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도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는 이제 없어져야 하는 세금이다.

개별소비세가 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내려갔다. 덕분에 지난 9월 국내 승용차 판매가 12만9872대로 전월에 비해 5400대가량 늘었다. 정부는 승용차 판매 증가 이유로 ‘개별소비세 인하’를 꼽았고, 완성차 회사도 당장 판매가 증가하니 손뼉을 쳤다. 그러나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자동차 판매 증가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른바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질 수요를 미리 앞당기는 것과 같아서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는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떨어져야 한다. 속담에 하석상대(下石上臺)라고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뜻이다. 지금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딱 그렇다. 12월까지 공장도 가격의 5퍼센트인 개별소비세를 3.5퍼센트로 내렸다. 배기량 2000cc 미만의 공장도 가격이 2000만원이면 100만원인 세금을 70만원으로 낮춘 셈이다. 이렇게 하면 개별소비세의 30퍼센트인 교육세도 떨어지고, 부가세도 인하된다.

이 부분을 직접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공장도 가격이 2000만원일 때 소비자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2343만원이다. 그런데 개별소비세율을 30퍼센트 낮추면 가격은 2300만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번호판을 등록할 때 내는 취득세는 부가세를 제외한 공급가격 기준이다. 그러니 원래는 149만원이 필요하지만 개별소비세율 인하로 146만원이 된다.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로선 비용 절감이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정부도 개별소비세를 낮추면 한시적으로 이익이다. 당장 지난 9월 늘어난 5400대가 모두 세금 인하 효과라면 정부도 대당 446만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했다. 물론 차종마다 금액이야 다르겠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2200억원에 달한다. 정부 또한 내수 진작으로 세수를 늘리니 ‘일석이조’다.

그런데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먼저 하석상대를 고민해봐야 한다. 개별소비세가 12월 말에 종료되면 2016년 1월 승용차 판매는 하락이 불가피하다. 대기 수요가 실수요로 전환됐으니 살 사람이 부족해지고 판매가 줄어 세수도 감소한다. 이때 자동차회사는 어떻게든 목표를 채우기 위해 할인을 던질 게 뻔하다. 하지만 실질 소비자 감소로 수요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그렇다면 다시 세금을 낮춰야 할까? 대답은 ‘YES’다.

세금 인하의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다. 신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정부 또한 세수가 늘어난다. 사실 자동차는 만만한 세금 부과 대상이다. 그래서 줄줄이 사탕처럼 각종 세금이 이름표만 바뀐 채 붙어 있다. 개별소비세는 과거 특별소비세였고, 사라진 세금처럼 보이는 등록세는 이름만 없어졌을 뿐 ‘공급 가격의 2퍼센트’라는 꼬리표가 조용히 취득세로 옮겨갔다. 그래서 5퍼센트였던 취득세가 7퍼센트다. 항목만 줄였을 뿐 내는 세율은 그대로다.

개별소비세 인하가 고착돼야 하는 이유는 신차 가격 상승과 자동차 관련 세금의 탄력성 때문이다. 1500만원에 판매되던 차가 2000만원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대당 거둬들이는 정부의 세금도 증가한다. 개별소비세율이 공장도 가격의 5퍼센트, 교육세는 개별소비세의 30퍼센트, 부가세는 이들 세금에 공장도 가격이 합쳐진 총액의 10퍼센트가 붙는 구조다.

지난 10년간 국내 완성차의 가격은 43퍼센트 올랐다(현대 쏘나타 기준). 이 말은 곧 정부 세수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대형 고급 수입차 확산 또한 세액이 많이 늘어난 배경이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정부가 개별소비세 항목으로 거둔 세금은 5조4800억원이다. 그리고 해당 세금의 대부분은 자동차와 기름에서 충당했다. 2006년 동일 항목의 세수 총액인 4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개별소비세 확충의 중심에 신차 가격 인상이 자리했던 셈이다. 그러니 정부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율을 내리는 것은 일종의 보상책일 수 있다. 기업이 신차를 내놓으며 공장도 가격(수입차는 신고 가격)을 올린 덕분에 해마다 세수가 증가했으니 조금 깎아줘도 충분하고 내려주면 오히려 판매가 늘어 세수가 늘어나니 한마디로 ‘내수 진작 명분과 세금 증대’를 동시에 잡는 절묘한 정책 수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개별소비세율을 영구적으로 내려도 된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정부가 오히려 세율을 낮춰 인상폭을 억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동차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도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는 이제 없어져야 하는 세금이다. 하지만 세금을 없애는 것은 여러 가지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복지도 해야 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개별소비세를 취지에 맞게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중이다. 개별소비세의 전신인 특별소비세는 1976년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세금이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늘고 일부 품목의 경우 필수품으로 인식되며 비판이 일자 2007년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꿨다. 덕분에 여전히 자동차는 사치품이다. 하지만 상식을 동원하면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서 사치품과 필수품 중간에 놓여 있다. 그래서 개별소비세 취지를 떠올린다면 세금 또한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지금처럼 모든 차에 5퍼센트가 일괄 적용되는 게 아니라 누진제가 더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가기 위해 일단 한시적으로 내린 개별소비세는 영구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소비자, 정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