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독일에서 살고 있는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이다. 성과의 사회에서 스스로 성과를 내는 주체가 되어 삶을 피로하다고 느끼며 탈진, 우울, 행동장애 등의 현상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이들이 회사 생활의 피로감을 늘 입에 달고 살며, 공황장애나 우울증으로 정신 병원을 찾고 있으니 책에 있는 내용이 한국의 현실사회에서도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피로 사회’ 이전에는 푸코가 말했던 ‘규율 사회’가 존재했다. 규율 사회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라거나 ‘~해야 한다’로 대변되는 규율의 조동사들만이 있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하던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성과를 내는 것에 익숙해진 성과의 사회에서 살게 되었고 이는 개인의 피로감으로 이어진다. 이 책이 나에게 인상 깊었던 이유는 ‘너무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소름 끼침’과 동시에 ‘회사에 매여 있는 남들과는 달리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일만을 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는 직함이 주는 자만심’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야 하는 매일매일의 현실에 너무 지쳐버렸기 때문이었을까? 4년 만에 돌아온 사회는 ‘허세의 사회’로 변해버린 듯 했다. 사람들은 개인의 피로를 럭셔리한 소비로 보상 받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비루하지 않은 순간의 단편들을 이웃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피로 사회’에 대한 보상을 ‘허세의 사회’를 통해 보상받는 것처럼 보여지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인생 전체가, 심지어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순간의 겉모습으로 삶 전체의 모습을 평가 받고 기억되다 보니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허세 가득한’ 모습을 연출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여진 것이다. 4년간 프리랜서로 살며 가난하기로는(학문 이후의 삶은 물론 삶을 바라보는 마음 자세 포함) 1등인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다녔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으니 허세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눈 앞에 펼쳐진 페이스 북 속 과거 혹은 그 과거 속 친구들의,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이버 속 모습이나 자신의 능력이나 직위를 뻥튀기 해 어떻게든 힘 겨루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태도는 허세의 사회에 금새 질려버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사회로 돌아온 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며 살기보다는 내가 한 일과 내 SNS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내 인생을 통해 나 스스로 누려야 할 행복감을 다른 도구를 통해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자문해봐야 한다.

이 글의 제목을 ‘허세의 사회를 견뎌내기’ 혹은 ‘허세의 사회를 이겨내기’ 혹은 ‘허세의 사회를 살아가기’라고 붙일까 고민했다. 하지만 ‘허세의 사회를 살아가기’라고 이름 붙이게 된 것은 사회와 상황에 따라 상관 없이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고 일을 할 것인가는 철저히 본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 때문이다.

잡지 속 그녀들은 늘 너무나도 멋스러운 모습으로 해사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님을, 그 안에도 여러 가지 고민과 아픔은 물론 소박한 즐거움도 숨어 있음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허세의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과 태도로 삶을 살아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세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늘 부지런히 반문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online dept 7월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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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azinekorea  글/ 김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