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모험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시청률 확대를 위한 이슈는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스포츠의 본질을 왜곡하진 말아야 한다.

 

국가대표를 뽑는 즐거운 이벤트다  |  대다수 남자에게 카레이싱은 로망이다. 스피드는 우리의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다. 스릴과 쾌감. 동시에 그 어떤 스포츠보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예측 불가의 스포츠 종목이다. 실제 레이서들은 경기 당일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일종의 신체 포기 각서를 작성하고 시합에 임한다. 경주차에 오르기 전 자신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해외 중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주차를 살펴보면 실상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장비보다 사고 발생 시 레이서의 목숨만이라도 구해줄 장비에 대한 배려가 훨씬 많다.
이렇듯 레이싱은 예능 소재로 다루기에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순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레이스 실전 상황을 제외하면 예능적 활용성은 크다고 본다. 통상 예능이란 잘 알려진 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감정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모터스포츠가 여타 스포츠 종목과 다른 차이점은 바로 경주 중인 스타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는 경주차 안에 묶여 있고 또 방염 마스크와 헬멧을 착용한다. 관객들은 경주 중인 드라이버의 조종 모습, 땀에 젖은 얼굴, 힘들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한다. 실전 경기 중에도 선수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지 못해 충분한 감정이입이 어렵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레이스 장면을 본 기억은 해도 드라이버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자동차 밖으로 끌어내서 보여줄 수 있다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예능적 요소와 연결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레이스는 최첨단 현대 과학의 결정체와 생사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는 예능으로 조명돼도 좋겠다.    
마침 SBS에서 시작한 레이싱 관련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이 반갑다. 예능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레이스와 레이서에 대한 국민의 거리감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보기 힘들었던 경주차 속에서 레이서가 겪는 상황, 어떤 연습을 통해 어떤 테크닉을 쓰고 있는지, 어떤 체력 훈련을 거쳐야 우수한 선수가 되는지, 레이서의 드라이빙이 우리의 일상 속 운전과 무엇이 다른지 등등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질 것이다. 승부에서의 짜릿한 우승이 주는 성취감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준비 과정의 혹독함을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쿨러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겨울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에서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그린 영화다. 10월 초부터 한국판 쿨러닝을 볼 수 있다. 랠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향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 오디션 <더 랠리스트>가 방영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아니, <쿨러닝>만큼이나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게 우리네 심리가 아니던가. 국가대표 랠리스트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땀방울, 집념, 인생을 걸고 모험을 펼치는 도전에 함께 웃고 울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  F1이 처음 우리나라에 유치된다고 했을 때, 나는 이것이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F1을 지켜본 사람 중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레이스 쪽으로 관심을 옮길 것이라 생각했고, 김연아 키즈와 비슷하게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카트장으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카트장이 폭발적인 호황을 누릴 것이라 예상했다. 거기에서 재능 있는 루키 드라이버가 등장할 것이며, 10년 후면 한국인 F1 드라이버가 탄생할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4년간의 아쉬운 축제가 끝난 후, 현실을 돌아봤을 때 내 예상과 희망은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F1은 그야말로 ‘벼랑 위의 난’과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저 외국인들의 잔치로 비칠 뿐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벤트였다.  
나는 게임으로 모터스포츠를 접하고 빠져든 케이스다. 그렇게 접했던 모터스포츠가 이제는 내 직업의 일부가 됐다. 결국 조금 더 쉬운 접근 방법이 필요했던 거다. 이제 막 덧셈 뺄셈을 배우는 아이에게 탄도미사일 궤도 계산을 위한 방정식을 보여줬으니 관심이 없을 수밖에.

그러던 중 <무한도전>에서 특집으로 모터스포츠를 다루는 걸 보면서 ‘이거다!’ 싶었다. 이런 방법으로 쉽고 편하게 접근한다면, 대신 너무 만만하게만 비치지 않는다면 충분한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사이 세월호 비극이 터지면서 기획이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그저 이슈만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기획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모터스포츠라는 것이 확산돼선 안 되는가? 라는 체념마저 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질주본능 더 레이서>와 <더 랠리스트>라는 이름의 예능이 등장했다. 전자는 체험 성장형 예능, 후자는 오디션형 예능 포맷이다. 동시간대에 같은 주제로 두 가지 포맷의 예능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나, 혹자는 모터스포츠처럼 위험하고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를 예능의 시각으로 다소 가볍게 조명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건부로 모터스포츠 예능의 성공을 열렬히 응원한다.
조건은 간단하다.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가 다치거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단숨에 국민적 비난 여론에 휩싸일 것이며, 한국 모터스포츠는 곧바로 퇴보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 본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리고 접근은 가볍게 하되, 모터스포츠의 내면을 진지하게 조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레이스의 본질적인 즐거움과 더불어 위험을 감수하면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조금 더 쉽고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전달해줄 수만 있다면, 예능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물론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닌 다소 모험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시청률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이슈는 필요하겠지만, 부디 그것이 이 스포츠의 본질을 왜곡하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강요된 웃음이 아닌 땀과 열정, 그리고 노력의 휴머니즘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단계별로 출연자들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체력 훈련부터 레이스 드라이빙의 기초를 배운 후 국내 레이스 출전까지를 시즌 1으로, 그리고 시즌 2~3에서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과 같은 국제 레이스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여해 아마추어 드라이버로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도전하는 것이다(<더 랠리스트>는 이런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알고 있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모터스포츠 예능의 이상향이다. 게임이건 예능이건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본다. 부디 두 프로그램이 취지와 모터스포츠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대중적 관심과 더불어 시청률까지 대박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터스포츠는 더 심각하다.

