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콘셉트로 꾸민 햄버거 레스토랑 멜즈 드라이브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처음 경험한 건 내 나이 다섯 살, 미국 LA에서였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도 너무 일찍 알아버렸을 정도로 동심이 메말랐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순간이었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자전거를 타고 ET를 만난 순간은 머리를 쾅 맞은 것처럼 충격적이고 황홀해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분명 나는 ET와 손가락을 맞추며 교감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알이 파란 안경을 끼는 순간(아마도 3D 안경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내 영웅이었던 마이클 잭슨이 눈앞에서 신나게 문 워크를 하며 춤을 추었다. 이런 곳이라면 평생 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2001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더 이상 테마파크에 설레는 나이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이미 다 봤던 건데 과연 일본이라고 뭐가 다를까? 지난 11월, 큰 기대와 감흥이 없는 채로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에 도착했다. 

 

 

1 일제히 ‘죠스’ 가면을 쓰고 나란히 선 여고생들 2 미니언즈가 떼로 등장해 펼치는 짜릿한 쇼 3 세월이 흘러도 인기가 식지 않는 캐릭터 엘모

 

 

USJ는 전 세계 유니버설 중에서도 매출과 입장객 수를 따지면 톱클래스에 든다. 왜 굳이 서양의 테마파크를 일본까지 와서 가느냐고? 그 이유는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우선, 관광객이 대부분인 다른 곳과 달리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본인으로 가득하다.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결은 USJ가 있는 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실감나기 시작했다. 역을 빠져나가는 인파 중 반 이상이 이미 캐릭터를 온몸에 휘감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 코스프레가 제 힘을 발한 걸까? 그곳은 한마디로 미국판 하라주쿠 거리였다. 최신작 <미니언즈>는 물론이고 추억 속의 세서미, 슈퍼마리오, 스파이더 맨, 해리포터 등 그 행색도 다양할뿐더러 연령, 성별도 종잡을 수 없었다. 기발하게 코스프레한 무리가 지나가면 금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얼마나 남다르고 개성 있게 치장했는가에 따라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수많은 코스프레 군단들이 만드는 기묘한 풍경은 일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 최고의 크리스마스 라이브 쇼 ‘천사가 준 기적’

 

 

겨울 내내 크리스마스  
USJ의 겨울은 듣던 대로 짜릿했다. 겨울 내내 진행되는 시즈널 이벤트 ‘유니버설 원더 크리스마스’ 덕분이다. 거리 곳곳에는 마치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낭만적인 장식이 가득했고,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최고의 크리스마스 라이브 쇼로 불리는 ‘천사가 준 기적’. 부모의 사랑이 기적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에 역동적인 공중 연출을 더한 웅장한 스케일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여기에 영국 소년 합창단 ‘리베라’가 부르는 아름다운 선율을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정화되며 성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해리포터의 세상 속으로 
USJ에서 가장 기대했던 단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다. 영화 <해리포터>를 그대로 재현한 이곳은 오픈 이후 1년 동안 다녀간 사람만 약 1350만 명이다. 그 인기는 전혀 식지 않은 것 같았다.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의 입구에 선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상기되어 있었다. 곳곳에서는 영화 OST가 비장하게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뾰족하고 웅장한 게이트를 통과한 순간 돌연 스산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마법의 세계에 입성했다는 신호다. 지붕마다 켜켜이 눈이 쌓이고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벌써 눈이 왔나?  알고 보니 겨울 시즌에 맞춰 디테일한 부분까지 재현해놓은 것이었다. 오직 겨울에만 한정 판매하는 ‘핫 버터 맥주’도 겨울에 방문하는 재미다. 쇼트 브레드와 버터 스카치의 달콤하고 묵직한 맛을 음미하며 호그와트 성을 바라보니 마치 내가 마법사가 된 것 같았다. 마지막 코스는 호그와트 성을 끝없이 날아오르는 어트랙션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 결연한 마음으로 호그와트 성에 천천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성에 들어간 지 약 3분이 지난 후였을까? 나는 빗자루를 타고 거친 협곡 속을 날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찰나였다. 아찔한 비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벅찬 맘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ET와 만났던 다섯 살의 내가 다시 깨어난 것 같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등장한 메뉴 

 

 

TAKE NOTE 
USJ에서 먹고, 쇼핑하고 머무는 똑똑한 방법 

Eat USJ는 할리우드, 뉴욕, 샌프란시스코, 쥬라기 공원 등의 테마로 총 7가지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콘셉트에 맞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준비되어 있다. 가장 레스토랑이 많은 구역은 ‘뉴욕’. 차분한 분위기에서 수준 높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크 사이드 그릴이 특히 인기가 높다. 또 테마파크 입구 앞에 있는 하와이 명물 팬케이크 숍 ‘Eggs in things’도 반드시 들러볼 것. 도쿄에서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궁극의 팬케이크다. 

Shop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릭터로 무장하고 제대로 놀고 싶다면 미리 온라인 쇼핑을 해보자. 공식 온라인 숍(Onlinestore.usj.co.jp)에 접속하면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도착해서도 쇼핑할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각각의 콘셉트를 지닌 캐릭터 숍을 비롯해 쇼핑 공간이 무려 28곳이나 준비되어 있다. 

Stay USJ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근처 숙소를 잡는 것이 정답이다. USJ에는 5곳의 공식 호텔이 있다. 메인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더 파크 프런트 호텔 앳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테마파크 입구 바로 앞의 호텔 긴테쓰 유니버설 시티, 할리우드 아르데코를 콘셉트로 한 호텔 게이한 유니버설 시티, 32층 규모의 지역 대표 공식 호텔인 호텔 게이한 유니버설 타워, 엔터테인먼트로 가득한 리조트 호텔 유니버설 포트가 그곳. 

O 09:30~20:00(요일, 계절에 따라 다르다) A 2 Chome 1-33, Sakurajima, Konohana Ward, Osaka 
T +81-570-20-0606 P 일일권 7200엔, 이틀권 1만2110엔 W www.usj.co.jp 

 

 

✽ 모든 사진은 캐논 EOS M3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