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청각의 정갈한 한식 요리 2 1년 내내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천추당  3 소박하지만 기품 넘치는 취한당 

북악산 둘레엔 조선의 궁궐과 대한민국의 청와대가 있다. 수려하고 형형한 산세로 서울을 품는 산이다. 물과 흙, 바람 맑은 산자락에서 왕과 대통령, 권세가는 당대의 요리와 춤, 노래를 즐겼다. 삼청각은 그 시절의 풍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100여 년 된 적송 수백 그루 아래 은둔한 삼청각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으로 지어졌다. 남북적십자회담 방문단의 만찬장이 첫 용도다. 이후 정·재계의 실세와 고위 관료가 드나드는 요정(料亭)으로 바뀌었다. 교토 게이코의 집 못지않게 정계의 은밀한 접견지로 유명했던 삼청각은 성북동의 대원각, 익선동의 오진암과 함께 한국 근현대의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서울시가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삼청각의 닫힌 빗장이 활짝 열렸다. 2009년 세종문화회관이 삼청각의 살림을 맡은 이후 볼거리와 놀 거리가 더해진 전통문화 복합 공간이 됐다. 일화당, 동백헌, 유하정 등 각기 다른 마당과 창밖 풍경을 가진 여섯 채의 한옥에선 다례, 전통 춤, 민화, 술 담그기, 매듭 공예 등 한국의 옛날 문화를 경험하거나 배울 수 있다. 이곳의 백미는 역시 ‘수라’다.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식당’에선 임금의 밥상을 일컫는 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갈한 한정식을 선보인다. 들과 바다, 산에서 제철에 얻은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에 맑은 한국식 증류주 한 잔 곁들이면 잔칫상이 부럽지 않다. 국악, 춤, 판소리 같은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심 연희 ‘자미’도 풍류객의 구미를 당긴다.   

일화당엔 북악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 다원이 있다. 

삼청각은 여섯 채의 독채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마당이 가장 넓은 일화당은 찻집 다원과 한식당으로 이어진다. 청천당과 천추당, 유하정과 취한당, 동백헌은 연회와 전통문화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한정식 상차림엔 ‘유하수라’, ‘동백수라’, ‘청천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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