그랜드스탠드에 앉은 이들의 높은 평균연령을 생각하면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Why so serious?  |  ‘모터스포츠 예능’에 대해 모터스포츠를 알릴 기회가 생긴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TV 예능에서 다룬다고 달라진 게 있던가?’ 혹은 ‘바람이 지나고 나면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지적을 한다. 일리 있다. 자칫 모터스포츠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된 인식이 생긴다면, 결과적으로 자동차 문화 보급과 모터스포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 자동차란 잘 다루면 재밌는 장난감이지만, 조금만 잘못 다루면 위험한 흉기로 돌변하니까.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오랜 전통과 역사가 근본에 깔린 자동차 문화,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모터스포츠는 완전히 문외한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전문가 수준은 고사하고, ‘이제 얘기 좀 알아듣겠다’는 수준에 도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위험한 스포츠다.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란 얘기다.
F1은 보수적인 특성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 어지간하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코 가볍게 다뤄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TV 중계에 HD 방송을 채택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온라인 채널에 대한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F1을 다룬 예능? 그 어떤 나라에서도 시도된 적 없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변했다. 전통을 강조하던 메이저 스포츠 상당수가 ‘라이트 팬’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어렵고 재미없는 스포츠를 누가 보겠는가. 특히 젊은 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자동차라고 얘기가 다를까?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이 ‘자동차에 대한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데 동의한다. 모터스포츠는 더 심각하다. 그랜드스탠드에 앉은 이들의 높은 평균연령을 생각하면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상함과 진지함만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명예도 전통도 중요하지만 일단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팬이 없다면 모터스포츠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F1이 지난해 최종전 더블 포인트라는 극단적 시도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게임에만 심취하는 젊은 층을 흡수하는 노력도 있다. GT 아카데미는 그란투리스모라는 게임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게이머를 프로 드라이버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여기 출신 드라이버들은 LMP2 클래스의 내구 레이스에서 포디엄 정상에 오르기도 했고, 2015 르망 24시간에서는 LMP1 클래스로 레이스에도 참가했다. 최근 F1 이탈리아 GP 서포트 레이스로 펼쳐진 GP2에는 GT 아카데미 출신 얀 마덴보로가 데뷔했다.
같은 맥락에서 예능에서 모터스포츠가 다뤄지는 것은 오랜 시간 척박한 현실에서 고생해온 사람의 심기를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고생을 했는데 뭣도 모르는 것들이.’ 그러나 좋든 싫든 세상은 변하고 있고 살아남으려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 등장한 모터스포츠 예능이 성공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비인기 종목이고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하는 신규 프로그램이 성공하길 바라는 건 언감생심일지 모른다. 예능을 통해 모터스포츠가 전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자동차 문화가 널리 보급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재미있고 동시에 정보 전달도 잘되면 좋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쫓아서 다 잘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성공하는 예능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공하지 못한다고 모터스포츠를 소재로 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뭔가 비약이 심한 느낌이다. 정보 전달이 잘 안 된다고 혹은 잘못된 정보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반대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기존의 자동차 관련 기사와 방송은 너무 진지했다. 진지한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진지하기만 한 것’이 문제란 얘기다. 올드팬에게는 반가운 기사일지 모르겠지만,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자동차 애호가나 새내기 모터스포츠 팬에겐 진지함이 또 하나의 높은 장벽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처음부터 인필드 플라이나 낫아웃을 알고 좋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다. 그저 방망이로 공 때리는 소리가 시원해서, 투수의 와인드업이 멋있어서, 선수 얼굴이 잘생겨서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간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겠나? 좋아하게만 된다면야 ‘연예인 레이서’를 따라다니다 차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 무슨 죄가 되겠나?
예능은 예능일 뿐이다. 모터스포츠가 예능으로 다뤄지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시도다. 이 시도가 성공하고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더해지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또 어떤가. 예능 프로그램 하나 망가진다고 세상에서 자동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니까 ‘모터스포츠 예능’은 부디 그냥 예능으로 편하게 봐주는 게 맞겠다.

