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GOLF 1.4 TSI

차를 산 지 반년 만에 제품 설명서를 다시 펼쳤다. 물론 차를 처음 샀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그때는 겉핥기 수준이었다. 골프는 운전과 조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몇 번 몰아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전하면서 실내에 있는 모든 버튼의 제 기능을 체득했지만, 문득 ‘모르는 기능’이나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랬다. 사용자 설명서가 두꺼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각 항목의 ‘경고’와 ‘참고 사항’이었다. 사용자 설명서는 기능을 설명하는 단순한 ‘설명서’가 아니었다. 기능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초래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경고, 그리고 왜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함께 제시돼 있다. 그 내용이 꽤 자세하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를 설명하는 페이지에서는 전면 충돌사고의 물리적 법칙까지 이야기한다. 주행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 운동에너지는 네 배로 늘어난다. 차가 시속 3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속도가 빨라졌을 때 벽과 충돌하면 탑승자의 신체에는 1톤이 넘는 힘이 가해진다. 이어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어떤 사고가 나는지, 안전벨트가 탑승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표현한다.

설명서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도 있다. 우선 차 곳곳에 있는 센서의 위치다. 단순히 실내 디자인 요소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센서인 것들도 있었다. 룸미러에 앞뒤로 센서가 두 개가 있었고, 문손잡이에도 안팎으로 센서가 달려 있다. 앞뒤 범퍼에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진 동그라미들은 주차할 때 사물과의 거리를 알려주는 파크 파일럿 센서다. 에어백의 위치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끔 커튼 에어백이 펼쳐지는 곳에 옷걸이를 걸어둘 때가 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가지 더 새롭게 발견한 기능이 있다. 고성능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론치 컨트롤이다. 골프의 경우 6단 듀얼클러치가 장착된 모델에만 이 기능이 있다(내 차에 없다는 뜻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세제어장치(ESC)를 끈 후에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리고 기어를 S에 놓고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선택한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태에서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이 3200rpm 정도가 됐을 때 브레이크를 떼면 된다. 그러면 약간의 휠 스핀을 내며 최대한 급가속이 가능하다. 사용설명서를 다 읽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계기반에 들어온 각종 표시등이 새롭게 보였고 신경 쓰지 않았던 수납공간도 생각났다. 내 차와 뭔가 깊은 대화를 한 뒤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사용자 설명서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격 3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4ℓ 터보, 140마력, 25.5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375kg 휠베이스 2640mm 길이×너비×높이 4255×1800×1450mm 연비(통합) 13.5km/ℓ CO₂ 배출량 128g/km 구입 시기 2015년 5월 총 주행거리 6600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10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20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