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2인승 로드스터는 비싼 값 때문에 부담스러우면 안 된다.

영국을 홀로 여행하면서 클래식카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적이 있다. 곳곳에 산재한 자동차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옛날 차를 둘러보는 시간이 좋았다. 영국에는 시골 창고에 20대 남짓한 차를 모아놓은 작은 박물관도 많았다. 아스라한 풍경 속에 자동차 사랑이 깊었다. 라일리, 험버, 내피어 같은 모르는 차부터 롤스로이스, 다임러, 벤틀리, MG, 모건 등 눈에 익은 차들이 반가웠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트라이엄프, 재규어, 애스턴마틴, 로터스, 젠센, 랜드로버 등이 정겹고 오스틴 세븐이나 케이터햄 세븐 같은 차는 한번 가져보고 싶었다.

지난해 말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해 ‘미트 더 마스터스 오브 이탤리언 카 디자인’에 참석하면서 많은 이탈리아 자동차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피아트, 알파로메오, 란치아, 마세라티부터 페라리, 람보르기니까지 자동차에서 ‘아름답다’는 가치는 이탈리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았다. 오리지널 친퀘첸토같이 작은 차는 우리나라에 있었던들 팔리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작은 차에 커다란 덩치를 구겨 넣는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이탈리아 거리마다 넘치는 작은 차에 경외심이 솟는다. 피아트 토폴리노나 1950년대의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같은 차는 한 대 갖고 싶었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클래식카를 경험한 일도 많았다. 선진국에서 클래식카 사랑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마음만 있으면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취미였다. 클래식카 사랑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마음은 언제나 1957년형 쉐보레 벨에어를 타고 미국 대륙 횡단을 꿈꾼다. 털털거리는 포드 모델 A도 재미있을 것 같다. 루트66을 따라 달리고, 메인 주의 단풍길도 꼭 달려야 한다. 미국의 황량한 사막 길에는 낡은 픽업트럭도 잘 어울린다. 잡음이 심한 라디오를 컨트리 웨스턴에 맞추고, 에어컨 없는 차는 창을 내려 건조한 사막바람을 맞는다.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금발의 그녀는 나를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클래식카를 많이 대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차를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로엥 DS나 재규어 MK-II 같은 차가 가능하다면 욕심을 내고 싶다. 언젠가 네덜란드에서 본 1964년형 재규어 MK-II는 신형 BMW V8 엔진을 얹어 나의 드림카가 됐다. 2년 전 신촌 거리에서 열린 클래식카 쇼에서 시트로엥 2CV를 보고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카를 소유하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옛날 차에 OBD2나 VDC 같은 장치를 요구하는 현재의 법은 클래식카의 존재를 부정한다. 차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집부터 차고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옮겨야 한다. 내가 메커니즘을 잘 모르니 잘 아는 미캐닉을 찾고, 희귀한 부품의 조달 루트도 개발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골치 아픈 클래식카 대신 무엇이 가능할까 생각하니 옛날 차 분위기의 2인승 로드스터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2인승 컨버터블은 지붕을 벗기고 거리에 세워놓을 수 있어야 한다. 소낙비라도 오면 맞을 수 있어야 한다. 비싼 값에 내가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중적인 로드스터가 괜찮아 보인다. 적당한 값의 미아타는 뛰어난 성능과 재미가 기대된다. 겉모습이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런 만큼 마음 편하게 다룰 수 있어 보인다. 미아타의 겉모습만 바꾼 피아트 124 스파이더는 옛날 차를 떠올린다.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는 나의 드림카였다. 그래서 새 차를 빨리 보고 싶다. 미아타와 124 스파이더는 머지않아 국내 판매가 기대된다. 역시 기대가 큰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 콘셉트는 앞바퀴굴림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심플한 대시보드가 양산차에도 그대로 유지됐으면 한다. 이렇듯 클래식하고 작은 요즘 로드스터가 손에 잡힐 듯하다. 로드스터는 퍼스트카로 쓰기에 제약이 많겠지만, 마음은 언제나 2인승 로드스터와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