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2015

 

 

2015년의 왈가왈부

KIA SPORTAGE 2.0 2WD
올해 9월 출시한 기아 스포티지는 출시와 동시에 여기저기 꼬집히고 멍들었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된 국산차 중에서 이렇게나 디자인을 가지고 왈가왈부 말이 많은 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모습은 포르쉐 카이엔을 모방했군. 앞이 너무 사납지 않아? 그런데 저 안개등은 뭐야? 왜 저렇게 생겼어? 안개등이 옵션에서 빠지면 정말 볼품없겠네” 등등. 신형 스포티지의 얼굴만큼이나 사나운 평가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산 SUV 중에서 이렇게나 사납고 공격적인 앞모습을 한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모두 순둥이처럼 얌전하고 곱상하거나 각지고 투박했다. 그런데 이렇게 눈을 찢고 보닛에 강렬한 라인을 그어 마치 스포츠카의 그것과 같은 이미지를 덧씌웠으니 눈에 익지 않고 어색한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뒤는 앞과 정반대다. 앞은 공격적이고 사나운데 뒤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여느 SUV와 별반 차이 나지 않는 디자인이다. 앞쪽과 같이 램프를 얇게 뽑았지만 비율이 약간 불안하다. 이를 두고도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앞은 포르쉐인데 뒤는 스포티지네. 앞과 뒤가 전혀 달라. 디자이너가 다른가? 이런 걸 용두사미 디자인이라고 해야 하나?”
신형 스포티지 디자인을 가지고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은 그 디자인이 논란거리가 될 만큼 파격적이기도 하지만 스포티지 자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었다면 가타부타 할 말도 없을 테니까.
 

이런 반응에 대해 기아차도 싫지 않은 눈치다. 각종 포털과 동호회에서 신형 스포티지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며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그 내용에 불호(不好)가 많다고 해도 무관심보다는 이쪽이 낫다. 그리고 아무리 파격적인 디자인이라고 해도 자주 보면 시나브로 눈에 익기 마련이다(물론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처럼 적응 안 되는 못생김도 있다). 그래서 기아는 파격적인 스타일에 맞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스포티지 TV 광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노출 빈도를 높여서 사람들이 빨리 스포티지 디자인을 수긍하게 만들려는 것일 게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폭주하는 반면 성능이나 구성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 않다. 디자인 불만이 모든 불만을 덮은 것은 아니다. 꽤 괜찮은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전 3세대까지는 그저 부드럽고 편한 주행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앞 서스펜션을 단단히 하면서 핸들링과 노면 반응성을 높였다. 운전 재미까지 잡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세팅인데 실제로도 안정적이면서 핸들링이 괜찮다. 이런 성향을 어필하고 싶었는지 밑을 잘라낸 스포티한 느낌의 D컷 운전대도 달았다. 예전에는 운전대를 돌리면 뒤가 한참 후에나 따라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지체현상이 없다.
시속 170킬로미터까지 올려도 차체가 뜨는 듯한 느낌이 없고 풍절음도 잘 틀어막아 쾌적하다.

신형 스포티지는 주행안정성과 승차감이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실내 구성도 정갈하고 모든 컨트롤러가 쓰기 편한 위치다. 옵션이 너무 많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같은 가격이나 크기의 수입차들보다 훨씬 더 고급 옵션을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스마트 테일게이트, 하이빔 어시스트…. 이렇게 작은 SUV에 이런 고급 옵션이 가당키나 할까 싶기도 하다.
4세대 스포티지는 올해 가장 핫한 디자인의 크로스오버였다. 물론 불호를 외치는 이들이 월등히 많았지만, 어차피 디자인이라는 건 개인의 취향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제품력일 텐데, 4세대 스포티지는 승차감을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를 위해 섀시와 보디 그리고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그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것만으로도 신형 스포티지에게나 기아차에게나 상당히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글/이진우

 

 

SPECIFICATION KIA SPORTAGE 2.0 2WD NOBLESSE
기본 가격 2601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86마력, 41.0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605kg 휠베이스 2670mm 길이×너비×높이 4400×1855×1635mm 복합연비 14.4km/ℓ CO₂ 배출량 190g/km
 

 

 

 

