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는 미니에 크롬을 씌웠다. 심지어 유리창까지 모두 크롬으로 뒤덮었다. 그는 “주변과 구별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크롬을 잔뜩 칠해 거울처럼 만들었다. 난해하다. 보위는 “보는 이의 모습이 크롬 차체에 비치기 때문에 온전한 실체를 보기 매우 어렵다”고 배색의 이유를 설명했다.

마치 거울 같은 데이비드 보위의 미니는 ‘거울 미니(Mirror MINI)’로 불린다. 현재는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박물관에 있다. 1959년 처음 선보인 미니가 딱 마흔이 되던 1999년에 기념작으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그 혼자만은 아니다.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패션 모델 케이트 모스도 각자의 미니를 만들었다. 폴 스미스의 미니는 우리가 익히 봐오던 그 색색의 미니다. 케이트 모스는 미니에 거미줄 문양을 넣었다.

이 작업을 진행한 후 세 대의 미니는 런던에 있는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됐다. 이때 보위의 인터뷰가 재밌다. 미니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니 “주차(Parking)”라고 대답했다. 왜 미니의 디자인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똑같이 “주차”라고 말했다. 그 밖에 좋아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이 뭐냐고 물어보니 “샌드위치”를 꼽았다. 이 자료는 BMW에서 나왔다. BMW가 새로 만든 미니는 2001년 처음 등장했지만 미니는 이미 1994년부터 BMW 아래 있었다.

아무튼 보위는 1997년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자신의 50세 생일 기념 공연에서 “나도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 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리란 건 약속할게(I don’t know where I’m going from here, but I promise it won’t be boring)”라고 했다. 그는 약속을 잘 지켰다. 데이비드 보위는 유명해진 이후로 유명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리고 음악을 놓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죽기엔 너무 젊고 록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Too Young to Die, Too Old to Rock’n Roll)’는 말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암 투병 중에도 데이비드 보위는 끝내 <BLACK STAR>란 새 앨범을 만들었다. 그동안 그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이 가득 담긴 이 앨범을 자신의 69번째 생일인 2016년 1월 8일에 발표했다. 그리고 이틀 뒤 데이비드 보위는 지구에서의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떠났다. 어쩌면 자신이 그리도 그리워하던 우주로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톰 소령(Major Tom)과 진짜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를 조우하기 위해, 그리고 영원한 우주 소년으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이어가기 위해 말이다.

솔직히 그가 암 투병 중인지 몰랐다. 18개월의 투병이 너무 큰 고통이 아니었길 빈다. 그리고 여기서 그랬던 것처럼 거기서도 그렇게 지내주면 좋겠다. 쿨하게 기사 작위를 거절했던 것처럼. 베를린 공연을 통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던 것처럼.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됐던 것처럼.
바이. 보위.
 

 

 

1 케이트 모스가 디자인한 40주년 기념 미니. 보위는 이 차를 딱 한마디로 평했다. ‘Webby’.
2 폴 스미스의 미니. 보위의 평가는? ‘Stripy’.

 

 

 

이젠 홀로 남겨진 미러 미니 유쾌한 발상의 미니를 보니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재치 있게 디스한 ‘Life on Mars’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