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은 조금 생소했다. 다분히 복고적이고 충분히 예뻤지만 그리 눈에 익지도, 친숙하지도 않았다. 반면 미니는 그리 어색할 게 없었다. 모기업이 바뀌며 오스틴 미니에서 모리스 미니로, 로버 미니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 때문에 ‘BMW 미니’라 부르는 새로운 미니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예전 미니와 신형 미니 둘 모두에 관심을 가졌다. 예전 모델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최신형은 복고적인 현대 감각에 빠져들었다.

폭스바겐 비틀도 익숙한 고전이었다. 타입 1이란 본명은 몰라도 ‘딱정벌레 차’라는 별명은 유명했다. 비틀의 작고 귀여운 모습은 소형차의 전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뉴 비틀이 보여준 복고의 재해석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왠지 익숙하면서 어딘지 새로웠다.

하지만 피아트 500은 조금 달랐다. 현재 500의 원형인 2세대 누오바 500은 1957년부터 1975년까지 20년 가까이 거의 원형 그대로 이어지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후속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126으로 승계됐다. 거의 20년 만인 1991년 부활한 Cinquecento(이탈리아어 500)도 이름뿐인 부활이었다. 전통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저 당시 유행하던 모습의 소형차일 뿐이었다.

때문에 2007년 출시된 500,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500은 다분히 복고적이고 충분히 예뻤지만 그리 눈에 익지도, 친숙하지도 않았다. 500이 어떤 의미인지, 왜 이렇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졌는지 수긍 가지 않았다. 단순히 예쁜 차 말고 그 밖에 유혹할 만한 이미지도 부족했다. 스타일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게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갈팡질팡한 가격정책도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피아트는 이대로 자존심을 구길 수 없다고 다짐했다. 피아트가 선보일 회심의 모델은 500X, 요즘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세그먼트인 소형 SUV다. 500X는 ‘스펙’이 비교적 좋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더 이상 스타일을 위해 공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4WD 시스템도 갖춘 진짜 SUV다. 여기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획득했다. 작은 덩치에 상당한 실력이다.

하지만 주행감이나 연비, 가격 등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해외의 평가와 국내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출시가 예상된다. 피아트 500의 본 게임은 그때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