2015년의 지프

JEEP RENEGADE
“이 차는 진짜 지프가 아니야.” 레니게이드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평가했다. 지프를 좋아하고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주장이다. 지프는 뿌리부터 오프로드 DNA가 녹아 있다. 오프로드에서 태어나고 다듬어졌다. 남이 만든 길이 아니라 길을 개척하는 것이 숙명이다. 그러니 지프가 도심을 겨냥한 작은 SUV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의 지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성향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 레니게이드가 바로 그 증거다. 2011년,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대주주가 됐다. 당연히 크라이슬러 그룹에 포함된 지프도 피아트와 성질을 공유했다. 둘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효과적으로 나눴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회사는 다양한 형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품질 관리가 강화됐고 공정의 효율도 높아졌다. 레니게이드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났다. 피아트 500L을 바탕으로 한다. 플랫폼뿐만이 아니라 파워트레인도 공유한다. 또 레니게이드는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최초의 지프다. 다시 말해 이 차는 지프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차다.
그런데도 레니게이드는 여전히 지프 그 자체다. 단지 생김새만 보더라도 여전히 전통적이다. 프런트 그릴 디자인은 윌리스 MB처럼 세븐 슬롯에서 따왔다. 사다리꼴 휠 하우스로 껑충한 모습을 하고, 두툼한 펜더로 남성미를 강조한다. 리어램프의 ‘X’자 디자인도 군용인 윌리스 MB에 달렸던 연료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느 부분도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새롭고 흥미롭다.
 

 

 

‘마이 스카이(My Sky)’라 불리는 지붕이 대표적이다. 이 평범한 모양의 지붕은 단 30초 만에 두 조각으로 분리된다. 랭글러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전동식 선루프 기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내는 최첨단이다. 7인치 TFT 모니터가 계기반 중심에서 각종 정보를 정리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대시보드 중심에 달린 터치스크린 방식 제어장치는 차의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제어한다. 차선 이탈을 감지하면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보정해 차를 복귀시키고,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를 감시해 운전자에게 꾸준히 경고한다.
 

레니게이드는 덩치가 작아서 매력적이다. 보기에도 그렇고 움직임도 그렇다. 엔진은 크게 두 가지로 디젤은 2.0리터, 가솔린은 2.4리터다. 시승차의 경우 170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디젤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구성이다. 이 파워트레인은 작은 차체와 어울린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반응이 재빠르지 않지만, 탄력이 붙은 후에는 속도를 경쾌하게 올린다. 통통 튀는 서스펜션 감각도 특징이다. 노면의 각종 굴곡을 운전자에게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꽤 피곤한 설정이지만 그게 또 재미있다. 게다가 이 차는 제대로 된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갖췄다.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로(low)라 불리는 네바퀴굴림은 액슬 분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더불어 전자식 로 기어와 네 가지 지형 반응 시스템 등으로 꽤 본격적인 험로 주파 성능을 실현한다.
나는 레니게이드가 21세기에 어울리는 ‘진짜 지프’라고 생각한다. 지프의 중심은 여전히 랭글러지만, 모든 제품이 그렇게 오프로드에 특화될 필요는 없다. 그저 지프라는 브랜드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레니게이드는 구석구석 이색적인 구성으로 시선을 끌었다. 더불어 운전하는 동안에도 분명 즐거운 경험을 제공했다. 많고 많은 크로스오버 SUV 중에서 내가 이 차를 올해에 꼭 기억하고 싶은 이유다. 글/김태영

 

 

SPECIFICATION JEEP RENEGADE LIMITED 2.0 AWD
기본 가격 41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70마력, 35.7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630kg 휠베이스 2570mm 길이×너비×높이 4255×1805×1695mm 복합연비 12.3km/ℓ CO₂ 배출량 162g/km
 

 

 

 

2015년의 환골탈태

LAND ROVER DISCOVERY SPORT SD4
“이게 레인지로버야? 디스커버리야?”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처음 봤을 땐 이 차가 정말 디스커버리가 맞나 싶었다. 이름과 생김새가 그리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라인업을 고급 SUV는 레인지로버, 정통 SUV는 디스커버리란 이름 앞에 도열시켰다. 그렇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분명 험로 전문 정통 SUV다. 그런데 생김새마저 네모반듯한 디스커버리와는 아예 다르다. 유려하다. 스포티하다. 심지어 이보크만큼 멋지다. 동일한 디자인을 이보크는 오트쿠튀르에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데님 브랜드에서 마무리한 것 같다. 전작인 프리랜더 2와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만큼 잘생겼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밋밋하고 무난했던 프리랜더 2와는 다르다. 가죽과 알루미늄 등 천연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고급스러워졌다. 대시보드 아래는 스티치도 예쁘게 들어갔다. 폭과 휠베이스를 각각 약 17센티미터, 8센티미터씩 늘려 실내가 좀 더 여유로워졌다. 메리디안 오디오는 넓어진 공간을 선명하고 말끔한 사운드로 꽉꽉 채운다. 여러 오디오를 들어봤지만 CD나 MP3 같은 디지털 음원은 역시 메리디안에서 재생할 때가 제일 듣기 좋다. 해상력이 탁월해 소리가 선명하고 생생하다.
그래도 아쉬운 건 있다. 엔진이다. 보닛 속에는 포드 산하에 있을 때부터 쓰던 2.2리터 디젤 엔진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하는 것도 똑같다. 공회전할 때마다 추운 듯 덜덜덜 떠는 것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물론 엔진 자체가 별로란 건 아니다. 새로 독자 개발한 인제니움 엔진이 있으면서도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인제니움 엔진이 들어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내년에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변속기는 새로 개발한 9단 자동이다. 둘의 호흡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반응이 살짝 더딘 경우가 있었다. 감속 폭이 큰 상황에서 다시 가속할 때 주로 그랬다.

