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계획자의 의자-이카루스의 시선’, Installation, Variable size, 2015
작가는 거의 5년 동안 오래된 동네 남양주시 지금동이 철거되고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보며 사라지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아파트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구글어스의 과거 사진들이 ‘계획자의 의자’에 비치는 설치 작품이다. 영상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금동, 별내, 가제울 등 철거 중이던 공간이 수년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폭력적 공간 이용의 결과로 보여요. 아파트 단지 개발로 사라지는 소도시들을 보면 상실감이 들기도 강정윤 하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나름의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죠.”

 

 

 

이유선, '건축물의 도시 -아파트', Korean Paper, 130X97cm, 2012
반복적이고 도식화된 아파트는 삭막한 도시 풍경을 만들고, 그 뒤로 전투기들이 후광처럼 위협적으로 건물들을 감싸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도시는 사람보다 건물을 숭배하는 '건축물의 도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파트가 고향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습니다. 글쎄, 반듯하게 줄 맞춰 선 건축물들을 보면 고향에 대한 따뜻함보다는 상실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는 도시와 가장 밀접하고 안정적인 주거 형태임에도 ‘집’이라기보다는 물질적 소유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강정윤, 'Surveillance Structurell_02', 31X12.5X21cm, Mixed Media, 2015
하얀 박스 한가운데에 뚫린 동그란 틈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설치 작품이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작가에게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파트를 낯설게 느끼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아파트 탐구는 외형을 보는 데서 그 속을 들여다보는 단계로 발전한다. 뚫린 구멍 속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아파트 주민들의 영상은 그들을 감시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어요. 저에게는 아파트가 집이고, 집이 곧 아파트죠. 구획 설계된 아파트는 마치 강의실에 놓인 책상처럼 일률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창문으로 보이는 것들의 외벽을 벗겨내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모양의 거실, 같은 모양의 방 안에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마주 보고 있는 2개의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무한히 복사되는 것처럼 말이죠.”

 

 

 

정연두, '상록타워', Photography, 55X80cmX32, 2001
서울 광장동 임대 아파트 상록타워 32가구의 가족사진으로 구성한 연작이다. 이웃의 부재를 통해 그들의 존재감을 느낀 것을 계기로, 특색 없는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에서 서로 다른 사정을 안고 사는 이웃들을 보여준다. 

“어느 날 복도식 아파트에서 평소 눈인사만 주고받던 아주머니가 울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음 날 저녁 우리 집으로 ‘옆집 사람들이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아느냐’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평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만 했지, 콘크리트 벽 너머 다른 집에 대한 생각은 한 적이 없더군요. 그러면서도 어떠한 사정을 안고 있을 한 가족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아파트란 이런 기묘한 동질감과 단절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중원, '동대문아파트', Inkjetprint, 200X450cm, 2010
동대문아파트는 아파트 문화가 막 부흥하던 시기에 지은 아파트 중 하나다. 주거 공간, 생활 편의성, 명칭 등 다양한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진 당시의 아파트는 정형화되지 않은 색다른 모습으로 현대의 아파트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주거·생활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아파트는 수많은 의미와 키워드 그리고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죠. 이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 역사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현선, ‘Catch Me If You Can’, Video Still from Catch Me If You Can Sound by Zion.T, Single Channel Video 1’40” Loop, 2015
인물들은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은 상대를 따라잡기도 하고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스쳐 가기도 한다. 연결되지 않는 창문 프레임 안의 개별 행동과 창문 속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작품 밖 사람들의 자세는 현대 도시의 생활상과 닮았다. 

“가장 익숙한 집의 형태이면서, 내가 사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획일적인 아파트 풍경에 질린 적도 있지만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돌아왔을 때 가장 반갑기도 했습니다. 제 작품 속 아파트는 제 삶의 배경이 된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성훈, ‘A.P.T. N7’, Video Still, 2m(Looping), 2013
아파트 속 사람들이 각자 빛을 뿜어내고 있는 밤 풍경을 담은 영상 설치 작품이다. 우연히 수많은 아파트 창문의 불빛을 보게 된 작가는 자신의 존재도 그들 중 하나의 작은 불빛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개개인의 삶을 소우주화해 미미하고 아름다운 불빛으로 표현했다.

“옆에만 있었으면 하는 이웃이 아래위에도 존재하는 이웃 천국입니다. 종종 멀리서 아파트를 바라보면 밤하늘의 별빛을 보는 느낌도 들죠. 아름다워요.”

By Jo Areum, Assistant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