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VO CROSS COUNTRY

 

숲 속에서 책을 읽다
가을은 휴식의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식히기에 이만한 계절이 없다. 가을에는 최대한 밖에 많이 있어야 한다. 어디로든 떠나서 적당히 따뜻한 햇볕에 몸을 소독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가을은 그리 길지 않다. 나에게 단 하루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아무도 없는 숲에 들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오고 싶다. 책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를 숲에서 경험한다면 그 어떤 휴식보다 완벽할 것 같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에 간소한 캠핑 장비를 싣고 책을 골랐다. 책장에는 사놓기만 하고 아직 펴보지도 않았거나 완독을 하지 않은 책이 여럿 있었다. 일단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챙기고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인제에는 내설악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계곡물을 끼고 숲에 둘러싸인 오토캠핑장이 많다. 북쪽은 구만동계곡과 백담계곡, 남쪽은 내린천계곡 일대에서 좋은 캠핑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난 구만동계곡에 있는 ‘설악 카라반 파크’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즈넉한 분위기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소나무들은 피톤치드를 가득 뿜어내며 환영 인사를 건넸고 바로 옆에서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쉬지 않고 경쾌한 BGM을 깔아주었다. 차를 사이트 바로 옆에 붙이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가져온 캠핑 장비를 꺼냈다. 평소 같으면 고기와 마실 거리가 가득한 아이스박스부터 정리하고 그릴에 불을 지폈을 테지만 이번엔 달랐다. 육체의 양식보다 마음의 양식을 먹으러 온 것이니까.

 

 

서울에서 인제까지 오는 드라이빙도 나름 힐링이 됐다. 설악산에 가까워질수록 차창 밖에는 울긋불긋 농익은 나무들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었다. 든든한 발과 짐꾼이 되어준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승차감은 세단처럼 안락했다. 시승한 차는 가솔린 엔진을 단 T5 AWD 모델이었는데 2000rpm을 넘기지 않아도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와 힘들이지 않고 편안한 장거리 주행을 했다. 캠핑장에 와보니 계곡 물가까지 차를 갖고 내려갈 수 있는 험로가 보여 내려가봤다. 높은 차고와 AWD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했다. 마음 같아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시 올라와 책을 폈다.

 

 

독서에 왕도는 없다. 일반적인 책이 지루하다면 만화책이나 잡지도 괜찮다.

 

의자에 앉아 <오직 독서뿐>이란 책을 집었다. 허균, 박지원, 홍대용 등 조선시대 지식인 9명의 독서법과 그들의 글을 담은 책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선인들의 공통된 독서법은 이렇다. 일단 잡념을 버리고 독서에 몰입할 것, 읽으면서 생각하고 의문을 가져볼 것, 무수히 반복해서 내용을 소화할 것 그리고 알았으면 실천할 것이다. 뻔한 이야기라도 막상 실천하려면 어려운 것이 많다. 뻔하다는 이유로 간과하기 때문이다. 실천해야 할 것이 있다면 먼저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글/조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