주행감은 고속에서도 꽤 안정적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최고속도에서도 차체 컨트롤에 별 부담이 없었다. 물렁물렁하던 서스펜션은 디스커버리 뒤에 스포츠란 이름이 붙으면서 약간 단단해진 것 같다. 그래서 코너에서도 조금 욕심을 내봤다. 역시 SUV는 SUV답게 타는 게 정답이다.
생김새는 도시적이지만 주행은 험로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디스커버리는 험로 전문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적당히 출렁거리는 서스펜션은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을 여유롭게 받아냈다. 진흙인 구간도 경험했는데 너무 짧았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이 반응했는지조차 알아채기 힘들었다. 잔디, 자갈밭, 눈길, 모래, 진흙길 등 상황에 맞는 모드를 선택해 달리면 구동력이 지형에 최적화된다고 한다. 임도에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잘 달리니까 자꾸만 거친 길로 나가고 싶어졌다.
SUV 명가의 막내 SUV는 그동안 별 볼일 없었기에 더 흡족했다. 형님의 이름을 물려받으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올해의 매력쟁이 소형 SUV다. 글/고정식

 

 

SPECIFICATION LAND ROVER DISCOVERY SPORT SD4
기본 가격 596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2.8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990kg 휠베이스 2741mm 길이×너비×높이 4590×2069×1724mm 복합연비 11.2km/ℓ CO₂ 배출량 162g/km
 

 

 

 

2015년의 명불허전

HONDA CR-V
SUV는 최근의 자동차 시장이 거머쥔 기회다. 지난해 SUV 시장은 2013년과 비교해 14.7퍼센트 성장했다. 그 비중은 나날이 커진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8퍼센트에서 올해 31.3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코란도 C로 큰 재미를 봤던 쌍용은 올해 티볼리를 앞세워 지난 10월에 일찌감치 전년도 판매량(6만9036대)을 뛰어넘었다. 사정은 수입차 시장도 다르지 않아 전체 판매량 중 SUV 비중이 25퍼센트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난 푸조는 2008의 비중이 70퍼센트 이상이고, 닛산도 올해 팔린 4708대 중 절반 이상(56.4퍼센트)이 SUV 제품군이다. 올해 내내 선두를 놓고 BMW와 엎치락뒤치락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정상에 오르려면 7.1퍼센트에 불과한 SUV 판매 비중을 업계 평균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

SUV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세분화된 신규 차종, 그리고 연비 좋고 힘센 디젤 엔진이었다. 그 유난한 열풍 속에 가솔린 엔진의 평범한 도심형 SUV는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적어도 수입 SUV 시장에서만큼은 그랬다. 지난 10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SUV는 4만9271대 팔렸고 가솔린 엔진 모델은 1만여 대에 이른다(약 22퍼센트).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그중 1000대 이상의 의미 있는 판매 실적을 낸 모델은 3종이다. 포드 익스플로러(3222대)와 토요타 RAV4(1627대), 그리고 혼다 CR-V(1354대)다. 흥미로운 건 CR-V의 선전이다. 2004년 한국에 출시된 CR-V는 수입차 시장의 우등생이었다. 2009년을 마지막으로 톱 10 순위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그럼에도 이 차 판매는 꾸준히 1000대 이상을 기록했다. 1000대 미만 팔린 건 구형과 신형이 바통을 주고받던 2011년(688대)과 지난해(866대)뿐이었다. 그중 지난해는 진정한 위기로 비춰졌다. 맞상대인 RAV4에 처음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가 있었고, CR-V는 가볍게 위기에서 탈출했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스타일은 여전히 볼품없지만 완숙함을 더한 파워트레인은 달랐다. 188마력, 25.0kg·m의 파워는 넘치지 않지만 모자람 없었고 무엇보다 언제든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손쉽게 꺼내 쓸 수 있었다. 구식 5단 자동을 대신한 무단변속기의 역할도 톡톡했다. 헛도는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명민한 변속 로직은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했다. 스포츠 모드도 CVT 파워트레인답지 않게 쾌활하고 정밀했다. 완숙해진 건 파워트레인뿐만 아니었다. 가벼운 스티어링은 큰 덩치를 깔끔하게 조종했고, 섀시는 일상적인 범위에선 결코 허둥대는 일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시트는 포근하고 실내공간은 넉넉하며 트렁크는 널찍하다 못해 광활하다. 끈이나 레버만 한번 잡아당기면 뒷자리 쿠션부터 등받이까지 한 방에 접히는 시트 폴딩 시스템은 뚝 떼어내 내 차에 달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성능의 70퍼센트 이상을 뽑아내려 할 때 눈에 띄게 불안해지는 차체나 고속주행 중의 적지 않은 타이어 소음과 풍절음 같은 거슬리는 단점도 없지 않았다. 정차했을 때 바닥을 타고 의자에까지 전해오는 알 수 없는 진동도 제법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도심형 SUV라는 범주에 이만큼 충실한 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선된 파워트레인의 개운하고 세련된 감각도 도심형 SUV 분야에서 가솔린 엔진의 경쟁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시대가 변하고 세태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시장에선 실력 있는 제품만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올해 초 미국 <모터 트렌드>는 이 차를 ‘올해의 SUV’로 선정했다. 미국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였지만 미국 시장에만 국한될 일은 아니었다. CR-V는 위기를 실력으로 극복하고 명성을 입증했다. SUV가 득세한 2015년을 기억하면서 이 차를 ‘2015년의 명불허전’으로 기록하는 까닭이다.  글/김형준

