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쇼 : 앉은뱅쇼! 
뱅쇼는 앉은뱅이 술이다. 황홀한 술맛에 숨어 있던 취기가 어느 순간 뒤통수를 치기 때문이다. 깊은 맛이 나는 와인에 사과, 레몬, 오렌지 같은 상큼한 과일, 시나몬, 팔각 등 그윽한 향을 내뿜는 재료를 넣고 끓였으니 맛이 없을 리 만무하다. 누구에게는 감기약, 누구에게는 파티용 드링크. 그 다양한 얼굴도 매혹적이다. 출신과 신분에 따라 철저하게 차별받는 와인이 뱅쇼 앞에서만은 평등해진다. 아주 값싼 와인도,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와인도 뱅쇼의 재료로는 손색없다.

Ingredients 
와인 1병, 오렌지 1개, 레몬 1개, 팔각 2~3개, 계피 2개, 정향 1작은술

Recipe 
1 오렌지와 레몬은 슬라이스해서 준비한다.
2 냄비에 와인을 붓고 오렌지와 레몬, 팔각, 계피와 정향을 넣고 뜨겁게 데워 마신다.

Tips 
“절대 펄펄 끓여선 안 된다. 냄비 가장자리에 기포가 자글자글 올라올 정도로만 끓이고, 코냑을 한 잔 넣으면 맛이 다채로워진다.” 

 

 

모주 : 술 주고 약 주고 
모주는 한국판 뱅쇼다. 술이지만 약이기도 하다. 사전적 정의에도 ‘막걸리에 여덟 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해장술’이라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모주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해장국집이다. 쓰고 매운 한약재를 아낌없이 넣은 모주의 맛은 칼칼하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매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순식간! 정수리가 저릿하며 땀이 맺히는 느낌이 든다면 원기가 보충되고 있다는 증거다. 

Ingredients 
술지게미 500g, 대추 1컵, 생강 2톨, 계피 2개, 황설탕 1컵, 칡(갈근) 적당량, 물 3L

Recipe 
1 대추는 물에 30여 분간 담가두었다가 돌려깎기하고, 생강은 슬라이스한다.
2 냄비에 물을 넣고 대추와 생강, 계피, 칡을 넣고 끓인다. 팔팔 끓으면 중약 불에서 뭉근히 끓인다.
3 2에 술지게미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이다가 계피와 칡을 건져낸 뒤,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 완성한다. 황설탕을 넣어 마무리한다.

Tips 
“맛도 중요하지만 약재가 주재료인 술이니만큼 몸에 맞는 약재를 택하는 것이 관건!”

 

 

에그노그 : 핫초코 대신 에그노그 
한국에 달걀을 동동 띄운 쌍화차가 있다면 미국에는 에그노그가 있다. 화끈하게 휘저은 달걀 거품이 내는 비주얼은 마치 머랭을 연상시키는데, 보이는 것만큼 맛도 고소하고 부드럽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용 술로 자리 잡았다. 갓 만든 에그노그에 입술을 푹 박아 거품을 묻히면 사랑하는 이의 키스를 부르는 것은 시간문제.

Ingredients 
브랜디 45ml, 럼 15ml, 시럽 15ml, 달걀 1개, 우유·너트메그 가루 적당량씩

Recipe  
1 셰이커에 브랜디와 럼, 달걀과 시럽을 넣고 흔든 뒤 잔에 따른다.
2 우유를 뜨겁게 데워 1에 천천히 부은 다음 너트메그 가루를 올린다.

Tips 
“달걀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계피, 정향, 너트메그 등의 향신료를 충분히 넣을 것. 바닐라 엑스트라를 살짝 첨가하면 맛이 한층 살아난다.”

 

 

히레사케 : 술·바다·불의 콤비네이션
사케를 데워 마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향’이다. 차갑게 마시면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살아나고, 뜨뜻하게 마시면 사케 특유의 향이 입안에서 샴페인처럼 터진다. 복어나 도미의 꼬리지느러미를 노릇하게 구워 데운 술에 띄우면 이번에는 바다 향이 물씬 풍긴다. 꼬리지느러미가 내뿜는 불의 향이 신의 한 수다. 술과 바다 그리고 불맛의 콤비네이션을 맛보려면 단연코 히레사케만 한 술이 없다. 

Ingredients 
청주, 복어 지느러미

Recipe  
1 주전자나 냄비에 데운 청주에 복어 꼬리지느러미를 구워 띄운다.

Tips 
“복어 꼬리지느러미를 노릇노릇하게 굽는 것이 포인트! 자칫 술에서 비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쇠를 이용해 직화로 굽는 것이 가장 좋다.” 

 

 

핫 위스키 : Simple is the best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 이어 위스키 강국으로 떠오른 곳은 놀랍게도 이웃 나라 일본이다. 위스키에 뜨거운 물을 섞어 먹는 ‘핫 위스키’도 일본에서 탄생했다. 독주에 뜨거운 물이라니? 한번 죽어보자는 얘긴가 싶지만, 이게 의외로 맛이 좋다. 단순하지만 클래식하다. 도수가 높으니 위스키 향이 진하게 살아 풍미를 높인다. 언뜻 보면 가향차에 알코올을 조금 더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 대신 홍차를 섞어도 오묘하게 좋은 맛이 난다. 

Ingredients 
위스키, 레몬

Recipe  
1 레몬은 껍질을 도려낸 뒤 껍질에 붙은 흰 부분은 제거한다.
2 위스키는 냄비에 따뜻하게 데워 레몬 껍질을 담은 글라스에 붓는다.

Tips 
“버터를 조금 넣으면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실제로 옛날엔 그렇게 마셨다.”  

 

 

Food Styling by Kim Bosun 
Reference by Kim Yongju(Bar ‘Alice’ CEO, barte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