는 모습이 책임 있어 보인다.


친화경차의 정의를 꼭 전기차로만 한정 짓지 말고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로 범위를 넓힌다면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 수소연료전지 등을 포괄한다. 지금 와서 적용 범위를 넓혀 모양새가 빠질 것을 걱정하기보다 지금이라도 현실 가능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용단이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분명히 성장한다. 하지만 그 중심이 무엇이 될지는 정책이 아닌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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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모터 트렌드,MOTER TREND,제주도,전기차,친화경차,2030년 전기차 100%,전력,전력원,전력망

CREDIT Editor 신정관(자동차 애널리스트) Photo 전호석(일러스트레이션)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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