 

 

SPECIFICATION HONDA CR-V
기본 가격 37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2.4ℓ DOHC, 188마력, 25.0kg·m 변속기 CVT 공차중량 1635kg 휠베이스 2620mm 길이×너비×높이 4555×1820×1685mm 복합연비 11.6km/ℓ CO₂ 배출량 150g/km
 

 

 

 

2015년의 괜찮은 대안

VOLVO CROSS COUNTRY D4
볼보코리아는 지난해 말 V40 크로스 컨트리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V40을 쏙 빼고 크로스 컨트리로 불렀다.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는 V40에만 있는 게 아니다. V40과 V60은 물론 S60에도 크로스 컨트리 모델이 있다. V40 크로스 컨트리만 출시됐을 땐 그냥 크로스 컨트리로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9월 V60 크로스 컨트리가 출시되면서 혼란이 생겼다. 볼보코리아가 V60 크로스 컨트리도 그냥 크로스 컨트리로 부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S60 크로스 컨트리가 출시되면서 볼보에서 생산하는 모든 크로스 컨트리 모델이 국내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이 모두 크로스 컨트리다. 볼보코리아는 정 헷갈리면 크로스 컨트리(V40), 크로스 컨트리(V60), 크로스 컨트리(S60)로 표기하라고 했다. 이렇게 표기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볼보코리아는 크로스 컨트리를 V40과 V60, S60의 파생 모델이 아니라 독립된 브랜드로 세우고 싶어 한다. 그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크로스 컨트리는 재미와 짜릿함보다 안전과 실용성에 무게를 두는 볼보의 실용주의 노선에 부합하는 모델이다. 특히 V60 크로스 컨트리는 볼보가 강조한 것처럼 왜건과 SUV의 장점을 적절히 섞었다. 지상고가 그냥 V60보다 65밀리미터 높아 오프로드를 보다 짱짱하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SUV보다 높진 않아서 타고 내리거나, 트렁크에 짐을 싣기가 수월하다. 실제로 V60 크로스 컨트리는 양평의 임도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서도 바닥이 긁히지 않았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주행에 안정감을 더했다. 시승차가 앞바퀴굴림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V60 크로스 컨트리는 ‘왜건=짐차’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키가 껑충해지면서 일반적인 왜건처럼 보이지 않아서 좋고, 넉넉한 트렁크는 여전히 쓰임새가 다양해서 좋다. 뒷자리를 모두 접으면 바닥이 납작해져 커다란 물건을 싣기도 편하다. 숨어 있는 다양한 안전장비는 왠지 모를 든든함을 준다. 볼보의 새로운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D4 모델은 한층 매끈하고 효율적이다. 직렬 5기통 엔진과 비교하면 소음과 진동이 한결 덜하다.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는 사람들이 왜건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넉넉한 힘을 보여준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데도 V60 크로스 컨트리는 지난 10월까지 다섯 대 팔렸다. 좋은 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걸까? 좋은 차를 제대로 팔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걸까? 볼보코리아의 크로스 컨트리 단일화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는 건 시기상조일까? 이미 여러 언론에서는 볼보코리아의 말을 듣지 않고 V40 크로스 컨트리, V60 크로스 컨트리, S60 크로스 컨트리로 쓰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부른다. 그렇다면 볼보도 이름으로 더 이상 헷갈리게 하지 말고 원래대로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냥 크로스 컨트리 말고 V60 크로스 컨트리로. 글/서인수

 

 

SPECIFICATION  VOLVO V60 CROSS COUNTRY D4
기본 가격 52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703kg 휠베이스 2774mm 길이×너비×높이 4635×1865×1545mm 복합연비 1 135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