 

방송 메커니즘으로 볼 때 성공하기 어렵다  |  한국은 자동차 경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레이싱 프로그램이 제작되기엔 불모지에 가깝다. 물론 마니아층에 어필하는 것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케이블 채널이라면 모르지만 지상파 주말 저녁은 거의 ‘넘사벽’이다. 더군다나 <무한도전>이라는 현존 최강 프로그램의 그늘이 드리워졌으니 밝은 앞날을 예상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을 트는 전기는 모두 안 된다는 것이 성공했을 때 마련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경주 프로그램에 어떤 가능성이 숨어 있진 않을까? 화려한 자동차가 주는 시각적 자극, 스피디한 레이싱 대결이 주는 박진감, 훈남훈녀의 도전 스토리는 분명 메리트다. ‘외국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있다면 한국 시청자들도 보다 보면 금방 자동차 경주에 빠져들지 않을까?’라는 계산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방송장이’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선보인 <질주본능 더 레이싱>이 성공하긴 어려워 보인다.
첫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중요하고 스토리는 캐릭터 간의 ‘캐미’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자들이 혼자서 운전하며 대결해야 하는 세팅은 스토리의 빈곤을 부르기 쉽다. TV는 게임과 다르다. 내가 직접 운전하며 재미를 찾는 게 게임이라면, 남이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게 TV 프로그램이다. 옆 친구가 혼자 오락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것도 60분 이상 말이다. 차 안은 비좁아 출연자가 활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없다. 거기에 헬멧을 써야 한다. 얼굴 식별도 어렵다. 물론 경주차는 액티브하다. 하지만 자동차와 도전자를 유기적으로 매칭하며 레이스를 즐길 시청자는 많지 않다. 캐릭터가 살지 못하니 자막 플레이도 녹록지 않다. 물론 다른 드라이버의 주행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대를 형성하지 못한 출연자 사이에서 ‘토크’ 만으로 흡인력이 생길지 미지수다.
둘째, 이미 완숙한 사람이 우열을 가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는 반면 미숙한 사람이 도전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있다. <더 레이서>는 후자에 가깝고 이런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선 성장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짧은 시즌제로 기획된 프로그램에서 그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얼마 전 방송했던 KBS의 <레이디 액션>은 그런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짧은 시간 안에 인상적인 스턴트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우니 손쉬운 것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말아야 했다. MBC <무한도전>의 여러 도전기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질감을 주고 있다. 그들은 매주 레귤러 아이템을 소화하며 장기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평범한 사람이 프로 레슬러, 봅슬레이 선수, 카레이서가 될 구조가 마련돼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KBS의 <청춘 FC>처럼 진득한 레귤러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더 레이서>가 시간 내에 결승점에 도착할지 회의적이다.
<더 레이서> 제작팀의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초반 출연자들의 운전습관을 보여주며 캐릭터 부여에 힘썼고 운전자와 경주차(카트)를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문제가 극복되긴 난망해 보인다. 방송이 2회 나간 시점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 전작 <스타킹> 대비 시청률(1~2회 평균 시청률 3.1퍼센트)이 많이 빠졌다. 젊은 세대 시청자들의 관심이 늘지 않았고 중장년 세대는 다른 채널로 흩어졌다. <무한도전>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해도 시장에 가면 <스타킹>을 틀어놓은 가게들이 꽤 많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내러티브가 강해서 끊어 보면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스타킹>은 상대적으로 분절적이라 차별점이 있었다. 그런데 <더 레이서>는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과 동시간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아쉽지만 모터스포츠 팬에게 <질주본능 더 레이서>의 고전은 씁쓸한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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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본능 더 레이서>
방송 토요일 저녁 6시 25분  |  진행 류시원, 신아영
출연 정보석, 김연우, 추성훈, 정찬우, 전혜빈, 한승연, 박형식 등
1~2회 평균 시청률 3.1%(닐슨코리아)
포맷 자동차와 운전을 사랑하는 연예인 10인의 레이서 도전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10명의 도전자 중 4명이 정식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자격 획득  

 

<더 랠리스트>
방송 10월 10일 밤 12시 15분 첫 방송 예정 | 진행 배성재, 권유리(소녀시대)
출연 프로 및 아마추어 레이서
포맷 프로 및 아마추어 레이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수많은 도전자 중 최종 생존자에게 독일에서 랠리 교육을 시키고 현대 WRC팀 드라이버 기회 부여