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의 고풍스러운 나무와 못. 신라인들의 건축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신라의 왕은 입식 생활을 했다. 의자에 앉아 생활하고 오늘날의 침대와 같은 처소에서 잠을 잤다. 고구려와 백제를 정복하고 강력한 왕권을 자랑했던 문무왕은 당시의 왕궁 ‘월성’ 안 연못에 섬을 낼 정도로 궁을 꾸미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원엔 12봉의 산을 쌓고 그 안에서 진귀한 새와 짐승을 키웠다는 사료도 전해진다. 사치의 극치와 절대 권력으로 유명한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 못지않게 화려했던 시절이다.

오늘날의 경주엔 그 궁의 터만 남아 있다. 터조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2023년까지 복원 작업을 마치면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라의 궁궐이 베일을 벗는다. 신라 왕의 처소와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라궁에 가보자. ‘신라의 궁궐’을 축약한 이름으로, 그 시대의 공간을 재현한 호텔이다. 단순한 흉내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고증을 거쳤다.

 

 

불 밝힌 라궁의 우아한 자태

 

 

 

문화재 복원 등에 참여하는 국내의 고건축 전문가와 건축가 100여 명이 설계도를 그렸다. 목수 장인인 대목장을 비롯해 한국의 고건축 전문 목수 80여 명이 치목부터 상량까지 올렸다. 경복궁 복원 작업에 버금가는 수고와 규모다. 1만9173m2(5800여 평)의 부지에 들어선 16채의 한옥이 이루는 풍경은 마을에 가깝다.

각각의 집은 중정을 품는다. 이 안에 라궁의 백미, 온천이 있다.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알칼리수는 피를 쉬 돌게 하고 신경통과 관절염 등의 질환에 효능이 좋다. ‘ㅁ’자로 연결된 한옥의 지붕선을 따라 하늘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왕의 권세조차 부럽지 않은 휴식이 된다.

 

 

누마루에 앉으면 사방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 

 

 

16채의 한옥엔 각각 침실과 온돌방, 거실, 마당과 누마루, 화장실과 샤워실이 구비돼 있다. 보양식과 청사초롱 등으로 신라 왕과 귀족의 첫날밤을 재현하는 허니문 패키지가 인기다. 하룻밤 33만원부터.

A  55-12, Expo-ro, Gyeongju-si, Gyeongsangbuk-do T 054-778-2000 W www.smpark.co.kr

 

 

라궁은 사상 최대 인원의 대목장과 고건축 전문 목수를 동원해 신라 가옥을 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